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크 맨
스파크 맨 (Spark Man v2 0 SET 1) · 1989 · SunA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80년대 말 국산 아케이드 기판 중에는 일본 대작의 인상을 그대로 빌려 오되 그 안에 자기 나름의 규칙을 심어 놓은 물건들이 있었습니다. 스파크 맨도 그런 게임입니다. 화면 구성이나 병사들이 몰려오는 모양새는 그 시절 유행하던 군대식 런앤건 그대로인데, 정작 보스 구간에 들어가면 적을 일정 수 이상 잡아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보스를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할당량을 채우는 방식이라, 처음 보면 당황하게 됩니다.
스파크 맨(Spark Man)은 썬에이 일렉트로닉스가 만든 런앤건 액션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지구를 지키는 요원을 조종해 옆으로, 때로는 위로 이어지는 스테이지를 나아가며 총을 든 병사와 기계 병기를 처리합니다. 레버로 이동과 점프를 하고 버튼으로 사격과 근접 공격을 하는, 이 장르의 표준적인 조작입니다. 플랫폼 요소가 섞여 있어 발판을 밟고 올라가는 구간도 자주 나옵니다.
총과 발, 두 가지 공격
이 게임에서 먼저 익혀야 할 것은 사격만이 답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적이 코앞까지 붙었을 때는 총보다 발차기가 빠릅니다. 총알에는 발사 간격이 있어서 근거리에서 몰아치는 적을 상대하기에 답답한데, 근접 공격은 그 틈을 메워 줍니다. 병사가 떼로 달려드는 구간에서는 뒤로 물러나며 쏘다가 붙는 놈만 걷어차는 식으로 번갈아 쓰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무기는 기본 기관총 외에 로켓, 화염방사기, 수류탄이 있습니다. 다만 이 특수 무기들은 탄이 무한하지 않고 스테이지 안에서 주운 만큼만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 데서나 쏟아 버리면 정작 필요할 때 기본 총으로 돌아가 있게 됩니다.
쓰는 자리를 골라야 합니다. 좁은 통로에서 적이 줄지어 나오는 구간은 화염방사기가 압도적으로 유리하고, 덩치 큰 기계 병기를 상대할 때는 로켓 쪽이 시간을 크게 줄여 줍니다. 수류탄은 발판 위나 벽 뒤에 자리 잡은 적을 직선 사격으로 닿지 않을 때 쓰는 용도입니다. 이 세 가지를 상황에 맞춰 나눠 쓸 줄 알게 되면 진행이 눈에 띄게 편해집니다.
발판과 지형이 만드는 위험
순수한 런앤건이라면 지형은 배경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발판을 딛고 올라가는 구간이 상당히 많고, 떠다니는 발판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 대목도 나옵니다. 이때가 가장 위험합니다. 발판 위에서는 좌우로 피할 공간이 없어서, 아래나 옆에서 날아오는 총알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요령은 발판에 올라타기 전에 주변 적을 먼저 정리하는 것입니다. 서둘러 올라간 다음 위에서 총싸움을 하려 들면 대개 떨어지거나 맞습니다. 발판은 이동 수단이지 전투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이 낫습니다.
위로 올라가는 스크롤 구간에서는 화면이 강제로 밀려 올라가므로 머뭇거릴 수 없습니다. 아래쪽 화면 밖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계속 위로 뛰어야 하는데, 이 압박 속에서 적까지 상대해야 하니 난이도가 확 뜁니다. 이런 구간에서는 점수나 아이템 욕심을 접고 위로 붙는 것에만 집중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보스 구간의 할당량
이 게임에서 가장 낯선 규칙이 보스 구간의 처리 방식입니다. 커다란 적 하나의 체력을 깎아 내는 방식이 아니라, 밀려나오는 적을 정해진 수만큼 처치해야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갑니다. 그래서 화면을 채운 적을 얼마나 빠르고 안전하게 갈아 내느냐가 관건이 됩니다.
대응은 단순합니다. 먼저 화면에서 가장 안전한 자리를 찾고, 그 자리를 지키면서 계속 쏘는 것입니다. 무리하게 앞으로 나가 봐야 처치 속도는 크게 늘지 않고 위험만 커집니다. 특수 무기가 남아 있다면 이 구간에 몰아 쓰는 것이 가장 값어치가 있습니다.
스테이지는 아홉 개 층으로 이어지며, 뒤로 갈수록 화면에 나오는 적의 수와 종류가 함께 늘어납니다. 기계 공룡처럼 덩치 큰 적도 등장하는데, 이런 적은 정면에서 맞서기보다 사거리 밖에서 조금씩 깎는 편이 안정적입니다.
썬에이와 국산 기판의 시절
썬에이 일렉트로닉스는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까지 아케이드 기판을 만들던 국내 회사입니다. 이 시기 국산 기판 제작사들은 대개 비슷한 조건에 있었습니다. 일본 대작들이 오락실을 채우고 있는 상황에서, 그보다 싼 값에 들여놓을 수 있는 기판을 만들어 공급하는 일이었습니다. 기술적 제약과 짧은 개발 기간 속에서 나온 결과물이라 완성도가 고르지는 않지만, 그 안에서도 나름의 판단이 들어간 부분이 보입니다.
스파크 맨은 2인 동시 플레이를 딥 스위치로 켜고 끌 수 있게 만들어 두었습니다. 오락실 주인이 기계의 회전율을 보고 설정을 고를 수 있게 한 것인데, 기판을 사는 쪽의 사정을 고려한 선택입니다. 게임 자체보다 이런 부분에서 그 시절 국산 기판이 놓여 있던 자리가 드러납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조작 감각이 다소 뻣뻣하고 판정이 관대하지 않다는 점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도 무기를 골라 쓰는 재미와 층층이 올라가는 구성은 분명한 개성이라, 그 시절 국산 아케이드가 무엇을 만들려 했는지 보여 주는 자료로서도 볼 만한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