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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머신즈 패미컴판

마이크로 머신즈 (Micro Machines USA Unl) · 1991 · Ca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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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탁 위에서 자동차 경주가 벌어집니다. 시리얼 그릇과 우유가 흘린 자국을 피해 달리고, 다음 판에서는 당구대 위를, 그다음에는 욕조 안 거품 사이를 달립니다. 코스가 실제 도로가 아니라 집 안 곳곳이라는 발상 하나로, 이 게임은 8비트 시절 레이싱 게임 가운데 가장 오래 기억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마이크로 머신즈(Micro Machines)는 손바닥만 한 장난감 자동차를 소재로 한 위에서 내려다보는 방식의 레이싱 게임입니다. 화면 위쪽에서 코스 전체를 내려다보며 차를 몰고, 정해진 바퀴 수를 먼저 돌거나 상대를 화면 밖으로 밀어내면 이깁니다. 코스는 전부 집이나 정원 같은 일상 공간이고, 차도 장난감이라는 설정에 맞춰 아주 작게 그려집니다.

마이크로 머신즈 패미컴판 레이싱 게임 화면 1 - 패미컴 (1991)

밀어내면 이기는 규칙

이 게임의 승부 규칙이 특이합니다. 일대일 대결에서는 단순히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화면 밖으로 따돌리는 것이 승리 조건입니다. 화면은 하나뿐이고 두 차가 모두 그 안에 들어와야 하는데, 앞선 차가 충분히 벌리면 뒤처진 차가 화면 밖으로 밀려나면서 그 순간 점수가 올라갑니다.

이 규칙 덕분에 경기가 늘 팽팽합니다. 한 바퀴를 통째로 앞설 필요가 없고 화면 하나 분량만 벌리면 되므로, 실수 한 번이 곧바로 결과로 이어집니다. 반대로 뒤처져 있어도 상대가 코너에서 미끄러지면 순식간에 따라붙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진짜 요령은 속도가 아니라 실수를 안 하는 것입니다. 최고 속도로 달리다 코너에서 튕겨 나가면 그 한 번으로 판이 끝납니다. 특히 테이블 위 코스에서는 코스 밖으로 떨어지는 것이 곧 큰 손해라, 무리하지 않고 안쪽으로 붙어 도는 편이 훨씬 유리합니다.

마이크로 머신즈 패미컴판 레이싱 게임 화면 2 - 패미컴 (1991)

코스와 탈것

코스마다 타는 것이 다릅니다. 식탁 위에서는 작은 자동차를, 정원의 웅덩이에서는 보트를, 모래밭에서는 사륜 오토바이를, 당구대 위에서는 또 다른 차를 몹니다. 탈것이 바뀌면 조작 감각도 통째로 바뀝니다.

보트는 물 위에서 미끄러지듯 흘러서 방향을 미리 꺾어 두어야 하고, 사륜 오토바이는 도약과 착지가 잦아 지형의 높낮이를 읽어야 합니다. 헬리콥터처럼 아예 다른 감각을 요구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 종류에 익숙해졌다고 다음 코스가 쉬워지지 않고, 매번 새로 감각을 잡아야 합니다.

배경이 되는 일상 공간은 그냥 그림이 아니라 실제로 방해물 노릇을 합니다. 식탁 위에 흘린 시리얼과 우유 웅덩이는 밟으면 미끄러지고, 책상 위의 연필과 지우개는 부딪히면 튕겨 나갑니다. 코스를 외운다는 것은 어디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를 외운다는 뜻입니다.

여럿이 할 때가 진짜입니다

혼자서 컴퓨터 상대와 겨루는 것도 재미있지만, 이 게임이 전설처럼 회자되는 이유는 사람끼리 붙었을 때입니다. 화면이 하나뿐이고 승부가 밀어내기로 결정되니,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하면 서로 몸싸움하듯 붙어 달리게 됩니다.

한 번 밀려나면 점수를 내주고, 다시 붙으면 되찾아 오는 흐름이 몇 분씩 이어집니다. 판이 짧고 다음 판이 곧바로 시작되기 때문에 한 번 시작하면 좀처럼 멈추기 어렵습니다. 이 시기 여럿이 즐기던 게임들 가운데 규칙이 가장 단순하면서도 승부가 확실한 축에 들었습니다.

정식 허가 없이 나온 카트리지

이 게임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이 기기용 소프트웨어를 내려면 기기를 만든 회사의 허가를 받아야 했는데, 이 작품은 그 허가 없이 만들어져 나왔습니다. 기기 안에 들어 있던 잠금 장치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카트리지를 만들었고, 그래서 정품 카트리지와 생김새부터 색깔이 다릅니다.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것은 유통도 정식 경로를 탈 수 없었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이 게임은 널리 퍼졌고, 결국 이 기기용으로 나온 비공식 소프트웨어 가운데 최고작이라는 평가를 받게 됩니다. 정식 허가를 받은 상당수 게임보다 완성도가 높았다는 점이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개발을 맡은 코드마스터즈는 영국의 개발사로, 8비트 컴퓨터 시절부터 저렴한 가격에 알찬 게임을 내놓기로 이름이 있던 곳입니다. 마이크로 머신즈는 이 회사가 만든 대표작으로 자리 잡아, 이후 여러 기기로 시리즈가 이어집니다.

국내에서의 기억

한국에서는 이 게임이 문방구와 대여점을 통해 조용히 퍼졌습니다. 정식 유통과 무관한 경로로 들어온 카트리지가 많았던 시절이라, 허가를 받았는지 아닌지는 사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처음 보면 차가 너무 작아서 어리둥절해집니다. 그런데 몇 판 하고 나면 그 작은 점 같은 차를 아주 정확하게 조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림이 화려하지 않고 소리도 소박하지만, 두 사람이 붙으면 승부가 확실하게 나는 게임이라 형제나 친구끼리 오래 붙잡고 하던 작품입니다.

별도의 통칭이 붙지는 않았고, 제목을 그대로 읽거나 장난감 자동차 게임 정도로 설명하며 부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