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라이더
가면라이더 클럽 배틀 레이스 (Masked Riders Club Battle Race) · 1993 · Banpresto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역대 가면라이더 열 명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바이크로 달리며 서로 다른 무기를 휘두르는 게임입니다. 1호와 2호부터 V3, 라이더맨, X, 아마존, 스트롱거, 슈퍼1을 거쳐 블랙 RX까지, 세대가 다른 주인공들이 같은 코스에 나란히 섭니다. 특촬물을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캐릭터 선택 화면만 봐도 반가운 얼굴이 이어지는 구성입니다.
가면라이더 클럽 배틀 레이스(Masked Riders Club Battle Race)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의 액션 레이싱입니다. 화면이 위로 스크롤되는 코스를 바이크로 달리면서, 앞을 막는 적과 장애물을 헤치고 제한 시간 안에 목적지에 닿아야 합니다. 순수한 속도 경쟁이라기보다 달리면서 싸우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어, 레이싱과 액션의 중간에 있습니다.
라이더를 고르는 재미
시작할 때 열 명의 라이더 가운데 하나를 고릅니다. 각자 타는 바이크의 성능이 다르게 매겨져 있고, 쓰는 무기도 서로 다릅니다. 칼처럼 짧게 베는 무기가 있는가 하면, 갈고리처럼 걸어 당기는 것, 짧게 뿜어내는 불, 길게 뻗는 봉 같은 것이 있습니다. 무기의 사거리와 발동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코스라도 누구를 골랐느냐에 따라 적을 처리하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사거리가 긴 무기를 가진 쪽이 편합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에서는 적이 화면 위쪽에서 내려오는데, 사거리가 짧으면 거의 몸이 닿을 만큼 붙어야 해서 실수의 대가가 큽니다. 반대로 바이크 성능이 좋은 쪽은 회피로 풀어 가는 재미가 있어, 코스를 외운 뒤에는 그쪽이 더 빠릅니다. 성능표만 보고 고르기보다 몇 판 돌려 보며 손에 맞는 쪽을 찾는 편이 낫습니다.
스테이지 구성
코스는 아홉 개로, 공장 지대나 해변, 눈밭처럼 배경이 뚜렷하게 나뉩니다. 배경이 바뀌면 나오는 적과 지형 장애물도 함께 바뀌기 때문에, 단순히 그림만 갈아 끼운 것이 아니라 구간마다 요구하는 조작이 다릅니다. 눈길처럼 미끄러지는 노면에서는 방향 전환을 미리 시작해야 하고, 좁은 지형에서는 속도를 줄이고 적을 하나씩 처리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시간 제한이 있다는 점이 이 게임의 긴장을 만듭니다. 적을 전부 상대하려 들면 시간이 모자라고, 무시하고 달리기만 하면 부딪혀 멈추면서 결국 더 늦어집니다. 어느 적을 치우고 어느 적을 지나칠지 순간마다 판단해야 하는데, 이 판단이 익숙해지는 시점부터 게임이 훨씬 잘 굴러갑니다. 길목을 막는 적만 처리하고 나머지는 옆으로 흘려보내는 것이 기본 방침입니다.
막히는 지점과 요령
처음 하면 대개 화면 가장자리에서 죽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화면이라 진행 방향의 앞쪽 시야가 짧고, 좌우 끝에 붙어 달리면 갑자기 나타난 장애물을 피할 여유가 없습니다. 되도록 화면 가운데를 유지하고 좌우로 빠질 여지를 남겨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또 하나 흔한 실수는 무기를 계속 휘두르는 것입니다. 공격 동작 중에는 조작이 굳는 순간이 있어서, 아무 때나 버튼을 누르면 정작 피해야 할 때 움직이지 못합니다. 적이 사거리 안에 들어왔을 때만 짧게 끊어 치고 곧바로 이동으로 돌아가는 리듬을 익혀야 합니다. 후반 코스는 적의 밀도가 올라가 이 리듬이 무너지면 순식간에 체력이 깎입니다.
캐릭터 게임이라는 자리
이 작품을 낸 곳은 만화와 특촬, 로봇 애니메이션의 판권을 묶어 게임으로 내놓는 일을 오래 해 온 회사입니다. 개발은 별도의 개발사가 맡았습니다. 원작이 있는 캐릭터 게임은 화면에 아는 얼굴이 나오는 것만으로 손님을 부르는 힘이 있었고, 그래서 이 시기 오락실에는 이런 판권물이 꾸준히 들어왔습니다.
다만 판권물의 숙명은 원작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체감 차이가 크다는 것입니다. 라이더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선택 화면 자체가 즐거움이지만,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저 색이 다른 열 개의 선택지일 뿐입니다. 이 게임 역시 그 경계에 놓여 있어, 원작을 아느냐에 따라 평가가 갈립니다.
한국에서의 기억
가면라이더는 한국에서 정식 방영보다 비디오와 만화, 그리고 문방구 앞에서 팔던 완구와 딱지를 통해 더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이름은 알아도 어느 라이더가 몇 호인지는 헷갈리는 경우가 많았고, 이런 게임의 선택 화면 앞에서 서로 다른 이름을 갖다 붙이며 고르던 풍경이 있었습니다.
기판 자체는 국내에 흔하게 깔린 축이 아니라서 어디에나 있던 게임은 아닙니다. 그래도 위에서 내려다보는 바이크 액션이라는 형식이 낯설지 않고 조작이 단순해, 한 번 앉으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특촬 주인공들이 한 화면에 모인다는 발상 자체가 이 게임을 기억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