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런 3-D
아웃런 3-D (Out Run 3 D Europe) · 1989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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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쓰고 하는 게임
1980년대 후반, 세가는 마스터시스템에 입체 안경을 붙여 파는 시도를 했습니다. 화면이 좌우 영상을 빠르게 번갈아 내보내고, 안경이 그에 맞춰 한쪽 눈을 가렸다 여는 방식입니다. 이 안경을 전제로 만들어진 게임이 여덟 편 정도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작품입니다.
주제로 고른 것이 드라이빙이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도로가 앞으로 뻗어 나가고 표지판과 나무가 화면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장르는, 입체감을 보여 주기에 가장 유리한 소재입니다. 안경 없이도 평면 모드로 즐길 수 있게 만들어져 있어, 지금 해 보아도 게임 자체는 온전히 돌아갑니다.
어떤 게임인가
아웃런 3-D(OutRun 3-D)는 빨간 오픈카를 몰고 제한 시간 안에 다음 구간에 도달하는 드라이빙 게임입니다. 화면 뒤쪽에서 차를 바라보는 시점으로, 좌우로 핸들을 꺾고 가속과 감속을 조절하며 도로를 달립니다. 목표는 경쟁 상대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싸우는 것입니다. 체크포인트를 통과할 때마다 시간이 더해지고, 시간이 다하면 그 자리에서 끝납니다.
이름은 아웃런이지만 오락실 아웃런을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닙니다. 코스와 구성이 새로 짜인 별개의 작품에 가깝습니다. 오락실판에서 인상적이던 갈림길 구조와 해변 도로의 분위기는 이어받되, 마스터시스템의 성능과 입체 표현에 맞춰 다시 만들어졌습니다.
달리는 요령
이 게임에서 가장 흔한 실패는 코너에서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려다 도로 밖으로 튀어 나가는 것입니다. 풀밭이나 모래로 나가면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되돌아와 다시 속도를 올리는 데 시간을 크게 잃습니다. 코너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감속하고, 곡선 안쪽을 따라 도는 것이 기본입니다.
다른 차와의 충돌도 조심해야 합니다. 앞차를 들이받으면 속도를 잃을 뿐 아니라 자세가 흐트러져 그대로 도로를 벗어나기 쉽습니다. 멀리서 미리 진로를 정해 두고, 차선을 한 번에 크게 바꾸기보다 조금씩 옮겨 붙는 편이 안전합니다.
시간 관리도 실력입니다. 체크포인트마다 남는 시간이 빠듯하기 때문에, 한 번의 큰 실수가 그대로 게임 오버로 이어집니다. 위험한 구간에서 무리해 몇 초를 벌기보다, 실수 없이 꾸준히 달려 체크포인트를 통과하는 쪽이 결국 멀리 갑니다.
입체 안경이라는 실험
3-D 시리즈는 지금 보면 시대를 앞서간 시도였습니다. 화면을 번갈아 내보내는 방식이라 실제로는 화면이 어두워지고 깜빡임이 느껴졌고, 안경 자체도 별도로 사야 하는 물건이었습니다. 대중적으로 자리 잡기에는 여러 조건이 맞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기술을 위해 만들어진 게임들은 나름의 특징을 갖게 되었습니다. 입체감을 살리려다 보니 화면 앞뒤로 물체가 움직이는 연출에 힘이 실렸고, 이 작품에서도 도로가 뻗어 나가는 원근 표현이 같은 시기 마스터시스템 레이싱 게임들보다 신경 쓴 티가 납니다. 안경 없이 평면으로 해도 그 설계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아웃런이라는 이름
원조 아웃런은 1986년 오락실에서 나온 세가의 대표작입니다. 커다란 몸체를 흔들며 즐기던 그 기계와, 라디오를 골라 음악을 트는 연출은 드라이빙 게임의 기준을 새로 세웠습니다. 그 이름은 이후 여러 기종으로 퍼졌고, 각 기종의 사정에 맞춰 조금씩 다른 게임이 되어 나갔습니다.
마스터시스템에서는 오락실판을 옮긴 이식작과 별개로 이 3-D판, 그리고 또 다른 갈래의 작품까지 여러 편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아웃런이라는 이름을 달았다고 해서 같은 게임을 기대하면 어긋나기 쉽습니다. 이 작품은 그중에서도 가장 실험적인 위치에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기억
국내에서 아웃런은 오락실 쪽 기억이 압도적입니다. 빨간 스포츠카와 야자수 늘어선 해변 도로는 드라이빙 게임의 상징 같은 그림이었습니다. 반면 마스터시스템의 3-D 시리즈는 안경이라는 별도 주변기기가 필요했던 탓에 국내에서 실물을 본 사람이 극히 드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이름만 알고 실제로는 해 보지 못한 축에 속합니다. 지금은 평면 모드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으니, 오락실 아웃런의 기억을 가진 사람이라면 8비트 기기가 그 감각을 어디까지 흉내 냈는지 비교해 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