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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럭션 더비 64

디스트럭션 더비 64 (Destruction Derby 64 USA) · 1999 · T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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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것보다 부수는 것

레이싱 게임에서 충돌은 손해입니다. 속도가 죽고 시간을 잃습니다. 이 게임은 그 전제를 뒤집습니다. 여기서는 남의 차를 들이받는 것이 점수입니다. 옆구리를 정확히 찔러 상대를 회전시키고, 뒤에서 밀어붙여 벽에 처박는 것이 실력입니다.

그래서 처음 잡으면 묘한 해방감이 있습니다. 조심스럽게 라인을 그리던 습관을 버리고, 눈앞의 차를 향해 그대로 핸들을 꺾어도 됩니다. 그 발상 하나로 이 게임은 다른 레이싱과 완전히 다른 물건이 됩니다.

디스트럭션 더비 64 레이싱 게임 화면 1 - 닌텐도 64 (1999)

어떤 게임인가

디스트럭션 더비 64(Destruction Derby 64)는 차량 파괴를 중심에 둔 레이싱 게임입니다. 종목이 몇 가지로 나뉘는데, 순위를 다투되 충돌에도 점수가 붙는 경주 방식과, 아예 좁은 경기장 안에서 서로 들이받기만 하는 방식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차량에는 내구도가 있습니다. 맞을 때마다 차체가 실제로 찌그러지고, 어느 정도 이상 망가지면 그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탈락합니다. 화면에 보이는 손상 정도가 곧 남은 목숨이라, 자기 차 상태를 계속 신경 쓰게 됩니다.

무기는 없습니다. 오로지 차체와 속도, 그리고 부딪히는 각도만으로 승부합니다.

디스트럭션 더비 64 레이싱 게임 화면 2 - 닌텐도 64 (1999)

어떻게 들이받을 것인가

같은 충돌이라도 각도에 따라 결과가 전혀 다릅니다. 정면으로 마주 박으면 양쪽 다 크게 손상되어 손해입니다. 가장 효율적인 것은 상대의 옆구리를 노리는 것입니다. 측면은 약하고, 잘 맞으면 상대가 회전하며 통제를 잃습니다.

뒤에서 밀어 벽으로 몰아붙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 경우 내 차는 거의 손상되지 않고 상대만 끼어 찌그러집니다. 점수 효율이 가장 좋은 방식이라 익숙해질수록 이 각도를 노리게 됩니다.

반대로 피해야 할 것은 여러 대가 엉킨 한가운데로 뛰어드는 것입니다. 사방에서 받히면 내구도가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난장판이 벌어지면 잠시 바깥을 돌며 상황을 보다가, 빠져나오는 차를 노리는 편이 안전합니다.

경주와 파괴 사이

순위를 다투는 종목에서는 판단이 갈립니다. 그냥 빨리 달려 앞서 나갈 것인지, 충돌 점수를 챙기며 갈 것인지 골라야 합니다. 앞서 달리면 안전하지만 점수가 적고, 무리에 섞이면 점수가 붙지만 차가 망가집니다.

대체로 초반에는 무리 안에서 점수를 챙기고, 차가 어느 정도 상하면 빠져나와 순위를 지키는 흐름이 무난합니다. 내구도를 전부 쓰고 완주하면 양쪽을 다 얻는 셈입니다.

경기장 안에서 벌이는 종목은 계산이 단순합니다. 마지막까지 굴러가는 차가 이깁니다. 여기서는 초반에 흥분해 달려들지 말고, 다른 차들이 서로 들이받으며 망가지기를 기다렸다가 개입하는 쪽이 유리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가장 흔한 실수는 자기 차 상태를 안 보는 것입니다. 점수 욕심에 계속 부딪히다 보면 어느 순간 엔진이 멈춥니다. 화면의 손상 표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위험해지면 물러서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속도를 너무 붙여 들이받는 것입니다. 빠르면 위력이 크지만 내 차도 그만큼 상합니다. 상대를 벽으로 밀 때는 오히려 속도를 조금 줄이고 꾸준히 미는 편이 손해가 적습니다.

이런 게임이 나온 배경

실제로 미국과 유럽에는 폐차 직전의 차들로 서로 들이받아 마지막까지 남는 차를 가리는 대회가 있습니다. 이 게임은 그 종목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입니다. 그래서 무기도 특수 능력도 없이 오로지 차와 차의 충돌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990년대 후반 이 시리즈는 차체 손상 표현으로 주목받았습니다. 부딪힌 자리가 실제로 찌그러지고 부품이 떨어져 나가는 모습이 당시로서는 인상적이었고, 그 표현 자체가 게임의 재미와 직결되었습니다.

국내에서는 널리 알려진 편이 아니지만, 규칙 설명이 짧고 목표가 분명해서 처음 잡는 사람도 금방 붙습니다. 남의 차를 벽에 밀어붙여 완전히 못 쓰게 만드는 그 순간의 손맛은 다른 레이싱에서 얻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