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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빈 머신 (마스터시스템)

닥터 로보트닉의 민 빈 머신 (Dr Robotnik S Mean Bean Machine Europe) · 1993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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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요뿌요가 로보트닉을 만났을 때

이 게임을 처음 켜면 묘한 기분이 듭니다. 화면 구성도, 콩이 떨어지는 감각도, 넷을 붙이면 터지는 규칙도 분명히 어디선가 해 본 그 퍼즐인데, 옆에서 약을 올리는 얼굴은 소닉 시리즈의 악당 로보트닉 박사입니다. 실제로 이 작품은 컴파일의 낙하 퍼즐을 세가가 서구권에 내놓으면서, 당시 서구에서 방영되던 소닉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로 껍데기를 갈아 끼운 결과물입니다. 낯선 일본 캐릭터 대신 이미 알려진 악당을 세워 두니 서구권 아이들에게는 이쪽이 원조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덕분에 같은 게임을 두 이름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콩을 붙여 터뜨리던 그 퍼즐을 어떤 사람은 일본식 이름으로, 어떤 사람은 로보트닉의 이름으로 부릅니다. 마스터시스템판은 그중에서도 뒤늦게, 이미 후속 기종이 자리를 잡아 가던 시기에 나온 8비트 이식작입니다.

민 빈 머신 (마스터시스템) 퍼즐 게임 화면 1 - 마스터 시스템 (1993)

어떤 게임인가

민 빈 머신(Dr. Robotnik's Mean Bean Machine)은 화면 위에서 두 개씩 붙어 떨어지는 색색의 콩을 쌓아 올리는 낙하 퍼즐입니다. 같은 색이 가로세로로 네 개 이상 이어지면 콩이 터져 사라지고, 그 자리로 위쪽 콩들이 무너져 내리면서 또 넷이 맞으면 다시 터집니다. 이 연쇄가 이 게임의 전부이자 매력입니다.

혼자 하는 모드에서는 로보트닉의 부하 로봇들과 한 명씩 대결합니다. 화면은 세로로 반씩 나뉘어 왼쪽은 내 필드, 오른쪽은 상대 필드입니다. 내가 연쇄를 터뜨리면 상대 필드 위로 색 없는 방해 콩이 쏟아지고, 반대로 당하면 내 쪽이 회색 콩으로 뒤덮입니다. 방해 콩은 스스로 터지지 않고, 옆에 붙은 색 콩이 터질 때 같이 사라집니다.

민 빈 머신 (마스터시스템) 퍼즐 게임 화면 2 - 마스터 시스템 (1993)

연쇄를 쌓는 법

초보와 고수를 가르는 것은 순발력이 아니라 계단입니다. 터질 준비가 된 덩어리를 바로 완성하지 않고, 세 개짜리 뭉치를 여러 층으로 미리 배치해 두었다가 맨 아래 한 곳을 건드려 도미노처럼 무너뜨리는 것이 정석입니다. 2연쇄와 5연쇄가 상대에게 보내는 방해 콩의 양은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에, 급할수록 참고 쌓아야 합니다.

필드 한가운데 위쪽에는 콩이 등장하는 자리가 있습니다. 이 칸이 막히면 그대로 패배이므로, 가운데 열은 늘 낮게 유지하고 양옆으로 높이를 밀어 두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방해 콩이 한꺼번에 쏟아진 뒤에도, 아래쪽에 색 콩 한 뭉치만 살아 있으면 한 번에 걷어낼 수 있으니 포기하기는 이릅니다.

다음에 떨어질 콩은 화면 옆에 미리 표시됩니다. 지금 놓을 것만 보지 말고 다음 짝까지 함께 계산해서 자리를 잡으면, 원하지 않는 색이 엉뚱한 곳에 박히는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로봇들과의 대결

혼자 하는 모드는 로보트닉의 부하들을 차례로 꺾어 나가는 구성입니다. 초반 상대는 연쇄다운 연쇄를 만들지 못해 한두 번 크게 터뜨리면 정리되지만, 중반을 넘어가면 상대가 계단을 쌓기 시작하고 이쪽이 방심한 사이 대형 연쇄를 날려 순식간에 화면을 회색으로 덮어 버립니다.

최종 상대인 로보트닉 본인은 반응 속도와 연쇄 규모 모두 앞 단계와 차원이 다릅니다. 여기서부터는 상대가 큰 것을 준비하는 낌새가 보이면 작은 연쇄라도 먼저 던져 방해 콩으로 상대 필드를 흔드는 견제가 유효합니다. 방해 콩이 예약되어 있는 동안 내가 먼저 터뜨리면 서로 상쇄되기 때문에, 받아칠 준비를 남겨 두는 운영이 결국 승패를 가릅니다.

8비트로 옮겨진 감각

마스터시스템판은 색 수와 화면 해상도가 제한된 환경에서 만들어졌지만, 콩이 떨어지고 터지는 반응은 답답하지 않습니다. 콩의 표정이 색 구분을 돕기 때문에 화면이 어두운 환경에서도 색을 헷갈릴 일이 적고, 연쇄가 터질 때마다 캐릭터가 지르는 짧은 대사와 효과음이 리듬을 만들어 줍니다.

둘이 나란히 앉아 한 화면을 반씩 나눠 쓰는 대전은 이 시절 퍼즐 게임의 가장 좋은 부분이었습니다. 규칙을 설명하는 데 삼십 초면 충분하고, 그다음부터는 실력 차가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한 판만 더 하자는 말이 끝없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