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즌 USA 닌텐도64판
크루즌 USA (Cruis N USA Europe) · 1996 · Ninte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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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가로지르는 코스
대부분의 레이싱 게임은 서킷을 돕니다. 같은 트랙을 몇 바퀴 돌면서 기록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이 게임은 그 대신 미국 지도를 펼쳐 놓고 도시와 도시 사이를 달립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언덕길, 애리조나의 사막, 워싱턴의 기념물 옆까지, 코스마다 어디를 달리는지가 눈에 보입니다.
그래서 코스를 하나씩 통과하는 것이 여행처럼 느껴집니다. 기록을 다투는 재미보다, 다음 코스에는 어떤 풍경이 나올지 궁금해서 계속 하게 되는 종류의 게임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크루즌 USA(Cruis'n USA)는 미국 각지를 무대로 한 코스를 달리는 아케이드 레이싱 게임입니다. 차 뒤에서 보는 시점이고, 조작은 가속과 제동, 조향, 기어가 전부입니다. 세팅이나 튜닝 같은 요소는 없고, 차를 고르면 바로 출발선에 섭니다.
코스마다 제한 시간이 걸려 있습니다. 중간 체크포인트를 통과할 때마다 시간이 조금씩 더 붙고, 못 넘기면 순위와 관계없이 그대로 끝납니다. 그래서 다른 차를 이기는 것보다 시계를 이기는 쪽이 우선입니다.
혼자 코스를 이어 달리는 방식과, 화면을 위아래로 나눠 둘이 겨루는 방식이 있습니다.
손에 잡히는 조작
이 계열 오락실 레이싱의 특징은 관대함입니다. 코너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차가 돌아가고, 조금 미끄러져도 알아서 자세가 잡힙니다. 실제 운전 감각을 재현하기보다 시원하게 달리는 기분을 우선한 설계입니다.
그래서 요령은 액셀에서 발을 떼지 않는 것입니다. 겁먹고 감속하면 체크포인트를 못 넘깁니다. 대신 부딪히지 않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다른 차나 길가 구조물에 박으면 속도가 통째로 죽고 회복에 한참 걸립니다.
기어를 수동으로 쓸 수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출발할 때 적절한 시점에 올려 주면 초반 가속이 붙습니다. 익숙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두어도 진행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코스마다 다른 성격
초반 코스는 넓고 곧아서 최고 속도를 뽑기 좋습니다. 뒤로 갈수록 도심의 좁은 길, 급커브가 이어지는 산길처럼 실수 한 번이 시간을 크게 잡아먹는 구간이 늘어납니다.
야간 코스나 안개 낀 구간에서는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체감 난이도가 확 올라갑니다. 이런 곳은 시야에 의존하기보다 길을 외워 두는 편이 확실합니다. 몇 번 달려 보면 어디서 꺾이는지 몸이 기억합니다.
중간에 지나가는 일반 차량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들은 경주 상대가 아니라 그냥 도로를 달리고 있어서, 예상 못 한 자리에서 앞을 막습니다. 앞에 무언가 보이면 미리 차선을 잡아 두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그리고 둘이서
첫 시도에서 대부분 두세 번째 체크포인트에서 끝납니다. 원인은 거의 충돌입니다. 앞차 사이로 무리하게 비집고 들어가려다 박고, 속도가 죽은 채 다음 구간을 맞으면서 시간이 계속 모자라게 됩니다.
해결은 단순합니다. 추월을 욕심내지 않는 것입니다. 순위는 시간을 넘긴 뒤에 따져도 늦지 않고, 충돌 없이 완주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뒤 코스까지 갈 수 있습니다.
화면을 나눠 두 사람이 겨루는 방식은 이 게임을 오래 붙잡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코스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붙으면 승부가 뻔하지만, 서로 익숙해지고 나면 마지막 코너까지 앞뒤가 바뀌는 접전이 나옵니다.
둘이 할 때는 상대를 밀어내는 것도 전술이 됩니다. 좁은 구간에서 옆으로 붙어 벽 쪽으로 몰면 상대의 속도가 죽습니다. 물론 서로 하다 보면 둘 다 느려지는 결말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 난장판이 또 재미입니다.
닌텐도64 초기작으로서
이 게임은 닌텐도64 초기에 나온 레이싱 중 하나입니다. 원래는 오락실용 기판으로 나온 작품을 가정용으로 옮긴 것이라, 한 판이 짧고 구조가 단순합니다. 긴 호흡의 캠페인 대신 코스 하나를 시원하게 달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이 시리즈를 오락실에서 먼저 본 사람이 많습니다. 핸들과 페달이 달린 커다란 기계 앞에 앉아 미국 도로를 달리는 그림은 그 자체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금 다시 해도 조작이 어렵지 않아, 레이싱 게임을 오래 쉬었던 사람도 몇 분이면 감을 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