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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지션 로드

매지션 로드 (Magician Lord Ngm 005) · 1990 · Alpha Denshi 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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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 간판을 갈아치운 첫 번째 네오지오

1990년, 오락실 한쪽에 시커멓고 커다란 기계가 들어왔습니다. 게임을 네 개나 여섯 개씩 꽂아 두고 손잡이로 골라 하는 그 기계, 네오지오였습니다. 그 기계가 처음 켜졌을 때 화면에 나온 게임 중 하나가 바로 이 작품입니다.

당시 기준으로 캐릭터가 너무 컸습니다. 화면 절반을 차지하는 보스가 뚜벅뚜벅 걸어 나오고, 배경은 몇 겹으로 나뉘어 따로 흘러갔습니다. 그때까지 오락실에서 보던 그림이 아니었습니다. 어른들이 뒤에서 구경할 정도였고, 한 판에 동전을 몇 개씩 넣어 가며 붙잡고 있던 사람이 많았습니다.

매지션 로드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0)

정령을 먹고 여섯 번 변신합니다

매지션 로드(Magician Lord)는 마법사 엘타가 어둠의 대마도사 가르 아그레스에게서 여덟 권의 마도서를 되찾으러 가는 횡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기본 상태에서는 앞으로 작은 불덩이를 쏘는 것이 전부지만, 스테이지 곳곳에 숨은 항아리나 상자를 부수면 정령이 튀어나옵니다.

이 정령을 두 개 먹으면 엘타가 다른 직업으로 변신합니다. 물을 다루는 워터 맨, 온몸이 불덩이인 파이어 맨, 화면을 가로지르는 광선을 쏘는 새머라이, 폭탄을 던지는 드래건, 위아래로 갈라지는 탄을 쓰는 포세이돈, 그리고 방패를 든 실드 맨까지 여섯 가지입니다. 어떤 모습이 되느냐에 따라 공격 방향과 사거리가 완전히 달라져서, 지금 어떤 정령을 먹을지가 곧 그 구간의 공략이 됩니다.

매지션 로드 슈팅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0)

한 대만 맞으면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이 게임이 악명 높은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변신 상태에서 적에게 한 번 맞으면 곧바로 기본 엘타로 돌아가고, 기본 상태에서 한 번 더 맞으면 그대로 죽습니다. 사실상 체력이 두 칸인 셈인데, 화면에 나오는 적은 많고 탄도 빽빽합니다.

게다가 바닥이 무너지거나 천장에서 뭔가 떨어지는 구간이 자주 나오고, 스테이지 중간에 나오는 중간 보스도 만만치 않습니다. 여덟 스테이지를 전부 도는 동안 한 번도 쉬어 가는 구간이 없습니다. 오락실에서 이 게임을 클리어했다는 사람을 실제로 보기가 어려웠던 이유입니다.

매지션 로드 슈팅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90)

거대한 보스와 낮은 목소리

스테이지 끝에서 기다리는 보스들은 하나같이 덩치가 큽니다. 해골 기사, 거대한 물고기, 몸을 길게 뻗는 뱀 같은 것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패턴을 외우지 못하면 순식간에 두 칸을 다 잃습니다. 반대로 패턴만 알면 안전한 자리가 있어서, 그 자리를 찾아내는 것이 곧 실력이었습니다.

시작할 때 나오는 낮고 굵은 영어 음성도 이 게임의 상징이었습니다. 당시 오락실에서 사람 목소리가 그렇게 또렷하게 나오는 게임은 흔치 않아서, 게임을 몰라도 그 소리는 기억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배경 음악도 무겁고 어두운 쪽이라 게임 분위기와 잘 맞습니다.

알파 전자가 만든 초창기 대표작

이 작품을 만든 알파 덴시는 이후 ADK 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월드 히어로즈, 닌자 코만도 같은 게임을 내놓습니다. 즉 매지션 로드는 그 회사가 네오지오 진영에서 처음 이름을 알린 작품입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난이도가 여전히 사납지만, 큰 캐릭터가 시원하게 움직이는 맛과 변신 시스템의 재미는 그대로입니다. 무엇보다 네오지오라는 기계가 처음 오락실에 들어오던 시절의 공기를 가장 잘 보여 주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