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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데 아이돌 핫 데뷔

퀴즈 데 아이돌 핫 데뷔 (Quiz de Idol Hot Debut Japan) · 2000 · M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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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이라는 연도가 눈에 걸립니다. 이 무렵이면 일본 오락실의 무게중심은 이미 체감형 대형 기계와 리듬 게임, 대전 격투 쪽으로 옮겨 간 뒤였습니다. 1990년대 초반을 채웠던 퀴즈 게임의 시대는 사실상 저물어 있었지요. 그런 시점에 나온 퀴즈 게임이라는 점에서, 이 게임은 한 장르의 늦은 끝자락을 보여 주는 물건입니다.

퀴즈 데 아이돌 핫 데뷔(Quiz de Idol Hot Debut)는 화면에 나오는 일본어 문제를 읽고 제한 시간 안에 답을 골라 버튼을 누르는 퀴즈 게임입니다. 아이돌이 되어 데뷔를 향해 나아간다는 설정을 얼개로 삼아, 문제를 맞힐 때마다 한 단계씩 진척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네 명이 동시에 붙어 앉아 겨룰 수 있는 구성이라, 혼자 조용히 푸는 게임이라기보다 여럿이 왁자지껄 떠들며 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퀴즈 데 아이돌 핫 데뷔 보드·카드 게임 화면 1 - 오락실 (2000)

퀴즈 게임의 늦은 시기

퀴즈 게임은 1990년대 초반 일본 아케이드에서 하나의 큰 갈래를 이루었습니다. 개발 규모가 작고, 문제 데이터를 갈아 끼우면 새 게임처럼 낼 수 있으며, 한 판이 짧아 손님 회전이 빨랐기 때문입니다. 화려한 게임에 밀린 손님, 반사신경이 좋지 않은 손님을 붙잡는 역할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장르에는 뚜렷한 약점이 있었습니다. 문제를 다 외우고 나면 더 할 것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같은 시리즈의 후속작이 빠르게 이어졌고, 그럴수록 문제 은행을 유지하는 부담이 커졌습니다. 2000년쯤 되면 이 방식으로 수익을 내기가 훨씬 어려워져 있었습니다.

같은 시기 일본 오락실을 채우던 것은 발판을 밟는 리듬 게임, 커다란 조종석에 올라타는 체감형 기계, 그리고 카드나 네트워크를 쓰는 게임들이었습니다. 화면 앞에 앉아 글자를 읽는 게임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졌습니다. 이 게임이 지금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만듦새 때문이라기보다 시기 탓이 큽니다.

일본어 문제라는 조건

문제는 전부 일본어입니다. 일본의 방송과 연예, 생활 상식을 다루는 문제가 많아서, 일본어를 읽을 수 있어도 2000년 무렵 일본의 화제를 모르면 풀기 쉽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퀴즈 게임은 국내 오락실에 거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격투나 슈팅은 말이 통하지 않아도 조이스틱만 잡으면 되었지만, 퀴즈는 문장을 읽지 못하면 시작조차 할 수 없었으니까요. 국내에서 이 장르가 통칭조차 남기지 못한 것은 그래서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뒤집어 보면, 지금 이런 게임을 열어 보는 일은 한국 오락실이 한 번도 보여 주지 않았던 화면을 구경하는 셈입니다. 같은 시기 같은 시장에 있었으면서 바다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대접을 받은 장르니까요.

진행과 요령

조작은 단순합니다. 문제와 선택지가 뜨면 답에 해당하는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손으로 익힐 것은 없고, 어려운 것은 순전히 문제 쪽입니다.

그래도 요령은 있습니다. 첫째, 모르는 문제에 시간을 다 쓰지 마시기 바랍니다. 시간을 넘기면 어차피 오답 처리이니, 애매하면 적당한 시점에 하나를 찍는 편이 낫습니다. 둘째, 선택지를 먼저 걸러 내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이런 게임의 선택지는 정답 하나에 그럴듯한 오답을 섞는 방식이라, 명백히 엉뚱한 것을 지우면 남은 것에서 고를 확률이 올라갑니다.

셋째, 여럿이 붙었을 때는 속도가 곧 실력입니다. 확실히 아는 문제는 망설이지 말고 바로 누르고, 애매한 문제는 한 박자 기다리며 상대의 반응을 살피는 식의 눈치 싸움이 붙습니다. 이 부분이 퀴즈 게임을 혼자 할 때와 여럿이 할 때 전혀 다른 경험으로 만듭니다.

얼개를 얹는다는 것

퀴즈 게임이 문제를 그냥 늘어놓지 않고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를 씌우는 것은 이 장르의 오랜 관습이었습니다. 단계가 있고 그 끝에 도달할 무언가가 있으면, 사람은 다음 문제를 하나 더 풀고 싶어집니다. 점수만 올라가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동력이 생깁니다.

이 게임이 데뷔라는 목표를 내건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시작점과 도착점이 명확하고,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가 한눈에 보입니다. 문제를 맞힐 때마다 한 걸음 나아간다는 감각이 게임을 끝까지 붙잡게 만듭니다.

네 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게 만든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힙니다. 혼자 조용히 지식을 겨루는 것이 아니라, 옆 사람과 떠들며 서로를 놀리는 자리를 만들려 한 설계입니다.

지금 해 본다면

일본어를 읽으실 수 있다면 이 게임은 2000년 무렵 일본의 대중적인 화제를 엿보는 창구가 됩니다. 문제에 등장하는 소재들이 그 시절 사람들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이야기했는지를 그대로 보여 주니까요.

읽지 못하신다면 화면 연출과 진행을 구경하는 쪽으로 접근해 보시길 권합니다. 맞혔을 때와 틀렸을 때 화면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어떤 장면이 붙는지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이 장르가 무엇을 팔려 했는지가 전해집니다.

무엇보다 이 게임은 한 장르가 저물어 가던 시점의 기록입니다. 이런 게임들이 오락실 구석에 마지막으로 놓여 있던 무렵을 짐작해 보는 것만으로도, 화면을 한 번 열어 볼 값은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