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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저스 팰리스 2000

시저스 팰리스 2000 (Caesars Palace 2000 Millennium Gold Edition) · 2000 · Inter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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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를 게임기로 옮겨 놓으면 무엇이 남을까요. 돈을 잃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따도 지갑이 두꺼워지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종류의 게임이 꾸준히 만들어졌습니다. 규칙을 배우고, 판돈을 걸고, 결과를 기다리는 그 과정 자체가 놀이가 되기 때문입니다.

시저스 팰리스 2000(Caesars Palace 2000)은 라스베이거스의 유명 카지노를 배경으로 여러 도박 종목을 모아 놓은 게임입니다. 화면 속 카지노를 돌아다니며 원하는 테이블에 앉고, 가진 칩을 걸어 판을 벌입니다. 실제 돈이 오가지 않는 대신 종목의 규칙과 흐름을 마음껏 익힐 수 있습니다.

시저스 팰리스 2000 보드·카드 게임 화면 1 - 플레이스테이션 (2000)

어떤 종목들이 들어 있나

수록 종목이 많은 것이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카드로는 블랙잭과 바카라, 여러 갈래의 포커가 들어 있고, 주사위를 쓰는 크랩스, 바퀴를 돌리는 룰렛도 있습니다. 여기에 화면 앞에 앉아 혼자 하는 슬롯머신과 비디오 포커, 키노까지 갖췄습니다.

종목마다 규칙 설명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크랩스처럼 처음 보면 무엇을 하는지 알기 어려운 종목도 있는데, 어디에 무엇을 걸 수 있고 어떤 경우에 이기는지를 화면에서 확인하며 배울 수 있습니다. 실제 카지노에서는 규칙을 모른 채 앉기가 부담스럽지만, 여기서는 잃어도 그만이니 부담 없이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한 판의 흐름은 단순합니다. 테이블을 고르고, 걸 금액을 정하고, 결과를 봅니다. 칩이 늘면 더 높은 판돈의 테이블에 앉을 수 있고, 다 잃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무엇을 하는 재미인가

이런 게임의 재미는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규칙을 익히는 재미입니다. 블랙잭에서 언제 카드를 더 받고 언제 멈춰야 하는지, 포커에서 어떤 패를 남기고 어떤 패를 버려야 하는지를 반복하며 감을 잡게 됩니다. 이렇게 얻은 감각은 게임 밖에서도 그대로 쓸 수 있는 지식입니다.

다른 하나는 판돈을 굴리는 재미입니다. 처음 받은 칩을 어디까지 불릴 수 있는지 시험하는 것인데, 여기서 사람마다 성향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조금씩 안전하게 쌓아 가는 쪽과, 한 번에 크게 거는 쪽으로 갈립니다. 잃을 것이 없으니 평소라면 못 할 무모한 선택도 해 보게 됩니다.

오래 하기의 어려움

솔직히 말하면 이런 종류의 게임에는 끝이 없습니다. 물리쳐야 할 보스도, 봐야 할 결말도 없습니다. 칩을 얼마까지 모았는지가 유일한 성과라, 어느 정도 하다 보면 목표가 흐려집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몰아서 오래 하기보다 짬을 내 한두 판씩 하기에 어울립니다. 오늘은 룰렛만, 다음에는 크랩스만 하는 식으로 종목을 나눠 접근하면 지루함이 덜합니다. 종목이 많다는 점이 이럴 때 효과를 냅니다.

카지노 게임이라는 장르

가정용 기기에는 이런 카지노 모음집이 세대마다 꾸준히 나왔습니다. 만들기가 비교적 수월하고, 규칙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어 설명이 적게 들며, 종목을 여럿 담으면 분량이 채워지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실제 존재하는 유명 카지노의 이름을 붙였다는 점에서 그중에서도 간판이 뚜렷한 축입니다.

새로운 세기를 앞두고 나온 작품답게 화면을 화려하게 꾸미고 종목을 대폭 늘린 구성인데, 이는 이 계열 게임들이 서로 경쟁하던 방식이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종목을 담았는지가 곧 상품성이었습니다.

국내에서

한국에서 이런 카지노 게임은 주류가 아니었습니다. 도박 자체에 대한 사회적 거리감이 있었고, 무엇보다 화면의 안내가 전부 영어인 데다 종목마다 전문 용어가 나와서 읽지 않고는 진행이 어려웠습니다. 액션이나 축구 게임처럼 잡자마자 알 수 있는 종류와는 성격이 달랐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접한 사람은 대체로 카드 게임 자체를 좋아했거나, 카지노 종목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궁금했던 쪽입니다. 그런 목적이라면 지금도 쓸모가 있습니다. 돈이 걸리지 않은 자리에서 종목의 규칙과 확률 감각을 익혀 두는 데는 이만한 방법이 드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