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스토리 레이서
토이 스토리 레이서 (Disney Pixar Toy Story Racer USA) · 2001 · Activision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장난감 눈높이에서 달리는 경주
이 게임의 매력은 코스가 서킷이 아니라 집 안이라는 데 있습니다. 앤디의 방 마룻바닥, 침대 밑, 부엌 타일, 뒷마당 잔디밭이 그대로 경주로가 되고, 장난감 크기로 줄어든 시점에서 보니 문턱 하나가 점프대가 되고 흘린 크레용 한 자루가 장애물이 됩니다. 사람 눈에는 아무것도 아닌 공간이 발밑 높이에서는 온통 굴곡과 함정으로 가득한 지형이 된다는 발상이, 원작 영화가 가진 시선을 그대로 가져온 부분입니다.
달리는 탈것도 자동차라기보다 장난감입니다. 태엽으로 굴러가는 자동차, 스케이트보드, 세발자전거 같은 것들이 주인공을 태우고 마룻바닥을 미끄러집니다. 속도감보다 좁은 공간에서 이리저리 부딪히며 빠져나가는 느낌이 강해서, 정통 레이싱과는 다른 종류의 재미를 줍니다.
어떤 게임인가
토이 스토리 레이서(Toy Story Racer)는 픽사의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를 소재로 만든 플레이스테이션용 카트 레이싱 게임입니다. 우디, 버즈 라이트이어, 렉스, 미스터 포테이토 헤드 같은 원작 캐릭터 가운데 하나를 골라 여러 코스를 돌며 순위를 다투는 것이 기본 진행입니다.
카트 레이싱 장르의 문법을 그대로 따릅니다. 코스 곳곳에 놓인 아이템을 주워 앞차를 방해하거나 자신을 가속하고, 드리프트로 코너를 파고들며, 지름길을 찾아 순위를 뒤집습니다. 조작은 가속과 제동, 좌우 조향, 아이템 사용이 전부라 처음 잡아도 한 바퀴면 익숙해집니다.
모드 구성과 진행 방식
단순히 순위 경쟁만 하는 게임은 아닙니다. 정해진 순서대로 코스를 도는 일반 경주 외에, 코스에 흩어진 물건을 정해진 시간 안에 모두 주워 담는 수집형 과제, 상대와 일대일로 붙는 대결, 목표 지점까지 시간 안에 도달하는 도전 같은 여러 형태의 과제가 섞여 있습니다.
이런 과제들을 하나씩 통과하면 새 코스와 새 캐릭터, 새 탈것이 열립니다. 처음에는 고를 수 있는 것이 몇 개 안 되지만 진행할수록 선택지가 늘어나기 때문에, 잠금 해제 자체가 계속 붙잡게 만드는 동력이 됩니다. 두 명이 화면을 나눠 붙는 대전도 지원해서, 친구가 옆에 있으면 이쪽이 본편처럼 되기도 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지점
가장 흔한 실수는 직선에서 최고 속도만 노리는 것입니다. 코스가 좁고 벽이 많아서 한 번 부딪히면 속도가 확 죽는데, 이걸 몇 번 반복하면 순위가 순식간에 뒤로 밀립니다. 처음 도는 코스는 아예 속도를 조금 줄이고 지형을 외우는 데 한 바퀴를 쓰는 편이 결과적으로 더 빠릅니다.
아이템 사용 타이밍도 승부를 가릅니다. 손에 들어오자마자 쓰는 대신, 뒤차가 바짝 붙었을 때나 좁은 구간 직전까지 아껴 두면 효과가 훨씬 큽니다. 특히 가속 계열은 직선 진입 직전에 써야 이득이 최대가 됩니다.
수집형 과제에서는 순위를 잊고 동선만 생각해야 합니다. 코스를 한 방향으로 도는 게 아니라 필요하면 되돌아가는 판단도 필요한데, 여기서 시간에 쫓겨 허둥대다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캐릭터를 고르는 재미
캐릭터마다 최고 속도, 가속력, 조향 반응이 조금씩 다르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빠르지만 방향 전환이 둔한 쪽이 있고, 최고 속도는 낮아도 좁은 코너를 잘 파고드는 쪽이 있습니다. 집 안처럼 굽이가 많은 코스에서는 후자가, 마당처럼 트인 코스에서는 전자가 유리한 편이라 코스에 맞춰 바꿔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원작 팬이라면 성능보다 애착으로 고르게 되는 것도 이 게임의 몫입니다. 캐릭터마다 달리는 자세와 승리 동작이 따로 준비되어 있고, 원작 목소리 연기의 분위기를 살린 짧은 대사가 경주 중간중간 튀어나와서 영화 속 장면을 보는 기분이 납니다.
콘솔 세대 끝자락의 캐릭터 레이싱
플레이스테이션 후반기에는 인기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라이선스를 카트 레이싱으로 옮긴 작품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조작이 단순해 아이들도 바로 붙을 수 있고, 원작 캐릭터를 그대로 보여 주기 좋은 형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게임도 그 흐름 위에 있습니다.
다만 라이선스만 빌려 온 성의 없는 물건들과 달리, 코스 설계에 원작의 세계관을 제대로 반영했다는 점에서 평가가 갈립니다. 장난감 시점이라는 설정이 그래픽 장식에 그치지 않고 코스 구조와 장애물 배치에 실제로 쓰였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이 널리 퍼진 뒤 대여점과 친구 집을 통해 접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영화를 본 아이라면 설명 없이도 캐릭터를 알아보고 바로 붙을 수 있었다는 점이, 이런 라이선스 레이싱이 가진 가장 큰 무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