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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맥레이 랠리 2

콜린 맥레이 랠리 2 (Colin Mcrae Rally 2) · 2000 · Codema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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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스테이션이 짜낼 수 있는 마지막까지

이 게임이 나온 시점은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기계가 이미 노년기에 접어든 때였습니다. 다음 세대 기계가 눈앞에 와 있었고, 그래픽 성능의 한계도 뻔히 드러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낡은 기계에서 놀랄 만한 화면을 뽑아냈습니다.

노면의 질감이 구분되고, 흙먼지가 뒤로 날리고, 젖은 도로에 빛이 반사됩니다. 무엇보다 차가 노면을 밟는 느낌 자체가 앞선 편보다 훨씬 정교해졌습니다. 하드웨어를 오래 다뤄 본 사람들이 만든 결과물이라는 것이 화면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콜린 맥레이 랠리 2 레이싱 게임 화면 1 - 플레이스테이션 (2000)

어떤 게임인가

콜린 맥레이 랠리 2(Colin McRae Rally 2)는 실제 랠리 경기 방식을 따르는 레이싱 게임입니다. 여러 대가 나란히 달리는 경주가 아니라, 한 구간을 혼자 달려 시간을 재고 그 기록을 합산해 순위를 정합니다. 경기 내내 상대 차를 볼 일이 없고, 싸우는 상대는 시계와 노면입니다.

조수석에서 앞으로 나올 코너를 미리 읽어 주는 안내가 이 게임의 뼈대입니다. 화면에 보이는 것만 보고 운전하면 좋은 기록이 나오지 않습니다. 들은 정보를 머릿속에서 길로 바꾸고, 아직 눈에 안 보이는 코너를 대비해 미리 속도와 자세를 만들어야 합니다.

1편에서 무엇이 달라졌나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차가 노면 위에서 움직이는 방식입니다. 1편도 미끄러짐을 다루는 게임이었지만, 2편은 노면마다 그 미끄러짐의 성격이 훨씬 뚜렷하게 갈립니다. 자갈, 진흙, 아스팔트, 눈길이 각각 다른 운전을 요구합니다.

코스와 차량도 늘었습니다. 여러 나라의 실제 랠리 무대를 본떠 만든 구간들이 들어 있어서, 유럽의 좁은 숲길과 탁 트인 자갈길이 완전히 다른 경기처럼 느껴집니다. 차량 설정을 직접 손볼 수 있는 폭도 넓어졌습니다.

연습 모드가 들어간 것도 반가운 변화입니다. 1편에서 무작정 실전에 던져져 배우던 것들을, 이번에는 안전하게 연습해 볼 수 있습니다.

차를 세팅하는 재미

이 작품에서는 경기 전에 차를 손볼 수 있습니다. 서스펜션의 단단함, 기어의 간격, 브레이크의 배분, 차고 같은 것을 조절합니다. 이게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실제 주행에 확실히 반영됩니다.

예를 들어 울퉁불퉁한 자갈길에서는 서스펜션을 부드럽게 해야 차가 튀지 않고, 포장 도로에서는 단단하게 조여야 코너에서 자세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기어를 짧게 붙이면 가속이 좋아지지만 직선에서 최고 속도가 낮아집니다. 코스의 성격을 보고 세팅을 맞추는 과정이 경기의 절반입니다.

처음 하면 막히는 지점

첫 관문은 언제나 속도입니다. 직선에서 붙인 속도를 코너 앞에서 충분히 줄이지 못해 밖으로 나가는 일이 반복됩니다. 이 게임은 빨리 가는 것보다 완주하는 것이 먼저이므로, 처음에는 무리하지 않고 코스를 외우는 데 집중하는 편이 결국 기록이 더 좋습니다.

두 번째는 손상 누적입니다. 부딪히면 그 손상이 다음 구간까지 따라오고, 조향이 쏠리거나 출력이 떨어진 채로 달려야 합니다. 정비 시간은 빠듯해서 다 고칠 수 없으니, 무엇을 먼저 고칠지 골라야 합니다. 그래서 아슬아슬하게 붙어 달리는 것보다 안전하게 완주하는 쪽이 종합 순위에서 앞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 번째는 안내 음성입니다. 처음에는 알아듣기 어렵지만, 숫자가 코너의 급한 정도를 뜻한다는 것만 알아도 판이 달라집니다. 낮은 숫자일수록 급한 코너라고 생각하고 미리 준비하면 됩니다.

세대를 넘긴 완성도

이 작품은 플레이스테이션 후기를 대표하는 레이싱 게임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랠리라는 소재를 진지하게 다루면서도 조작 자체는 익힐 수 있게 만들었고, 그 균형이 잘 잡혀 있습니다. 아케이드 레이싱의 시원함과 본격 시뮬레이터의 까다로움 사이에서 이 시리즈가 자리 잡은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국내에서도 이 시리즈는 진지한 레이싱을 찾는 사람들이 손에 꼽던 이름이었습니다. 처음 며칠은 계속 코스 밖으로 나가지만, 자갈 위에서 차 뒤가 흘러나가는 것을 손으로 붙잡게 되는 순간부터는 다른 레이싱 게임이 밋밋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