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 파이터 63 1/3
클레이 파이터 63 1/3 (Clay Fighter 63 1 3 Europe) · 1997 · Inter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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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흙으로 빚은 격투가들
격투 게임의 캐릭터는 대개 근육질의 무술가입니다. 이 게임의 출전자는 눈사람, 광대, 뚱뚱한 곰, 그리고 진흙으로 빚은 정체불명의 생물들입니다. 전부 실제 찰흙 인형을 만들어 한 장씩 찍은 뒤 화면에 옮긴 것이라, 움직임에 묘하게 뭉툭한 질감이 남아 있습니다.
이름부터 장난입니다. 63과 3분의 1이라는 숫자에 별 뜻이 없습니다. 그 태도가 게임 전체에 깔려 있어서, 진지한 대전격투를 기대하고 잡으면 당황하고, 웃길 각오를 하고 잡으면 즐겁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클레이 파이터 63 1/3(ClayFighter 631/3)은 캐릭터 한 명을 골라 상대와 일대일로 겨루는 대전격투 게임입니다. 화면은 옆에서 본 시점이고, 체력이 먼저 바닥나는 쪽이 집니다. 방향키와 공격 버튼 조합으로 기본기를 내고, 커맨드를 넣어 필살기를 씁니다.
구조 자체는 이 시기 격투 게임의 문법을 따릅니다. 약공격과 강공격이 나뉘고, 앉아서 치고, 점프해서 치고, 막고, 잡습니다. 다만 그 위에 얹힌 연출이 전혀 진지하지 않습니다. 상대를 때리면 찰흙이 떨어져 나가고, 필살기 한 번에 화면이 말도 안 되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캐릭터마다 성격이 뚜렷합니다. 리치가 긴 쪽, 빠른 쪽, 이상한 도구를 던지는 쪽이 섞여 있어서, 자기 손에 맞는 하나를 찾는 재미가 있습니다.
콤보와 필살기
기본기를 이어 붙이는 콤보가 이 게임의 뼈대입니다. 약공격으로 상대를 붙잡아 두고 강공격이나 필살기로 마무리하는 흐름은 다른 격투 게임과 같습니다. 처음에는 두 대만 이어 붙여도 성공인데, 익숙해지면 벽으로 몰아 길게 늘일 수 있습니다.
필살기 커맨드는 대체로 관대한 편입니다. 정교한 입력을 요구하기보다 누구나 몇 번 해 보면 나가도록 만들어져 있어서, 격투 게임을 잘 못 하는 사람도 화려한 장면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이 여럿이 모여 할 때 잘 굴러가는 이유입니다.
각 캐릭터에는 마무리 연출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승부가 끝나는 순간 나오는 이 장면들이 전부 우스꽝스럽게 만들어져 있어서, 새 캐릭터를 잡을 때마다 어떤 마무리가 나올지 기대하게 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격투 게임 초보가 늘 겪는 문제부터 시작합니다. 계속 앞으로 걸어가며 버튼만 누르면 반드시 집니다. 상대의 공격이 나오는 순간 뒤로 물러나 막는 것, 이 하나만 붙어도 승률이 크게 달라집니다.
점프도 조심해야 합니다. 뛰어오른 몸은 방향을 못 바꾸므로, 착지 지점에서 기다리던 상대에게 그대로 얻어맞습니다. 뛰기 전에 상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컴퓨터를 상대할 때는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상대가 이쪽 입력을 읽는 듯이 반응합니다. 이때는 같은 공격을 반복하지 말고, 몇 가지 패턴을 섞어 예측을 흐트러뜨리는 편이 통합니다.
진흙 인형이 화면에 오르기까지
찰흙 인형을 하나씩 조금 움직여 가며 사진을 찍고, 그 사진들을 이어 붙여 움직임을 만드는 방식은 손이 많이 갑니다. 이 게임은 그 결과물을 캐릭터 그래픽으로 썼기 때문에, 같은 시기의 다른 격투 게임과는 화면의 질감 자체가 다릅니다. 매끈하지 않고 뭉툭한데, 그게 이 게임의 개성입니다.
닌텐도64로 나오면서 배경이 입체로 만들어졌고, 캐릭터가 그 안에서 싸우는 형태가 되었습니다. 무대 자체도 장난스러운 소재로 채워져 있어서, 싸우다 배경을 구경하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여럿이 모였을 때
이 게임의 진가는 사람 여럿이 컨트롤러를 나눠 잡을 때 나옵니다. 실력 차이가 나도 필살기 몇 번이면 판이 뒤집히고, 무엇보다 웃긴 장면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지는 쪽도 계속 하자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정통 대전격투가 오락실을 지배하던 시절이라, 이런 코믹 격투는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처음 보는 사람이 많은데, 격투 게임을 잘 못 해도 부담 없이 손대 볼 수 있다는 점은 오히려 지금 더 어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