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 (게임보이)
쿵푸 마스터 (Kung Fu Master USA Europe) · 1990 · Nintendo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오락실에서 손바닥 안으로
1984년 오락실에 나온 쿵푸는 벨트스크롤 액션이라는 장르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층마다 적이 좌우에서 몰려들고, 주인공은 주먹과 발차기만으로 그 사이를 헤치며 위층으로 올라갑니다. 지금 보면 단순하지만, 당시에는 '걸어가며 싸운다'는 발상 자체가 새로웠습니다.
그 게임이 게임보이로 옮겨진 것이 이 이식판입니다. 흑백 네 단계 화면에 작은 해상도, 버튼 두 개짜리 휴대용 기기에 오락실 기판의 게임을 밀어 넣는 일은 늘 타협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도 화면을 켜면 그 익숙한 구조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층이 있고, 적이 있고, 끝에는 그 층을 지키는 상대가 있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쿵푸(Kung Fu Master)는 맨손으로 싸우는 무술가를 조작해 건물 한 층씩 돌파해 올라가는 액션 게임입니다. 조작은 간단합니다. 좌우로 이동하고, 몸을 낮추거나 뛰어오르고, 주먹과 발차기를 냅니다. 이 몇 가지 동작을 상황에 맞게 골라 쓰는 것이 전부이자 핵심입니다.
한 층은 옆으로 길게 이어진 통로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적들이 계속 달려들고, 통로 끝에 이르면 그 층의 상대와 맞붙게 됩니다. 그를 쓰러뜨리면 위층으로 올라가고, 같은 구조가 더 어려워진 채로 반복됩니다. 제한 시간이 있어 무작정 버티기만 해서는 진행이 되지 않습니다.
몸을 낮추고 뛰어오르는 것이 전부입니다
이 게임의 재미는 공격보다 자세에 있습니다. 적은 높이를 달리해 들어옵니다. 아래로 굴러 오는 것도 있고 위에서 날아오는 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서서 주먹을 내는 것만으로는 절반도 처리하지 못합니다. 낮게 오는 것은 뛰어넘거나 앉아서 걷어차고, 높게 오는 것은 몸을 낮춰 흘려보낸 뒤 반격합니다.
앉은 상태에서 내는 발차기는 이 게임에서 가장 많이 쓰게 되는 동작입니다. 사정거리가 길고 낮은 위치를 넓게 훑기 때문에, 달라붙는 적을 떼어 내는 데 효율이 좋습니다. 반대로 서서 내는 주먹은 빠르지만 닿는 범위가 좁아, 정확한 거리를 잡아야 제값을 합니다.
붙잡히는 상황도 조심해야 합니다. 매달리듯 달라붙는 적에게 잡히면 체력이 계속 깎입니다. 이때는 버튼을 연타해 떼어 내야 하고, 떼어 내는 동안에도 다른 적이 다가오므로 가능하면 붙잡히기 전에 거리를 벌리는 편이 낫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자리
가장 흔한 실수는 앞으로만 가는 것입니다. 제한 시간이 있다 보니 서둘러 전진하게 되는데, 적을 등 뒤에 남겨 두면 앞뒤로 끼여 순식간에 체력을 잃습니다. 한쪽을 정리하고 나서 움직이는 편이 결과적으로 더 빠릅니다.
층 끝의 상대는 잡졸과 다르게 상대해야 합니다. 무작정 달려들어 버튼을 누르면 거의 지지 못하고 밀립니다. 상대가 공격을 내는 순간과 멈추는 순간을 몇 번 지켜보고, 공격이 끝난 직후의 빈틈에 한두 대를 넣고 곧바로 물러나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욕심내 세 대째를 노리다 반격을 맞는 일이 잦습니다.
체력과 시간을 함께 보는 것도 요령입니다. 둘 중 하나만 신경 쓰면 반드시 다른 쪽에서 무너집니다. 체력이 넉넉하면 조금 무리해서 밀고 나가고, 빠듯하면 시간을 조금 쓰더라도 안전하게 정리하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휴대용으로 옮기며 달라진 것
오락실판과 견주면 화면이 좁습니다. 좁은 화면은 곧 적을 늦게 발견한다는 뜻이라, 미리 대비할 여유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이식판은 원작을 외우고 있는 사람에게도 다른 긴장을 줍니다. 화면 끝에서 무언가 들어올 수 있다는 전제를 늘 깔고 움직이게 됩니다.
대신 휴대용다운 장점도 분명합니다. 한 층이 짧아 잠깐 켜서 한두 층만 올라가 보는 식으로도 성립합니다. 오락실에서는 동전이 걸려 있어 매판이 부담스러웠지만, 여기서는 몇 번이고 다시 시작하며 층 구조를 익힐 수 있습니다.
장르의 뿌리를 확인하는 게임
이후에 나온 수많은 벨트스크롤 액션이 이 게임에서 갈라져 나왔습니다. 좌우에서 몰려드는 적, 구간 끝의 강한 상대, 체력과 시간이라는 두 개의 압박. 지금 익숙한 구성들이 여기서 이미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해 보는 일은 장르의 뿌리를 직접 만져 보는 경험이 됩니다. 동작은 몇 가지 안 되지만, 그 몇 가지를 언제 쓰느냐로 실력이 확연히 갈립니다. 단순한 게임이 오래 살아남는 이유가 무엇인지 보여 주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