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히어로즈 1편
월드 히어로즈 (World Heroes Europe) · 1993 · Sun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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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넘어 온 여덟 명
이 게임의 설정은 대담합니다. 어느 과학자가 타임머신을 만들어 시대와 지역이 다른 강자들을 한자리에 모았고, 그래서 전국시대 닌자와 러시아 괴승, 나치 시대의 개조 인간이 같은 링 위에 섭니다. 대전격투 게임이 서로 다른 캐릭터를 붙이려고 만들어 낸 명분 중에서도 유난히 노골적입니다.
그 뻔뻔함이 오히려 매력이 되었습니다. 캐릭터 선택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 어떤 게임인지 짐작이 가고, 실제로 각 캐릭터가 그 출신에 맞는 기술을 씁니다.
어떤 게임인가
월드 히어로즈 1편(World Heroes)은 여덟 명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일대일 대전격투 게임입니다. 네오지오 오락실판이 먼저 나왔고, 이 슈퍼패미컴판은 그것을 가정용으로 옮긴 것입니다.
일반 대전 외에 데스매치 모드가 들어 있습니다. 링에 전기 기둥과 화염 같은 장치가 배치되어 있어, 상대를 그쪽으로 몰아붙이는 것이 그대로 전술이 됩니다. 이 모드가 시리즈의 얼굴이 되었습니다.
캐릭터들
한조와 후마는 각각 일본 전국시대의 닌자를 모티프로 한 캐릭터로, 빠른 기동과 장풍을 갖춰 다루기 쉽습니다. 두 사람은 색만 다른 대칭 캐릭터에 가깝지만 세부 성능이 조금씩 다릅니다.
브록켄은 팔이 늘어나는 개조 인간이고, 라스푸틴은 예측하기 어려운 궤도의 기술을 씁니다. 킴 드래곤은 태권도를 쓰는 캐릭터이고, 머슬 파워는 프로레슬러답게 잡기가 주력입니다. 저마다 원형이 분명해서 처음 봐도 무엇을 할지 짐작이 갑니다.
대전 감각
조작은 요즘 기준으로는 다소 묵직합니다. 기술이 나가는 데 시간이 걸려서, 빠르게 반응하기보다 상대의 움직임을 미리 읽고 먼저 내는 쪽이 유리합니다.
점프 공격의 위력이 크고 대공 수단이 캐릭터마다 편차가 있어, 뛰어드는 쪽과 막는 쪽의 심리전이 자주 벌어집니다. 무작정 뛰면 떨어지지만, 상대가 대공기를 헛치는 순간을 잡으면 큰 이득을 봅니다.
혼자 진행할 때는 여덟 명을 차례로 상대합니다. 컴퓨터는 이쪽의 반복 패턴을 잘 읽지 않는 편이라, 통하는 기술을 찾으면 그것으로 밀어붙일 수 있습니다.
시리즈의 시작
이 작품이 나온 뒤 월드 히어로즈는 2편, 2 제트, 퍼펙트로 이어지며 캐릭터와 시스템을 계속 다듬어 갔습니다. 1편은 그 출발점이라 진용이 단출하고 조작도 투박하지만, 이후 시리즈의 핵심인 데스매치와 역사 인물 설정이 이미 자리 잡혀 있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II 이후 쏟아진 격투 게임 가운데, 확실한 개성으로 기억을 남긴 몇 안 되는 시리즈입니다. 지금 켜 보면 투박한 만큼 오히려 그 시절의 공기가 그대로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