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더
디펜더 (Defender Red Label) · 1980 · Williams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버튼이 다섯 개입니다. 조이스틱은 위아래로만 움직이고, 방향 전환은 별도 버튼입니다. 여기에 사격, 스마트 폭탄, 하이퍼스페이스, 스러스트가 각각 따로 달려 있습니다. 1980년 오락실에서 이 조작계를 처음 마주한 사람들은 대부분 뭘 눌러야 할지 몰라 죽었습니다. 그런데도 이 게임은 그 시절 미국 오락실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기계 중 하나가 됐습니다.
디펜더(Defender)는 행성 표면 위를 좌우로 날며 외계인의 공격을 막는 횡스크롤 슈팅입니다. 지상에는 지켜야 할 인간들이 흩어져 있고, 외계인들이 내려와 그들을 붙잡아 위로 끌고 올라갑니다. 인간이 전부 납치당하면 행성이 폭발하고 상황이 훨씬 나빠집니다.
지키는 슈팅이라는 발상
이 게임이 특별한 건 목표가 생존이 아니라 방어라는 점입니다. 그냥 적을 쏘고 오래 버티면 되는 게 아닙니다. 화면 밖 어딘가에서 인간이 끌려가고 있으면, 아무리 눈앞의 적을 잘 잡고 있어도 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화면 위쪽의 미니맵이 이 게임의 진짜 화면입니다. 좁은 띠 안에 행성 전체와 그 위의 모든 존재가 점으로 표시됩니다. 어디서 납치가 벌어지고 있는지, 어느 쪽에 적이 몰려 있는지를 여기서 읽고, 그쪽으로 날아가야 합니다. 이 미니맵을 안 보면 이 게임은 그냥 어려운 슈팅이 됩니다.
납치가 진행 중일 때는 대처법이 있습니다. 외계인을 쏘면 붙잡혔던 인간이 아래로 떨어지는데, 그대로 두면 추락사합니다. 밑으로 날아가 받아서 지면에 내려놓아야 합니다. 이 구출 동작이 이 게임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부분이자 가장 보람 있는 순간입니다.
조작을 익히는 순서
다섯 버튼을 한 번에 익히려 하면 안 됩니다. 처음에는 사격과 방향 전환, 이 둘만 씁니다. 왼쪽으로 날다가 오른쪽으로 돌아 쏘는 감각만 익혀도 첫 판은 넘어갑니다.
스마트 폭탄은 화면 안의 적을 한꺼번에 없앱니다. 개수가 제한되어 있으니 정말 급할 때만 씁니다. 초보자가 흔히 하는 실수가 이걸 아껴 두다가 못 쓰고 죽는 것입니다. 사방이 막혔다 싶으면 망설이지 말고 눌러야 합니다.
하이퍼스페이스는 무작위 위치로 순간 이동합니다. 확실히 위험에서 벗어나지만 어디로 갈지 모르고, 낮은 확률로 이동 중에 파괴되기도 합니다. 정말 죽기 직전, 다른 방법이 없을 때 쓰는 도박입니다.
왜 그렇게 어려운가
이 게임은 어렵기로 이름난 물건입니다.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화면이 좌우로 빠르게 흐르는데 적이 양쪽에서 옵니다. 방향을 돌리는 순간 시야가 반대로 바뀌니 뒤에 있던 것을 놓칩니다.
둘째로 적의 종류가 많고 각각 행동이 다릅니다. 쫓아오는 것, 지형을 따라 기어오는 것, 폭발하며 흩어지는 것, 인간을 노리는 것이 뒤섞여 나옵니다. 어느 것을 먼저 처리해야 하는지를 매 순간 정해야 합니다.
셋째로 실수의 대가가 큽니다. 인간을 다 잃으면 상황이 훨씬 험해지고, 그 상태에서 되돌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초반에 방어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그 판 전체를 좌우합니다.
요령을 하나만 꼽자면 인간을 우선하는 것입니다. 점수는 적을 잡아서도 오르지만, 인간을 잃으면 그 뒤의 모든 게 무너집니다. 눈앞의 적을 버리고 납치 현장으로 날아가는 판단이 이 게임의 실력입니다.
윌리엄스와 그 시절 미국 오락실
윌리엄스는 원래 핀볼 기계를 만들던 회사입니다. 그러다 비디오 게임 쪽으로 넘어와 이 게임을 냈고, 크게 성공했습니다. 이후 디펜더의 구조를 이어받은 게임들이 여럿 나왔고, 화면 밖까지 이어지는 넓은 공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이 게임에서 널리 퍼졌습니다.
당시 일본 게임들이 화면 하나 안에서 정교한 규칙을 짜던 것과 달리, 미국 쪽 게임에는 이렇게 거칠고 복잡한 물건이 종종 있었습니다. 친절하지 않고, 설명해 주지 않고, 몇 번이고 죽어 가며 배우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이 게임을 원래 형태의 다섯 버튼 조작으로 접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 시절 국내에는 조이스틱과 버튼 한두 개 구성이 훨씬 흔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다시 잡아 보면 조작부터 벽처럼 느껴지지만, 미니맵을 보는 습관과 인간을 지킨다는 목표를 이해하고 나면 이 게임이 왜 그렇게 오래 회자되는지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