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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로 GO!

전차로 GO! (Densha de Go Ver 2 3 J) · 1996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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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 게임의 목표라면 적을 쓰러뜨리거나 결승선에 먼저 닿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이 게임의 목표는 정시에 도착해 정해진 위치에 정확히 멈추는 것입니다. 빨리 가면 감점이고, 승강장의 정지 표지에서 삼십 센티미터만 벗어나도 감점입니다. 서두를수록 손해를 보는 이 규칙이 오락실이라는 공간에서 통할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전차로 GO!(Densha de Go!)는 실제 노선의 전철을 운전하는 시뮬레이션입니다. 화면에는 운전실에서 내다본 선로가 펼쳐지고, 손에는 실물을 흉내 낸 조작 장치가 놓입니다. 속도를 올리는 손잡이와 브레이크를 다루는 손잡이가 따로 있어, 실제 전철 기관사의 조작을 그대로 재현합니다. 총을 쏘거나 방향을 꺾는 조작이 하나도 없이, 오직 속도를 올리고 줄이는 것만으로 한 판이 굴러갑니다.

전차로 GO! 레이싱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6)

시간과 위치, 두 개의 저울

한 구간을 운전하는 동안 계속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시간표입니다. 각 역에 몇 시 몇 분 몇 초에 도착해야 하는지가 정해져 있고, 이상적으로는 0.5초 안쪽으로 맞춰야 합니다. 둘째는 정지 위치입니다. 승강장에는 여기 서라는 표지가 있고, 그 앞뒤 삼십 센티미터 안에 차를 세워야 만점입니다.

이 둘이 서로 부딪칩니다. 시간을 맞추려고 속도를 내면 정지 위치를 잡기 어려워지고, 정지 위치를 확실히 하려고 일찍 감속하면 시간이 늦어집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언제 브레이크를 넣을 것인가를 계속 판단하는 게임입니다.

점수는 남은 시간을 사고파는 방식으로 굴러갑니다. 정시에 정확히 세우면 시간이 더해지고, 터널이나 철교 앞에서 규정대로 경적을 울려도 시간이 더해집니다. 반대로 제한 속도를 넘거나 승강장을 지나쳐 버리면 시간이 깎입니다. 남은 시간이 0이 되면 그 자리에서 운전이 끝납니다.

전차로 GO! 레이싱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6)

브레이크를 다루는 요령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겪는 일은 승강장을 지나쳐 버리는 것입니다. 전철은 자동차와 달리 브레이크를 넣어도 곧바로 서지 않습니다. 몇백 미터를 더 미끄러진 뒤에야 멈춥니다. 그래서 역이 보인 다음에 브레이크를 잡으면 이미 늦습니다.

요령은 역에 도착하기 훨씬 전부터 단계적으로 감속하는 것입니다. 강한 브레이크로 한 번에 줄이려 하면 승객이 흔들려 감점이 되고 정지 위치도 흐트러집니다. 약한 단계로 일찍 시작해 조금씩 속도를 떨어뜨리다가, 마지막에 아주 낮은 속도로 살금살금 표지까지 밀고 들어가는 방식이 정석입니다.

또 하나 챙길 것은 제한 속도 표지입니다. 곡선 구간이나 분기 구간에는 속도 제한이 걸려 있고, 넘으면 곧바로 감점입니다. 화면 안내를 계속 보면서 미리 줄여 두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시간을 아끼겠다고 제한 구간에서 속도를 유지하면 감점으로 더 큰 손해를 봅니다.

어떤 노선을 달리는가

이 작품에서는 일본의 실제 노선 몇 곳의 일부 구간을 달립니다. 교토 쪽의 사가노 구간, 도쿄의 게이힌 도호쿠 계열과 야마노테 계열, 그리고 도카이도 계열 구간이 들어 있습니다. 실제 풍경과 역 이름을 그대로 옮겼기 때문에, 그 노선을 타 본 사람이라면 창밖 풍경만으로 다음 역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 점이 일본에서 이 게임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매일 타고 다니는 그 전철을 자기가 직접 운전한다는 감각은 다른 어떤 게임도 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시리즈의 시작과 그 뒤

이 작품이 시리즈의 첫 편입니다. 이후 여러 편이 이어지며 다루는 노선이 늘고 조작 장치도 정교해졌습니다. 가정용으로 나온 판은 백만 장 넘게 팔려, 타이토의 역사에서 스페이스 인베이더 다음으로 성공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운전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 자체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그것을 오락실 기계로 만들어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이 게임이 처음에 가깝습니다. 이후 버스, 비행기, 트럭 등 온갖 것을 운전하는 게임들이 나온 배경에 이 작품이 있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한국 오락실에서 이 기판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전용 조작 장치가 달린 큰 기계라 들여오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고, 무엇보다 화면에 나오는 노선과 역 이름이 전부 일본 것이었습니다. 매일 타는 전철을 운전한다는 이 게임의 핵심 매력이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도 한 번 앉아 본 사람들은 대체로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총도 없고 상대도 없는데 손에 땀이 나는 경험은 흔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열어 보아도 그 감각은 그대로입니다. 속도계를 보며 브레이크 단계를 하나씩 내리다 표지 앞에 정확히 멈춰 섰을 때의 만족감은 이 게임만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