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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키 초키

초키 초키 (Choky Choky) · 1995 · Sem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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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기판이 오락실 한 칸을 차지하던 때

90년대 중반 동네 오락실에 앉아 있다 보면, 일본 게임도 아니고 어디서 본 것도 같은데 딱 집어 말하기 어려운 게임이 한두 대씩 섞여 있었습니다. 캐릭터는 귀엽고 화면은 알록달록한데 어딘가 손맛이 다르고, 데모 화면에 한글이 스쳐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런 게임들이 바로 국내 업체가 만든 기판이었고, 이 작품도 그 무리에 속합니다.

초키 초키(Choky! Choky!)는 세미콤이 만든 오락실 액션 게임입니다. 한 화면 안에 떠 있는 풍선을 모두 터뜨리면 다음 판으로 넘어가는 단순한 구조를 갖고 있고, 두 사람이 동시에 붙어 함께 화면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규칙을 설명받을 필요가 거의 없어서, 지나가다 앉은 사람도 몇 초 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는 종류의 게임입니다.

초키 초키 퍼즐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5)

한 판의 흐름

한 판은 짧습니다. 화면에 배치된 풍선을 정해진 시간 안에 모두 처리하면 그것으로 끝이고, 곧바로 배치가 달라진 다음 판이 이어집니다. 판이 넘어갈수록 풍선의 수가 늘고 방해 요소가 붙어서, 처음에는 여유롭게 하나씩 처리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손이 바빠집니다.

이런 한 화면 완결형 구조는 오락실에 아주 잘 맞습니다. 한 판이 몇십 초로 끝나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고, 죽어도 방금 무엇을 잘못했는지가 눈에 보여서 곧바로 한 판 더 넣게 됩니다. 90년대 중반 국산 기판들이 자주 택하던 형태이기도 합니다. 긴 이야기나 복잡한 시스템 대신, 짧고 빠른 회전으로 승부하는 방식입니다.

둘이 붙어야 재미있습니다

이 게임은 혼자 하는 것보다 둘이 붙었을 때 성격이 살아납니다. 화면을 반씩 나눠 맡기로 해 놓고도 결국 서로 좋은 자리를 뺏으며 정신없어지는데, 그 어수선함이 이 계열 게임의 재미입니다. 협동인 척하면서 사실은 경쟁하게 되는 구조라, 옆자리에 친구를 앉히면 한 판이 훨씬 시끄러워집니다.

혼자 할 때는 순서를 정하는 것이 요령입니다. 눈에 보이는 대로 아무거나 처리하면 마지막에 화면 구석에 하나가 덩그러니 남아 시간을 다 잡아먹습니다. 멀리 있는 것부터 먼저 정리하고 가까운 것을 남겨 두는 식으로 동선을 짜면 시간이 훨씬 남습니다.

세미콤이라는 회사

세미콤은 90년대에 오락실용 기판을 직접 만들어 팔던 국내 업체입니다. 당시 국내 오락실은 일본에서 들여온 기판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는데, 새 기판은 값이 비쌌고 물량도 원하는 만큼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 틈을 노려 국내에서 직접 게임을 만들어 공급하려는 시도가 여러 곳에서 나왔고, 세미콤은 그중에서도 꾸준히 여러 편을 내놓은 축에 듭니다.

이 회사의 게임들은 대체로 성격이 비슷합니다. 이미 검증된 일본 게임의 구조를 참고하되, 캐릭터를 귀엽게 바꾸고 한 판을 짧게 만들어 회전을 빠르게 했습니다. 독창성으로 승부하는 대신 오락실 주인과 손님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겨냥한 셈인데, 자본과 인력이 넉넉하지 않던 시절의 현실적인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그 시절 국산 오락실 게임의 자리

국산 기판은 오락실에서 애매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앞줄의 좋은 자리는 언제나 일본에서 갓 들어온 대전 격투나 슈팅 차지였고, 국산 게임은 그 뒤나 구석에 놓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게임들은 큰 인기를 누리기보다, 앞자리에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시간을 때우려고 앉는 자리에 가까웠습니다.

그렇다고 존재감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어린 손님이 많은 문방구 앞 오락기에서는 오히려 이런 짧고 쉬운 게임이 더 잘 돌아갔습니다. 어려운 게임에 100원을 넣었다가 30초 만에 끝나는 것보다, 몇 판이라도 넘겨 보는 쪽이 아이들에게는 만족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지금 기준으로 보면 화면 구성이나 연출은 소박합니다. 다만 게임 자체가 요구하는 것이 분명해서, 오히려 지금 붙잡기에 부담이 없습니다. 몇 판만 해 보면 손이 알아서 움직이고, 그 뒤로는 얼마나 빨리 정리하느냐의 싸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이런 게임이 남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록으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오락실 기판을 직접 만들어 팔던 시기가 있었고, 그 결과물이 동네 오락실 한 칸을 실제로 차지하고 있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그 시절 오락실의 공기를 그대로 담고 있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