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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엑스맨 (X Men 4 Players Ver Ubb) · 1992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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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두 개를 이어 붙인 기계

어떤 오락실에는 화면이 두 개 붙어 있고 조이스틱이 여섯 개 달린 커다란 기계가 있었습니다. 좌우로 길게 이어진 화면 위를 여섯 명이 동시에 뛰어다니며 로봇을 때려 부수는 광경은 그 자체로 구경거리였고, 자리가 없어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여럿이 함께한다는 것이 이 정도 규모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 준 기계였습니다.

엑스맨(X-Men)은 초능력을 가진 돌연변이 영웅들이 매그니토의 계획을 저지하러 나서는 벨트스크롤 액션입니다. 각자 전혀 다른 능력을 가진 인물 중에서 하나를 골라, 몰려드는 로봇과 악당을 걷어 내며 오른쪽으로 나아갑니다.

엑스맨 벨트스크롤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2)

여섯 명의 능력

고를 수 있는 인물은 여섯입니다. 눈에서 광선을 쏘는 대장 격 인물, 손등에서 발톱이 나오는 야수 같은 사내, 강철 몸을 가진 거구, 날씨를 다루는 여성, 순간이동을 하는 인물, 빛을 다루는 인물이 각각 다른 색으로 나섭니다. 사거리와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달라서 자리 경쟁이 붙곤 했습니다.

이 게임의 핵심은 버튼 두 개를 함께 눌러 쓰는 초능력입니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광선이나 몸을 감싸는 폭발이 나가 주변 적을 한꺼번에 정리하는데, 대신 자기 체력이 줄어듭니다.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썼다가 오히려 체력이 바닥나는 일이 흔해서, 언제 쓰느냐가 오래 버티는 요령이었습니다.

엑스맨 벨트스크롤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2)

적과 보스

적으로는 거대한 로봇 감시자들이 끝없이 밀려오고, 그 사이사이에 원작에서 낯익은 악당들이 보스로 나옵니다. 불을 다루는 자, 몸집이 거대한 돌진형 악당, 얼음처럼 차가운 여성, 눈 덮인 산에서 나타나는 괴물까지 각자 다른 방식으로 몰아붙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석의 힘을 다루는 매그니토가 기다립니다. 그가 등장하며 내뱉는 대사는 어색한 영어 문장 그대로 유명해졌고, 이 게임을 해 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 목소리를 기억합니다. 그 한마디가 이 작품을 오래 회자되게 만든 요소이기도 합니다.

엑스맨 벨트스크롤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92)

계속 밀려드는 적

난이도는 만만치 않습니다. 적이 끊이지 않고 들어오고, 화면이 넓은 만큼 흩어지면 각자 포위당하기 쉽습니다. 여럿이 붙어 있으면 적도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에 사람 수가 많다고 반드시 편해지지도 않습니다.

대신 초능력을 서로 다른 타이밍에 쓰면 상황이 정리됩니다. 한 명이 몰려 있는 적을 광선으로 쓸어 낸 뒤 다른 사람이 뒤를 정리하는 식으로 호흡이 맞으면 진행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모르는 사람끼리도 몇 번 죽어 보면 자연스럽게 역할이 나뉘었습니다.

오락실이 붐비던 시절의 상징

이 게임은 원작 만화가 국내에 널리 알려지기 전에 나왔습니다. 그래서 처음 하는 사람은 등장인물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눈에서 광선이 나가는 캐릭터를 골랐고, 나중에 만화영화를 보고 나서야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여섯 명이 붙는 큰 기계는 어디에나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기계가 놓인 오락실은 그 자체로 이름이 났고, 일부러 찾아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화면 두 개 앞에 여섯 명이 늘어서 있던 광경은 오락실이 가장 붐비던 시기를 보여 주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