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대전격투)
엑스맨: 칠드런 오브 디 아톰 (X Men Children of the Atom) · 1995 · C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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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그대로 움직였다
1994년 오락실에서 이 화면을 처음 본 사람들은 캐릭터 크기부터 놀랐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보다 한 뼘은 커 보이는 영웅들이 화면을 가로지르며 날아다니고, 스톰이 하늘로 떠오르고, 사이클롭스의 눈에서 붉은 빔이 화면 끝까지 뻗었습니다. 만화책에서 보던 장면이 그대로 조작 가능한 형태로 나온 셈이었습니다.
그 게임이 엑스맨(X-Men: Children of the Atom)입니다. 캡콤이 마블 코믹스 판권으로 만든 첫 대전격투이고, 훗날 엑스맨 대 스트리트 파이터와 마블 대 캡콤으로 이어지는 계보의 진짜 시작점입니다. 여기 실린 것은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옮긴 판입니다.
하늘을 쓰는 싸움
이 게임에서 처음 자리 잡은 요소가 대시와 슈퍼 점프입니다. 앞으로 빠르게 미끄러지듯 파고들고, 화면 위쪽까지 솟구쳐 올라가 공중에서 싸움을 겁니다. 지상에서만 진행되던 기존 대전격투의 틀을 위아래로 넓혔고, 이 감각은 이후 캡콤 크로스오버 시리즈 전체의 기본기가 됩니다.
초필살기에는 하이퍼 X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게이지를 쌓아 터뜨리면 화면 전체가 번쩍이고 상대가 크게 날아갑니다. 사이클롭스의 메가 옵틱 블래스트, 스톰의 라이트닝 스톰처럼 원작 팬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아는 기술들이 그대로 들어가 있습니다.
캐릭터
플레이어가 고를 수 있는 쪽은 사이클롭스, 울버린, 스톰, 콜로서스, 아이스맨, 실버 사무라이, 스파이럴, 오메가 레드입니다. 여기에 최종 보스로 매그니토가, 그 앞에는 사이록이 버티고 서 있습니다. 엑스맨 원작에서 굵직한 이름들을 고르게 뽑아 놓았습니다.
캐릭터마다 성격이 확연합니다. 울버린은 발톱으로 빠르게 붙어 두들기고, 콜로서스는 몸으로 밀고 들어가며, 아이스맨은 얼음을 깔아 거리를 재단합니다. 스파이럴은 검을 여러 자루 던지며 화면을 어지럽히는데, 처음 상대하면 뭘 맞았는지 모르고 체력이 사라지곤 했습니다.
색과 소리
CPS2 기판의 색 표현이 마블 만화의 원색과 잘 맞았습니다. 붉은색과 노란색이 뭉개지지 않고 그대로 나오고, 배경은 우주 정거장이나 무너지는 도시처럼 원작 분위기를 살린 곳들입니다. 승리 화면에서 캐릭터가 만화 말풍선처럼 대사를 던지는 연출도 원작 팬을 겨냥한 장치였습니다.
다만 마블 세계관 자체가 국내에서 지금처럼 널리 알려지기 전이라, 당시 오락실에서는 원작을 몰라도 그냥 그림 좋은 대전격투로 즐긴 사람이 많았습니다. 오히려 그래서 캐릭터 성능만 보고 고르는 순수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지금 해 볼 때
조작은 스트리트 파이터 계열의 6버튼이라 손이 금방 붙습니다. 다만 슈퍼 점프와 공중전이 중요한 게임이라, 지상에서만 버티려 하면 위에서 계속 얻어맞습니다. 위로 올라가 상대와 같은 높이에서 싸우는 감각을 먼저 익히는 게 좋습니다.
울버린이나 사이클롭스처럼 정직한 캐릭터로 시작해 기본 콤보를 익히고, 익숙해지면 스파이럴이나 오메가 레드처럼 특이한 캐릭터로 넘어가면 이 게임이 가진 폭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