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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즈 매니아

태즈 매니아 (Tazz Mania SET 1) · 1982 · Stern Electron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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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보고 상상한 것과 다른 게임

제목만 보면 만화에 나오는 그 회오리바람 캐릭터가 떠오르지만, 실제로 화면을 켜 보면 전혀 다른 물건이 나옵니다. 1982년 스턴 일렉트로닉스가 내놓은 이 기판은 미로 위를 걸어 다니며 총을 쏘는 게임입니다. 그 시절 오락실 게임 제목은 내용과 별 상관없이 어감만 그럴듯하면 붙던 때라, 이런 어긋남은 드문 일이 아니었습니다.

스턴 일렉트로닉스는 시카고에 있던 회사로, 일본이나 유럽에서 만든 기판을 미국에 들여와 파는 일과 자체 개발을 함께 했습니다. 이 게임은 그 회사가 직접 손댄 쪽에 가깝습니다. 화려한 회사는 아니었지만 한 시절 미국 오락실 한 귀퉁이를 채운 이름이었습니다.

태즈 매니아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2)

무슨 게임인가

태즈 매니아(Tazz Mania)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의 미로 안에서 캐릭터를 움직이며 사방으로 총을 쏘는 게임입니다. 화면 안에는 벽으로 나뉜 통로가 있고, 그 사이를 돌아다니는 적들이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할 일은 간단합니다. 죽지 않고 적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조작은 요즘 기준으로 보면 놀랄 만큼 단순합니다. 레버로 여덟 방향 이동, 버튼으로 발사. 그게 전부입니다. 대신 그 단순한 조작 안에서 어디로 갈지, 언제 쏠지, 언제 물러설지를 계속 판단해야 합니다. 1982년의 게임들은 규칙을 줄이고 상황을 늘리는 방식으로 재미를 만들었고, 이 게임도 그 계보에 있습니다.

태즈 매니아 슈팅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2)

미로가 만들어내는 긴장

이 장르의 핵심은 총이 아니라 벽입니다. 벽은 적의 총알을 막아 주는 방패이면서 동시에 내 도망길을 막는 장애물이기도 합니다. 통로 한가운데서 양쪽에서 적이 들어오면 그 순간부터는 총 실력이 아니라 길 읽는 눈싸움이 됩니다.

초보가 가장 많이 죽는 자리는 막다른 길입니다. 눈앞의 적을 쫓다 보면 어느새 퇴로가 없는 구석에 들어가 있고, 거기서 한 마리라도 더 붙으면 빠져나올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잘하는 사람일수록 적을 쫓지 않습니다. 통로가 두 갈래 이상 열린 자리에 서서 적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쪽이 훨씬 오래 삽니다.

두 사람이 붙어 할 수도 있는데, 이 시절 2인용은 대개 한 명씩 번갈아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동시에 화면에 들어가 서로 도와주는 게 아니라, 옆에서 지켜보다가 내 차례가 오면 앞사람이 어디서 죽었는지 기억해 두고 그 자리를 피하는 식으로 붙어 놀았습니다.

태즈 매니아 슈팅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82)

그 시절 기판의 감각

1982년이면 색이 몇 개 안 되고 소리도 몇 가지 안 되던 시절입니다. 캐릭터는 몇 개의 점으로 이루어져 있고, 총알은 짧은 선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정보가 적으면 오히려 화면을 통째로 읽게 됩니다. 적이 몇 마리 남았는지, 어느 통로가 비었는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그 덕분에 판단 속도가 게임의 실력이 됩니다.

소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발사음과 피격음이 거의 전부인데, 그 짧은 전자음이 반복되면서 묘한 리듬이 생깁니다. 지금 들으면 소음에 가깝지만, 그 소리가 있어야 총알이 나갔는지 안 나갔는지를 손이 먼저 압니다.

지금 해 볼 만한가

이름이 널리 알려진 명작은 아닙니다. 같은 해에 나온 유명작들 옆에 두면 분명 조촐합니다. 그래도 미로 슈팅이라는 틀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보기에는 오히려 이런 게임이 낫습니다. 군더더기가 없어서 규칙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처음 잡는다면 목표를 점수에 두지 말고 한 판 오래 버티는 데 두는 편이 좋습니다. 통로 구조를 외우고, 막다른 길을 머릿속에 표시해 두고, 적이 오는 방향을 등지지 않는 것.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처음 몇 분과 그다음 몇 분이 전혀 다른 게임이 됩니다. 별다른 설치 없이 켜서 몇 분만 만져 보면, 1982년 오락실 한 대 앞에 서 있던 감각이 꽤 정직하게 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