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런
아웃런 (Out Run Sitdownupright REV B) · 1986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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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전에 라디오를 켠다
이 게임은 시작하자마자 달리게 하지 않습니다. 먼저 차 안의 라디오 화면을 보여 주며 어떤 곡을 틀고 달릴지 고르게 합니다. 경쾌한 곡, 잔잔한 곡, 웅장한 곡 중 하나를 손으로 고르는 그 몇 초가 이 게임의 성격을 전부 설명합니다. 순위를 다투는 경주가 아니라 기분 좋게 달리는 드라이브라는 선언이었습니다.
아웃런(Out Run)은 세가가 만든 드라이브 레이싱 게임입니다. 오픈카에 동승자를 태우고 해변에서 출발해 제한 시간 안에 체크포인트를 통과하며 종착지까지 달리는 구성이며, 순위 경쟁 대신 풍경과 속도감을 앞세운 것이 특징입니다.
갈림길에서 고르는 나만의 경로
이 게임의 상징은 스테이지 끝마다 나타나는 갈림길입니다. 도로가 두 갈래로 갈라지고 어느 쪽으로 핸들을 꺾느냐에 따라 다음 무대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왼쪽은 대체로 쉽고 오른쪽은 어려운 편이라, 실력에 맞춰 자기 코스를 짤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갈라진 길들은 여러 갈래의 종착지로 이어지고, 도착하는 곳마다 다른 결말 장면이 나옵니다. 한 번 완주했다고 끝이 아니라 다른 길을 골라 다시 달리게 만드는 구조라 반복 플레이의 이유가 분명합니다.
시간과의 싸움
경쟁 상대는 다른 주자가 아니라 시계입니다. 체크포인트를 통과할 때마다 시간이 조금씩 더해지고, 그 안에 다음 지점에 도달하지 못하면 그대로 끝납니다. 앞차를 들이받거나 도로 밖 야자수에 부딪히면 차가 크게 튀어 오르며 시간을 잃습니다.
변속은 저단과 고단 두 단계로 단순하지만, 곡선 구간에서 언제 낮추고 언제 올리는지가 기록을 좌우합니다. 미끄러지듯 코너를 도는 드리프트 감각이 좋아, 정확한 주행보다 기분 좋은 주행을 하게 만듭니다.
화면을 흐르게 만든 기술
배경의 야자수와 표지판, 앞차가 작은 점에서 순식간에 커지며 지나가는 표현은 당시 기술로는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화면 가득한 도로가 굽이치고 언덕을 넘을 때 시야가 열리는 연출이 속도감을 실제보다 훨씬 크게 부풀립니다.
거기에 몸을 실을 수 있는 대형 체감형 기기가 더해지면서 오락실의 얼굴 노릇을 했습니다. 파란 하늘과 해변, 붉은 오픈카로 이어지는 이 게임의 이미지는 이후 수십 년 동안 드라이브 게임의 원형처럼 인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