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즌 엑조티카
크루즌 엑조티카 (Cruis N Exotica USA) · 2000 · Mid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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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까지 달리는 레이싱
이 시리즈의 코스 목록을 보면 어이가 없습니다. 이집트 피라미드 옆을 지나고, 아마존 정글을 헤치고, 그러다 아예 달 표면을 달립니다. 현실적인 주행 감각을 기대하고 잡는 게임이 아니라는 신호를 코스 이름부터 보내는 셈입니다.
대신 손에 잡히는 것은 확실합니다. 액셀을 밟으면 곧바로 튀어나가고, 조금만 꺾어도 차가 시원하게 돌아갑니다. 물리적으로 말이 되는지는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빠르게 달린다는 감각만 끝까지 밀어붙인 오락실 레이싱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크루즌 엑조티카(Cruis'n Exotica)는 세계 곳곳의 코스를 달리며 순위를 다투는 아케이드 레이싱 게임입니다. 화면은 차 뒤에서 보는 시점이고, 조작은 가속과 제동, 좌우 조향, 그리고 기어 선택 정도로 단순합니다. 복잡한 세팅이나 튜닝 화면 없이, 차를 고르고 코스를 고르면 바로 출발합니다.
코스마다 체크포인트가 있고, 시간 안에 통과하지 못하면 그대로 끝납니다. 다른 차와 순위를 다투는 동시에 시계와도 싸우는 구조라, 앞차에 막혀 시간을 까먹으면 순위와 관계없이 게임이 끝납니다.
차량 종류가 상당히 많고, 그중에는 평범한 스포츠카부터 도저히 도로를 달릴 것 같지 않은 물건까지 섞여 있습니다. 고르는 재미가 이 시리즈의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달리는 방법
요령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액셀에서 발을 떼지 않는 것입니다. 이 계열 레이싱은 코너에서 브레이크를 밟는 대신 그냥 꺾어도 차가 돌아가도록 만들어져 있어서, 겁먹고 감속하면 시간만 잃습니다.
대신 부딪히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차나 벽에 박으면 속도가 통째로 죽고, 다시 최고 속도까지 올리는 데 한참 걸립니다. 시간 제한이 있는 구조라 이 손실이 곧 실패로 이어집니다. 앞차가 보이면 미리 차선을 정해 두고 크게 돌아 나가는 편이 낫습니다.
부스터 계열 요소를 쓸 수 있는 코스에서는 사용 시점이 중요합니다. 직선 구간에서 써야 최고 속도가 제대로 붙습니다. 코너 직전에 쓰면 오히려 밖으로 튕겨 나가 손해입니다.
코스가 만드는 재미
각 코스는 배경이 확연히 다릅니다. 야간 도심의 네온, 사막의 모래바람, 정글의 수풀, 그리고 중력이 이상한 달 표면까지, 코스를 바꿀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그림이 통째로 달라집니다. 코스를 하나씩 열어 보는 것 자체가 진행의 동기가 됩니다.
코스마다 지형의 성격도 다릅니다. 넓은 직선이 이어져 최고 속도를 뽑는 곳이 있는가 하면, 좁은 골목과 급커브가 연달아 나와 실수 한 번이 치명적인 곳도 있습니다. 자기가 고른 차의 성격과 코스가 맞아떨어질 때 기록이 확 줄어듭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첫 판에서 대부분 체크포인트를 못 넘깁니다. 원인은 대개 충돌입니다. 앞차 사이를 비집으려다 부딪히고, 속도가 죽은 채로 다음 구간에 들어가면서 시간이 계속 밀립니다. 무리한 추월을 두어 번만 줄여도 도달 지점이 훨씬 뒤로 갑니다.
또 하나는 코스를 모르는 상태입니다. 급커브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면 매번 직선처럼 달리다 튕겨 나갑니다. 처음 몇 판은 기록을 포기하고 길을 외운다고 생각하는 편이 결과적으로 빠릅니다.
크루즌 시리즈 안에서
이 시리즈는 미국 오락실에서 인기를 끈 레이싱 계보입니다. 앞선 작품들이 미국 횡단과 세계 일주를 소재로 삼았다면, 이 작품은 그 방향을 더 밀어붙여 현실을 벗어난 무대까지 코스로 끌어들였습니다. 그래서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장난스러운 인상이 남습니다.
오락실판은 핸들과 페달이 달린 커다란 케이스로 놓여 있었습니다. 가정용으로 옮기면서 그 체감은 줄었지만, 코스 구성과 속도감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한 판이 짧게 끝나 잠깐씩 붙잡기 좋고, 옆 사람에게 컨트롤러를 넘겨 가며 기록을 겨루기에도 어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