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로 이터널 나이트 (GBA)
더 레전드 오브 스파이로 이터널 나이트 (The Legend of Spyro the Eternal Night E Sir Vg) · 2007 · Vivendi Games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보라색 새끼 용 스파이로는 원래 넓은 들판을 뛰어다니며 보석을 줍는 캐릭터였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 들어 시리즈가 새로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꽤 달라졌습니다. 귀엽고 헐렁하던 모험담 대신, 세계의 운명을 진지하게 다루는 이야기가 붙었습니다. 이 작품은 그 새 노선의 두 번째 이야기이고, 휴대용 기기판은 거치형과 같은 이야기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다시 만들어 낸 물건입니다.
이 게임은 스파이로를 조작해 옆으로 나아가며 싸우는 액션 게임입니다. 정식 이름은 스파이로 이터널 나이트(The Legend of Spyro: The Eternal Night)이고, 거치형판이 3차원 공간을 돌아다니는 형태인 것과 달리 휴대용판은 화면이 옆으로 흐르는 구성을 택했습니다. 걷고, 뛰고, 날갯짓으로 잠깐 활공하고, 입에서 원소의 숨결을 뿜어 적을 쓰러뜨립니다.
네 가지 숨결
이 게임의 중심은 스파이로가 쓸 수 있는 여러 원소의 숨결입니다. 불로 태우는 것, 얼음으로 굳히는 것, 전기로 지지는 것, 땅의 힘으로 밀어내는 것이 각각 성격이 다릅니다. 단순히 위력만 다른 게 아니라 쓰임새가 갈립니다.
어떤 적은 특정 숨결에만 반응하고, 어떤 장애물은 정해진 힘으로만 치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싸움 도중에 숨결을 바꿔 가며 상황에 맞추는 게 기본 동작이 됩니다. 하나만 쓰면 금방 막힙니다.
숨결에는 소모되는 양이 있어서 무한정 뿜을 수 없습니다. 다 쓰면 회복될 때까지 기본 공격으로 버텨야 하니, 언제 아끼고 언제 쏟아붓느냐를 판단하게 됩니다. 이 자원 관리가 싸움에 긴장을 만듭니다.
싸움의 짜임
적이 나오면 화면이 잠기고, 그 자리의 적을 다 정리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구간이 자주 나옵니다. 액션 게임에서 흔한 방식인데, 여기서는 적의 성격이 섞여 나오기 때문에 정리 순서를 잘 잡아야 합니다.
멀리서 던지는 적을 먼저 치우고 붙어 오는 적을 상대하는 게 보통 정답입니다. 반대로 하면 뒤에서 날아오는 것에 계속 맞으면서 싸우게 되고, 체력이 금방 깎입니다.
공중에 잠깐 떠 있는 동작도 싸움에 쓸 만합니다. 바닥의 적들이 몰려들 때 살짝 띄워 거리를 벌린 뒤 숨결을 뿜으면 안전하게 정리됩니다. 이 동작을 쓸 줄 아느냐가 초반 난이도를 크게 바꿉니다.
성장과 되돌아가기
진행하면서 능력을 키울 수 있고, 새로 얻은 숨결로 전에 못 지나갔던 곳을 열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 지나간 구역에 다시 가 볼 이유가 생깁니다. 모아야 할 것들이 그런 자리에 숨어 있습니다.
다만 되돌아가는 동선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지나온 길을 그대로 다시 걸어야 하는 구간이 있어서, 다 모으려 들면 같은 길을 여러 번 오가게 됩니다. 굳이 다 모으지 않고 진행만 해도 이야기는 끝까지 볼 수 있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가장 흔한 실패는 숨결을 아무 때나 쓰다가 정작 필요할 때 바닥나는 것입니다. 잡몹은 기본 공격으로도 충분히 정리되는 경우가 많으니, 숨결은 단단한 적이나 몰려 있는 상황에 남겨 두는 게 좋습니다.
두 번째는 체력 관리입니다. 맞으면서 밀어붙이는 식으로 진행하면 큰 싸움이 나왔을 때 이미 남은 체력이 없습니다. 회복 수단이 넉넉하지 않으니, 평범한 구간에서 맞지 않고 지나가는 습관이 나중을 좌우합니다.
세 번째는 방어와 회피를 안 쓰는 것입니다. 계속 공격만 누르고 있으면 상대의 큰 동작에 그대로 맞습니다. 상대가 자세를 잡는 순간 물러섰다가 끝난 뒤에 들어가는 리듬을 익혀야 합니다.
시리즈 안에서의 자리
이 무렵 스파이로 시리즈는 거치형과 휴대용판을 서로 다른 회사가 따로 만드는 일이 잦았습니다. 그래서 같은 이름을 달고도 장르 자체가 다른 경우가 나옵니다. 이 휴대용판도 그런 사례여서, 거치형을 해 본 사람이 기대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게임이 나옵니다.
작은 화면에 맞춰 옆으로 흐르는 형태를 택한 건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3차원 공간을 억지로 욱여넣은 이식판들이 대개 조작이 답답해지는 것과 달리, 이쪽은 손에 붙는 액션이 됐습니다. 스파이로라는 이름을 몰라도 액션 게임 하나로 무리 없이 즐길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