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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삼국지

퀴즈 삼국지 (Quiz Sangokushi Japan) · 1991 · C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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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콤이 퀴즈 게임을 만들던 시절

캡콤이라고 하면 스트리트 파이터와 록맨, 그리고 벨트스크롤 액션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1990년대 초 캡콤은 퀴즈 게임도 꾸준히 내놓았습니다. 자사 캐릭터를 등장시킨 퀴즈물부터 역사 소재까지, 몇 편이 이어졌습니다. 대형 액션 기판 옆에 조용한 퀴즈 기판을 함께 두는 것이 당시 업소에서 흔한 조합이었기 때문입니다.

퀴즈 삼국지는 그 흐름 위에 놓인 작품입니다. 액션 게임에 들이는 만큼의 그림과 연출을 그대로 퀴즈 화면에 얹어 놓아서, 문제를 푸는 게임인데도 화면은 제법 볼 만합니다. 캡콤이 이 시기에 도트 작업에서 어떤 수준이었는지가 퀴즈 화면에서도 드러납니다.

퀴즈 삼국지 보드·카드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1)

어떤 게임인가

퀴즈 삼국지(Quiz Sangokushi)는 삼국지의 세계를 배경으로 문제를 계속 풀어 나가는 퀴즈 게임입니다. 화면에 문제가 뜨고 보기가 몇 개 제시되면, 제한 시간 안에 답을 고릅니다. 맞히면 앞으로 나아가고 틀리면 대가를 치릅니다. 정해진 횟수 이상 틀리면 판이 끝나는 구조가 이 계열의 기본입니다.

조작은 레버로 보기를 고르고 버튼으로 확정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손재주는 전혀 필요 없습니다. 대신 시간이 매섭게 흐르기 때문에, 답을 알아도 고르는 손이 늦으면 놓칩니다. 아는 것과 제때 누르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점이 이 장르의 묘미입니다.

퀴즈 삼국지 보드·카드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1)

삼국지라는 소재

1990년대 초 일본에서 삼국지는 소설, 만화, 시뮬레이션 게임을 거치며 두루 소비되던 소재였습니다. 인물 이름과 유명한 장면이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퀴즈로 만들기에 적당했습니다. 아는 사람은 술술 풀고, 모르는 사람도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로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삼국지는 낯선 소재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소설로 읽은 사람이 많아 인물 관계는 익숙한 편이었습니다. 다만 문제와 보기가 일본어로 나오기 때문에, 글을 읽지 못하면 손을 대기 어려웠습니다. 이 점이 국내 오락실에서 일본어 퀴즈 기판이 널리 퍼지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붙잡는 법

일본어 퀴즈 게임을 처음 켜면 대부분 문제를 다 읽기도 전에 시간이 끝납니다. 여기서 요령은 문제 전체를 해석하려 들지 않는 것입니다. 보기 네 개 가운데 아는 인명이나 지명이 있으면 그것부터 붙잡고, 문제에서 눈에 띄는 단어 한둘만 확인해 연결하는 편이 훨씬 빠릅니다.

두 번째 요령은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계열은 틀린 문제도 정답을 보여 주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기판을 여러 번 돌리면 문제가 반복되므로, 몇 판 하고 나면 자연스레 아는 문제가 쌓입니다. 오락실에서 퀴즈 게임을 잘하는 사람은 지식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그 기판을 많이 돌려 본 사람인 경우가 흔했습니다.

난이도가 튀는 곳은 대개 후반입니다. 앞부분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에서 문제가 나오지만, 뒤로 갈수록 세부적인 것을 묻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정확히 아는 문제만 확실히 챙기고, 모르는 것은 빨리 찍고 넘어가 시간을 아끼는 편이 낫습니다.

퀴즈 기판이라는 장사

퀴즈 게임은 오락실 운영자 입장에서 매력이 있었습니다. 개발비가 액션 게임보다 적게 들고, 한 판이 짧으며, 손님이 자기 실력을 확인하고 싶어서 다시 앉는 성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는 한 시기 동안 여러 회사가 앞다투어 퀴즈 기판을 냈고, 문제를 새로 채운 후속작이나 개정판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 장사는 언어와 지역에 묶여 있었습니다. 문제 자체가 그 나라의 상식과 유행에 기대기 때문에, 국경을 넘으면 그대로 쓸 수 없습니다. 액션이나 슈팅이 말없이도 세계 어디서나 통했던 것과 정반대입니다. 그래서 퀴즈 기판은 일본 안에서는 한 시대를 이뤘지만 밖으로는 거의 나가지 못했습니다.

지금 이 게임을 켜 보는 일은 그래서 조금 특별합니다. 당시 일본 오락실 손님이 무엇을 알고 있다고 전제했는지, 어떤 화면을 보며 앉아 있었는지가 그대로 남아 있는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다 풀지 못하더라도 화면과 음악만 훑어볼 가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