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어드벤처
월드 어드벤처 (World Adventure) · 1999 · Log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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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 구석 자리에 앉아 있던 조용한 기판
오락실이라고 하면 대개 요란한 소리를 떠올립니다. 격투 게임의 타격음, 슈팅 게임의 폭발음, 레이싱 게임의 엔진 소리가 뒤섞인 곳이지요. 그런데 어느 오락실에나 그 소란에서 한 발짝 비켜난 자리가 하나쯤 있었습니다. 화면이 조용하고, 손이 바쁘지 않고, 대신 눈이 바쁜 기판이 놓인 자리입니다. 월드 어드벤처는 딱 그런 자리에 어울리는 게임입니다.
한 판을 시작하면 화면 가득 패가 쌓여 있습니다. 요란한 시작 연출도, 긴 설명도 없습니다. 그냥 패 더미가 놓여 있고, 시간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그 단순함이 오히려 사람을 붙잡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고, 한 번 손을 대면 남은 패가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이니 자꾸 한 수만 더 두게 됩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월드 어드벤처(World Adventure)는 이른바 상하이류, 즉 마작패 맞추기 퍼즐 계열의 게임입니다. 규칙 자체는 이 계열에서 익히 알려진 그대로입니다. 화면에 입체적으로 쌓인 패 더미에서 같은 그림이 그려진 패 두 장을 찾아 짝지어 없애고, 그렇게 모든 패를 치우면 그 판이 끝납니다.
다만 아무 패나 고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짝을 맞추려면 그 패가 집을 수 있는 상태여야 합니다. 위에 다른 패가 덮여 있으면 안 되고, 좌우 가운데 한쪽은 트여 있어야 합니다. 양옆이 모두 다른 패에 막혀 있고 위에도 무언가 얹혀 있다면, 그 패는 아무리 짝이 눈에 보여도 지금은 건드릴 수 없습니다.
조작은 커서를 움직여 패를 고르고 버튼으로 확정하는 방식입니다. 손가락이 빨라야 하는 게임이 아니라 화면을 오래 들여다보며 짝을 찾아내는 게임이라, 액션이 서툰 사람도 부담 없이 붙을 수 있습니다. 대신 시간 제한이 있어서 마냥 느긋하게 고민할 수는 없습니다.
짝을 지우는 순서가 곧 실력입니다
이 계열 게임을 처음 하는 사람은 보이는 짝을 그냥 보이는 대로 지웁니다. 그러다 중반쯤에서 갑자기 막힙니다. 남은 패는 얼마 안 되는데 집을 수 있는 짝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 오는 것이지요. 이게 상하이류 퍼즐의 본질적인 함정입니다.
같은 그림의 패가 넉 장 있다고 해봅시다. 그중 둘이 지금 나란히 보인다고 덜컥 지워 버리면, 나머지 둘이 서로 위아래로 겹쳐 있거나 양쪽이 막힌 자리에 남아 영영 풀 수 없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익숙해질수록 눈이 먼저 가는 곳이 바뀝니다. 지금 지울 수 있는 짝이 아니라, 지우면 그 아래와 옆이 어떻게 풀리는지를 보게 됩니다.
요령을 하나 들자면, 더미의 꼭대기와 가장자리 끝에 튀어나온 패를 우선 처리하는 것입니다. 꼭대기 패는 그 아래를 눌러 막고 있고, 끝에 길게 늘어선 줄은 안쪽 패의 좌우를 통째로 봉쇄하고 있기 쉽습니다. 이 둘을 먼저 걷어내면 가운데 뭉친 부분이 한결 수월하게 풀립니다.
세계 여행이라는 옷을 입은 퍼즐
제목이 말해 주듯 이 게임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판마다 배경과 분위기가 바뀌고, 패 더미가 쌓인 모양도 달라집니다. 퍼즐 규칙은 그대로인데 화면에 보이는 그림이 계속 바뀌니, 같은 걸 반복한다는 느낌이 덜합니다.
더미의 모양이 바뀐다는 건 단순히 보기 좋으라고 넣은 장식이 아닙니다. 상하이류 퍼즐에서 더미의 형태는 곧 난이도입니다. 넓고 납작하게 깔린 배치는 집을 수 있는 패가 많아 편하지만, 층층이 높게 쌓아 올린 배치는 위에서부터 차근차근 걷어내지 않으면 손을 댈 곳이 없습니다. 판이 넘어갈수록 이 쌓는 방식이 짓궂어집니다.
처음 붙는 사람을 위한 이야기
가장 흔한 실수는 급하게 지우는 것입니다. 시간 제한이 있으니 마음이 급해지는 건 당연한데, 무턱대고 지우다 막다른 길에 들어서면 시간이 남아 있어도 어차피 끝입니다. 화면을 한 번 훑어서 같은 그림이 어디어디 있는지 대략 파악한 다음 손을 대는 편이 결과가 낫습니다.
그림이 비슷해 보이는 패를 헷갈리는 것도 흔한 일입니다. 마작패 도안은 선 하나 차이로 갈리는 것이 적지 않아, 서두르면 엉뚱한 짝을 고르게 됩니다.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모양이 확실히 구별되는 패부터 정리하는 게 안전합니다.
이 게임은 잘하려고 붙드는 종류라기보다, 잠깐 앉아 머리를 비우며 손을 놀리기 좋은 종류입니다.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한 판 한 판이 짧고 깔끔해서, 지금 봐도 시간이 잘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