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신전설
작신전설 (Jyanshin Densetsu Quest of Jongmaster) · 1994 · A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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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작으로 하는 모험
마작 게임인데 주인공이 여행을 떠납니다. 마을을 나서고, 길에서 적을 만나고, 그 적과 마작을 칩니다. 이기면 앞으로 나아가고 지면 그 자리에서 막힙니다. 롤플레잉의 겉모습에 마작을 전투 시스템으로 끼워 넣은 물건입니다.
이 조합이 나온 배경에는 사정이 있습니다. 1990년대 초 오락실 마작 게임은 상당수가 성인 취향의 탈의물로 흘러갔고, 그런 기판은 놓을 수 있는 자리가 제한적이었습니다. 대신 이야기와 성장을 붙여 일반 게임처럼 만드는 방향도 있었는데, 이 게임이 그쪽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작신전설(Janshin Densetsu: Quest of Jongmaster)은 롤플레잉 형식을 씌운 대전 마작 게임입니다. 견습 마작사인 소녀가 세상에 풀려난 괴물들을 물리치러 나서고, 그 여정의 모든 싸움이 마작 대국으로 치러집니다. 이기면 다음 상대에게로 나아가고, 그렇게 최강의 자리를 향해 올라갑니다.
기본은 어디까지나 정통 마작입니다. 패를 쌓고 버리고 모아서 역을 만들고 점수를 겨룹니다. 마작 규칙을 모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임이고, 반대로 마작을 아는 사람이라면 설명 없이 바로 앉을 수 있습니다. 오락실 마작 기판이 대개 그랬듯 조작은 전용 버튼 배열로 이루어집니다.
여기에 롤플레잉의 장치가 얹힙니다. 진행에 따라 상대가 바뀌고 강해지며, 화면 밖의 이야기가 판과 판 사이에 끼어듭니다. 마작 실력 자체가 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나아간다는 감각이 붙는 것만으로도 한 판씩 끊기는 대전 마작과는 체감이 달라집니다.
마작을 모르는 사람이 시작한다면
솔직히 말해 진입 장벽이 높습니다. 역의 이름과 조건을 어느 정도 외우지 않으면 무엇을 모으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전부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같은 무늬를 순서대로 세 장 잇는 것과, 같은 패를 세 장 모으는 것, 이 두 가지만 알면 일단 손이 완성되기는 합니다.
가장 흔한 실수는 크고 어려운 역을 노리다가 한 판도 못 나는 것입니다. 오락실 마작은 시간이 걸릴수록 불리해지는 구조이므로, 작더라도 확실히 완성될 손을 빠르게 만드는 편이 실질적입니다. 욕심은 안전하게 앞서고 있을 때만 부리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버릴 패를 감으로 고르는 것입니다. 상대가 버린 패를 보면 무엇을 모으고 있는지 대강 보이고, 그 방향의 패를 던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크게 얻어맞는 일이 줄어듭니다. 공격만 생각하다 상대에게 큰 손을 내주는 것이 초보자가 무너지는 전형적인 방식입니다.
만든 곳
아이컴은 아이렘 출신 인력이 세운 개발사로, 네오지오 계열에서 몇 편의 슈팅으로 이름을 남겼습니다. 시점을 비틀어 놓은 독특한 슈팅과, 사전 렌더링 그래픽을 앞세운 횡스크롤 슈팅이 대표작입니다. 슈팅으로 기억되는 회사가 마작 롤플레잉을 냈다는 점이 이 게임의 이력에서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이 회사는 이후 이름을 바꾸고 계속 활동했습니다. 1990년대 일본 게임 업계에서는 이렇게 개발팀이 회사 간판을 갈아 끼우며 이어지는 일이 잦았고, 그래서 크레딧에 적힌 회사 이름만으로는 계보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기판 자체는 널리 보급된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남아 있는 실물 수가 적은 축에 속하고, 나중에 가정용 기기로 옮겨진 판본이 오히려 접하기 쉬웠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한국 오락실에 마작 기판이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주류였던 적은 없습니다. 마작이라는 놀이 자체가 한국에서 대중적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화투와 카드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마작을 규칙까지 아는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오락실에 놓여 있어도 앉는 사람이 없으면 기계는 곧 다른 것으로 바뀝니다.
그래서 이런 게임은 국내에서 이름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지금 해 보려는 사람에게 이 게임이 갖는 매력은 조금 다른 데 있습니다. 마작을 배우는 중이라면, 이기고 지는 것 말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목표가 붙어 있어서 연습을 계속할 이유가 생긴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