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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리턴즈 (메가드라이브)

배트맨 리턴즈 (Batman Returns World) · 1992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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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담의 밤을 배트모빌로 가르다

메가드라이브를 켜고 이 게임을 처음 돌렸을 때 가장 놀랐던 건 배트모빌 스테이지였습니다. 눈 내리는 고담 시내를 뒤에서 바라보는 시점으로 미친 듯이 달리는데, 좌우에서 광대 갱단의 차량이 들이받고 도로 한복판에 장애물이 튀어나옵니다. 도트로 찍은 고담의 야경이 뒤로 흘러가는 속도감이 당시 기준으로는 꽤 근사해서, 앞의 걷는 스테이지는 대충 넘기고 이 구간만 다시 보려고 게임을 켠 적도 있습니다.

배트맨 리턴즈(Batman Returns)는 1992년 팀 버튼 감독의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만든 메가드라이브용 액션 게임입니다. 배트맨이 되어 펭귄과 캣우먼이 어지럽히는 고담을 돌아다니며 서커스 갱단을 상대하는데, 특이하게도 한 가지 장르로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옆에서 보는 액션 스테이지와, 화면 안쪽으로 달려나가는 배트모빌·배트스키보트 주행 스테이지가 번갈아 배치되어 있어서 진행할 때마다 조작감이 통째로 바뀝니다.

배트맨 리턴즈 (메가드라이브) 벨트스크롤 게임 화면 1 - 메가 드라이브 (1992)

같은 이름, 전혀 다른 게임들

이 시절 영화 게임의 재미있는 점은 기종마다 아예 다른 게임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배트맨 리턴즈라는 이름을 단 작품만 해도 슈퍼패미컴판은 벨트스크롤 액션이고, PC엔진판은 또 다른 구성이며, 메가드라이브판은 지금 보시는 이 주행 위주의 구성입니다. 회사도 기종도 제각각이라 같은 영화를 봤어도 어느 기계로 했느냐에 따라 기억하는 게임이 완전히 다릅니다.

메가드라이브판은 그중에서도 탈것 비중이 큰 쪽입니다. 도보 구간이 짧고 대신 주행 구간에서 화면을 꽉 채우는 연출을 보여주는 식이라, 액션 게임을 기대하고 잡았다가 레이싱에 가까운 조작을 하게 되어 당황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배트맨 리턴즈 (메가드라이브) 벨트스크롤 게임 화면 2 - 메가 드라이브 (1992)

배트맨의 장비

배트맨답게 맨손으로만 싸우지 않습니다. 기본 펀치와 킥 외에 배터랭을 던져 거리를 두고 적을 처리할 수 있고, 갈고리 로프로 위쪽 발판에 매달려 이동하는 것도 됩니다. 도보 스테이지에서 몰려드는 갱단을 정면으로 받아치기보다는, 배터랭을 미리 던져 숫자를 줄이고 들어가는 편이 체력 관리에 훨씬 낫습니다.

주행 스테이지에서는 배트모빌에 달린 무기가 따로 있습니다. 앞으로 쏘는 사격과 측면 공격을 상황에 맞게 나눠 써야 하는데, 눈길이라 차가 미끄러지는 감각이 있어서 방향을 미리 잡아두는 습관을 들이면 훨씬 편합니다. 후반의 보트 구간도 원리는 같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난이도는 만만하지 않습니다. 도보 구간의 적들이 체력을 야금야금 깎아내고, 주행 구간에서는 한 번 크게 부딪히면 회복할 틈 없이 연달아 부딪히기 쉽습니다. 그래서 도보 구간에서 체력 아이템을 최대한 챙겨두고 주행 구간에 들어가는 것이 기본 요령입니다.

영화의 분위기를 살린 어두운 색감과 눈 내리는 고담의 배경, 그리고 메가드라이브 특유의 거친 음색으로 뽑아낸 음악이 어울려서, 지금 봐도 원작의 인상은 잘 담아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종류의 스테이지를 겪게 해주는 구성이라, 한 판만 돌려봐도 이 게임이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는지가 분명히 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