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토드 (패미컴)
배틀토드 (Battletoads Europe) · 1991 · Tradew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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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스테이지에서 멈춘 사람들
어려운 게임 이야기가 나오면 거의 반드시 언급되는 이름이 있습니다. 배틀토드, 그중에서도 3스테이지 터보 터널입니다. 개구리가 호버바이크를 타고 앞으로 질주하는 구간인데, 속도가 단계적으로 올라가면서 벽이 계속 튀어나옵니다. 한 번만 부딪혀도 즉사입니다.
문제는 이 구간이 반사신경이 아니라 암기를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에는 화면에 벽이 보이고 나서 반응해서는 절대 피할 수 없는 속도가 되기 때문에, 어느 순간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지를 통째로 외워야 합니다. 게임 전체가 열세 개 스테이지인데 세 번째에서 진도가 멈춘 사람이 수두룩했고, 그 좌절의 기억이 오히려 이 게임을 유명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배틀토드 (패미컴)(Battletoads)는 영국의 레어가 개발한 액션 게임입니다. 다크 퀸에게 잡혀간 동료 피클스와 안젤리카 공주를 구하기 위해 랩과 지츠 두 마리 개구리가 나서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기본은 옆으로 걸으며 적을 때려잡는 액션이지만, 이 게임의 진짜 특징은 스테이지마다 장르가 통째로 바뀐다는 데 있습니다. 격투 구간, 레이싱 구간, 줄을 타고 내려가는 구간, 뱀 등을 밟고 올라가는 구간, 벽을 타고 오르는 구간이 차례로 나오고,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는 스테이지가 거의 없습니다.
타격의 쾌감
난도 이야기에 가려지곤 하지만 이 게임의 격투 감각은 대단히 좋습니다. 적을 몇 대 때려서 비틀거리게 만든 뒤 마지막 한 방을 넣으면, 개구리의 주먹이 갑자기 화면 절반만 한 망치로 변하거나 발이 거대한 부츠가 되어 적을 날려 버립니다.
이 마무리 연출이 적마다 다르게 준비되어 있어서, 새로운 적을 만날 때마다 어떤 애니메이션이 나올지 보려고 일부러 마무리를 노리게 됩니다. 8비트 화면에서 이만큼 큰 스프라이트를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 자체가 당시로서는 기술적인 자랑거리였습니다.
열세 개 스테이지의 지형
1스테이지는 기본기를 익히는 격투 구간이고, 2스테이지에서는 밧줄을 타고 수직 통로를 내려갑니다. 그리고 3스테이지가 앞서 말한 터보 터널입니다.
이 고비를 넘겨도 편해지지는 않습니다. 중반에는 급류를 타고 내려가는 구간, 좁은 발판 위에서 균형을 잡는 구간, 회전하는 기계 장치를 피해 가는 구간이 이어집니다. 후반의 클링어 윙어와 라트 레이스 구간은 터보 터널만큼이나 정밀한 조작을 요구합니다.
마지막 다크 퀸 타워는 벽을 타고 올라가며 방해물을 피하는 구성인데, 여기까지 온 사람에게 주는 마지막 시험 같은 성격입니다.
왜 이렇게 어려웠나
이 시절에는 카트리지 용량이 제한적이었고, 짧은 분량을 오래 붙들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가 난도였습니다. 배틀토드는 그 전략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사례입니다.
특히 아쉬운 점은 2인 플레이에도 아군 오사 판정이 있다는 것입니다. 협력하려고 둘이 붙어서 싸우다 보면 서로를 때리게 되고, 결국 남은 잔기를 함께 소모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런데도 이 게임이 명작으로 남은 이유는, 그 벽 너머에 확실히 볼 만한 것들이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스테이지를 넘길 때마다 완전히 새로운 화면이 나온다는 약속을 이 게임은 끝까지 지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