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트 로트
로트 로트 (Lot Lot) · 1986 · Irem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규칙을 알아채기까지가 한 고비
이 게임을 처음 켜면 화면이 무엇을 말하는지 바로 이해되지 않습니다. 격자로 나뉜 통로가 있고, 위에서 색깔 공이 떨어지고, 아래에는 색이 정해진 상자가 놓여 있습니다. 커서를 움직여 보다가 통로 한 칸이 옆으로 밀려나는 것을 보고서야, 아 이걸로 길을 만들어 주는 거구나 하고 알게 됩니다.
그 순간부터 게임이 재미있어집니다. 공은 계속 떨어지고, 나는 길을 계속 갈아 끼워야 하고, 손이 한 박자만 늦어도 공이 엉뚱한 상자로 들어갑니다. 알고 나면 단순한데 알기 전까지는 도무지 모르겠는 종류의 게임입니다.
공을 알맞은 상자로 보내는 게임입니다
로트 로트(Lot Lot)는 위에서 내려오는 여러 색의 공을 아래에 놓인 같은 색 상자로 흘려보내는 퍼즐입니다. 화면 가운데는 여러 칸으로 나뉜 통로 구역이고, 커서로 칸을 잡아 옮기면 공이 지나갈 길이 바뀝니다. 제한 시간 안에 정해진 만큼을 제대로 담아내면 다음 판으로 넘어갑니다.
색이 맞지 않는 상자에 들어가면 점수를 잃습니다. 그러니 그냥 빨리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어느 공을 어느 쪽으로 보낼지 계속 정해야 합니다. 공이 한 종류일 때는 쉽지만, 서너 색이 한꺼번에 쏟아지기 시작하면 눈이 바빠집니다.
손이 꼬이는 이유
이 게임이 어려운 진짜 이유는 커서가 하나뿐이라는 데 있습니다. 왼쪽 길을 고치는 동안 오른쪽 공은 그냥 떨어집니다. 그래서 어느 쪽을 포기할지 매 순간 골라야 하고, 욕심을 부려 양쪽을 다 잡으려 하면 결국 둘 다 놓칩니다.
요령은 미리 길을 만들어 두는 것입니다. 공이 떨어진 다음에 반응하면 이미 늦기 때문에, 위에서 어떤 색이 내려오고 있는지 보고 그 색이 도착하기 전에 통로를 맞춰 둡니다. 한 판 안에서 자주 쓰는 경로 두어 개를 정해 두고 그 사이만 오가는 식으로 움직이면 훨씬 안정적입니다.
또 하나는 상자 위치를 외우는 것입니다. 어느 색이 어느 쪽 끝에 있는지 몸이 기억하면, 공을 보자마자 손이 먼저 움직입니다. 처음에는 색을 확인하고 상자를 찾느라 시간을 다 씁니다.
아이렘이라는 회사가 이런 것도 만들었습니다
아이렘이라고 하면 대개 슈팅이나 액션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1980년대 중반의 아이렘은 훨씬 폭이 넓었고, 다른 회사가 잘 건드리지 않는 형태를 자주 시도했습니다. 이 게임도 그런 실험 중 하나입니다.
정해진 장르 틀에 넣기가 애매하다는 점이 이 게임의 특징입니다. 낙하 퍼즐 같기도 하고, 길을 만들어 주는 관리 게임 같기도 하고, 손 빠르기를 겨루는 액션 같기도 합니다. 이런 애매함 때문에 크게 유행하지는 못했지만, 한 번 해 본 사람은 오래 기억하는 종류가 되었습니다.
여러 기기로 나온 판본들
이 게임은 오락실 기판으로 먼저 나오고, 이후 가정용과 개인용 컴퓨터로 옮겨졌습니다. 옮겨진 판마다 화면 구성과 속도가 조금씩 다릅니다. 성능이 넉넉하지 않은 기기에서는 공이 한 번에 나오는 수가 줄거나 움직임이 조금 뻑뻑해지는데, 이 게임처럼 반응 속도가 중요한 종류에서는 그 차이가 체감으로 옵니다.
컴퓨터용 판본은 키보드로 커서를 옮기게 되어 있어 조작감이 또 다릅니다. 레버로 할 때보다 대각선으로 빠르게 옮기기가 까다로워, 같은 판이라도 조금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대신 화면이 차분해서 규칙을 익히기에는 오히려 낫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지금 이 게임을 처음 켜는 사람이라면, 첫 판은 점수를 신경 쓰지 말고 통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만 보는 것을 권합니다. 커서로 칸을 하나 잡아 옮겼을 때 위아래 길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확인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알아서 굴러갑니다.
한국 오락실에서는 이 게임이 널리 돌지 않았습니다. 화면만 봐서는 무슨 게임인지 알기 어려웠고, 옆에서 보고 배우기도 힘든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규칙을 이해하고 나면 짧은 시간에 몰입도가 확 올라가는 만듦새라, 지금 다시 보면 그 시절 아이렘이 무엇을 해 보려 했는지가 잘 드러나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