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포에버
배트맨 포에버 (Batman Forever Jue 960507 v1 000) · 1996 · Acclaim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실사 배우가 뛰어다니는 고담시
화면에 나오는 배트맨은 그림이 아닙니다. 사람이 옷을 입고 움직인 것을 찍어서 화면에 옮겨 놓은 것입니다. 망토가 펄럭이는 모양도, 주먹을 뻗을 때 몸이 기울어지는 각도도 사람의 동작 그대로입니다. 1990년대 중반 오락실을 휩쓸었던 이 실사 합성 기법이 배트맨이라는 소재를 만나면서 나온 결과물이 이 게임입니다.
당시로서는 이것만으로도 사람을 세우기 충분했습니다. 극장에서 본 영화의 인물이 오락실 화면 안에서 실제로 움직이고, 그것을 내 손으로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 컸습니다. 화면 앞에 서면 일단 한 판은 해 보게 되는 종류의 기계였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배트맨 포에버(Batman Forever)는 배트맨이나 로빈을 골라 화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나아가며 몰려드는 적을 처리하는 액션 게임입니다. 같은 시기 영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고담시의 거리와 지하, 적의 소굴을 차례로 지나갑니다.
기본은 벨트스크롤입니다. 화면 안에서 위아래로 자리를 옮겨 가며 주먹과 발차기로 적을 쓰러뜨리고, 화면을 채운 적을 다 정리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다만 조작 방식이 여느 벨트스크롤과 다릅니다. 버튼이 여러 개로 나뉘어 있고, 대전격투처럼 레버를 돌려 넣는 입력으로 특수 동작이 나갑니다.
커맨드와 연속기
이 게임을 처음 잡은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버튼만 두들기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도 적은 넘어가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사이에 여럿에게 둘러싸입니다. 레버를 반 바퀴 돌리거나 아래에서 앞으로 밀어 넣으면서 버튼을 누르면 훨씬 강한 기술이 나가고, 여러 명을 한꺼번에 밀어낼 수 있습니다.
여기에 공중 동작과 갈고리를 쓰는 이동이 더해집니다. 지형 위쪽으로 걸어 올라가거나, 멀리 있는 적에게 단숨에 붙는 데 씁니다. 조작 체계가 대전격투와 벨트스크롤 사이에 어중간하게 걸쳐 있어서, 익숙해지기까지는 손이 헛도는 느낌이 있습니다. 대신 기술 몇 개를 몸에 익히고 나면 화면 정리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집니다.
둘이 하면 달라지는 것
혼자 할 때는 사방에서 둘러싸이는 상황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적이 위아래로 나뉘어 동시에 들어오면 어느 쪽을 먼저 쳐도 반대쪽에서 맞습니다. 둘이 붙으면 이 문제가 상당 부분 풀립니다. 한 명이 위쪽을 맡고 다른 한 명이 아래쪽을 맡는 것만으로 체감 난이도가 크게 내려갑니다.
특히 큰 적과 붙을 때 차이가 큽니다. 한 사람이 앞에서 주의를 끌고 다른 사람이 뒤나 옆에서 때리는 식으로 나누면, 혼자서는 한참 걸리던 상대를 훨씬 빨리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은 애초에 두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을 전제로 난이도가 짜여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실사 합성이 저물던 무렵
1990년대 초반, 사람을 찍어 화면에 넣는 방식은 오락실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습니다. 그림으로는 낼 수 없는 사실감이 사람들을 기계 앞으로 불러 모았습니다. 그러나 몇 해 지나지 않아 폴리곤으로 만든 입체 화면이 등장하면서, 실사 합성은 급격히 낡은 것으로 밀려납니다.
이 게임은 그 흐름이 이미 기울어진 시점에 나왔습니다. 영화의 인기를 등에 업고 큰 회사가 만들었지만, 같은 해 오락실의 화제는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 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완성도와 별개로 오래 자리를 지키지 못했고, 실사 합성 시대의 마지막 무렵을 보여 주는 작품으로 기억됩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국내에서는 대형 오락실이나 백화점 게임 코너에서 잠깐 볼 수 있었던 축입니다. 영화 자체는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그 무렵 국내 오락실의 동전은 대전격투와 슈팅 쪽으로 몰려 있었습니다. 배트맨 간판을 보고 한 판 해 보는 사람은 많았어도, 계속 붙잡고 있는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조작이 손에 익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지 않습니다. 다만 실사 배우가 움직이는 화면과 영화의 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하는 구성은 여전히 그 시절 오락실의 분위기를 잘 남기고 있습니다. 그때 이 기계 앞을 지나쳤던 사람이라면 화면만 봐도 당시가 떠오를 만한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