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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왕 쿠킹

구르메 배틀 퀴즈 요리왕 쿠킹 (Gourmet Battle Quiz Ryohrioh Cooking Japan) · 1998 · V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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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일본 텔레비전에서 요리사들이 정해진 재료로 대결하는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주방을 무대처럼 꾸미고, 진행자가 극적인 목소리로 재료를 발표하고, 심사위원이 맛을 평가하는 그 형식은 나중에 여러 나라로 수출되었습니다. 이 게임은 그 분위기를 오락실로 가져왔습니다. 다만 실제로 요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요리에 관한 문제를 풉니다.

요리왕 쿠킹(Gourmet Battle Quiz Ryohrioh Cooking)은 요리를 주제로 한 퀴즈 게임입니다. 화면에 문제와 선택지가 나오고, 버튼으로 답을 고릅니다. 제한 시간 안에 골라야 하고, 맞히면 앞으로 나아가고 틀리면 손해를 봅니다. 혼자 할 수도 있고 둘이 겨룰 수도 있습니다.

요리왕 쿠킹 보드·카드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8)

퀴즈 게임이라는 갈래

일본 오락실에는 퀴즈만 내는 게임이 하나의 갈래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반사신경이나 손재주 없이 지식만으로 승부가 나기 때문에, 액션 게임에 자신 없는 사람도 붙을 수 있었습니다. 정답을 아느냐 모르느냐가 전부이므로 실패해도 억울하지 않고, 문제를 알고 있으면 아무리 어려운 판도 술술 넘어갑니다.

대신 이 갈래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문제를 다 외우면 게임이 끝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퀴즈 게임은 문제를 아주 많이 넣거나, 문제 순서를 섞거나, 같은 문제라도 답을 고르는 방식을 바꾸는 식으로 수명을 늘렸습니다.

또 하나의 약점은 언어입니다. 문제와 선택지가 전부 일본어로 되어 있으므로, 읽지 못하면 아예 시작할 수가 없습니다. 이 갈래가 일본 밖으로 거의 나가지 못한 이유이고, 지금도 한국 사람이 이런 게임을 즐기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소재로서의 요리

퀴즈 게임은 주제를 무엇으로 잡느냐가 성격을 결정합니다. 잡학 전반을 다루는 게임도 있고,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한정한 게임도 있으며, 이 게임처럼 하나의 분야로 좁힌 것도 있습니다.

요리는 그중에서도 좋은 선택입니다. 누구나 매일 접하는 것이라 문제를 만들기 쉽고, 아주 쉬운 것부터 전문가만 아는 것까지 난이도의 폭이 넓습니다. 재료의 산지, 조리법의 이름, 그릇의 종류, 계절 음식 같은 것들이 모두 문제가 됩니다. 게다가 화면에 음식 그림을 채워 넣으면 그 자체로 눈이 즐겁습니다.

대결 방송의 형식을 빌린 것도 영리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냥 문제를 푸는 것보다 주방에서 상대와 겨룬다는 틀이 있으면 긴장이 생기고, 둘이서 하는 대전 모드도 자연스럽게 붙습니다.

비스코라는 회사

이 게임을 낸 비스코는 일본의 중소 오락실 게임 회사였습니다.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여러 장르에 손을 댔고, 시대의 흐름에 맞춰 게임을 내놓았습니다. 대형 회사들이 3D 대전 격투와 대형 체감 기계로 옮겨 가던 시기에, 이런 회사들은 상대적으로 만들기 쉽고 확실한 수요가 있는 장르를 골랐습니다.

1998년이면 오락실이 정점을 지나 내리막을 걷기 시작하던 무렵입니다. 가정용 게임기의 성능이 오락실을 따라잡았고, 사람들이 굳이 밖에 나갈 이유가 줄었습니다. 그런 시기에도 퀴즈 게임은 꾸준히 나왔습니다. 오락실에 오는 사람들의 성격이 달라진 것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격투 게임의 고수들과 겨룰 자신은 없지만 친구와 가볍게 놀고 싶은 사람들에게 퀴즈는 편한 선택지였습니다.

한국에서

한국 오락실에서는 일본어 퀴즈 게임을 보기 어려웠습니다. 문제를 읽을 수 없으면 게임이 성립하지 않으니 업주가 들여놓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도 한국어로 된 퀴즈 게임이 몇 종류 나왔지만 널리 퍼지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지금도 일본어를 읽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온전히 열려 있는 게임입니다. 다만 화면을 보고 있으면 그 시절 일본 오락실의 한 구석이 어땠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요리 방송을 보다가 나온 게임이 오락실에 놓여 있고, 누군가는 그 앞에서 재료 산지 문제를 맞히고 있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