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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텔리안

카스텔리안 (Castelian Europe) · 1991 · Triff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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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이 통째로 도는 탑

이 게임을 처음 켜면 눈이 먼저 놀랍니다. 화면 가운데에 굵은 원통 모양 탑이 서 있고, 좌우로 움직이면 탑 자체가 빙글빙글 돌아갑니다. 캐릭터는 화면 가운데에 거의 고정되어 있고, 대신 탑의 벽돌 무늬와 발판이 옆으로 흘러갑니다. 원통 겉면을 걷고 있다는 걸 그림 한 장으로 알려 주는 방식입니다.

그 시절 기기에서 이런 회전을 흉내 내려면 배경 무늬를 한 칸씩 밀어 가며 다시 그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탑이 도는 동안 화면이 약간 어른거리는데, 오히려 그 어색함이 이 게임의 인상으로 남습니다. 평면 화면에서 억지로 입체를 만들어 낸 흔적이기 때문입니다.

카스텔리안 플랫폼 게임 화면 1 - 패미컴 (1991)

어떤 게임인가

카스텔리안(Castelian)은 탑 하나를 바닥에서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것이 전부인 액션 게임입니다. 조작은 좌우 이동과 점프, 그리고 앞으로 굴러가는 공을 던지는 것뿐입니다. 총으로 적을 없애는 게 아니라, 굴러가는 공을 던져 잠시 치우거나 길을 여는 쪽에 가깝습니다.

한 층에는 발판과 사다리, 그리고 돌아다니는 방해물이 있습니다. 발판을 밟고 위로 올라가되, 탑이 원통이므로 왼쪽으로 계속 가면 결국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올라갈 길을 찾을 때는 한 바퀴를 다 돌아보며 뚫린 곳을 확인하는 게 기본입니다.

제한 시간이 있습니다. 화면 위쪽에서 시간이 줄어들고, 다 떨어지면 그대로 실패합니다. 헤매는 것 자체가 손해이기 때문에, 이 게임은 처음에는 탐색이지만 두 번째부터는 외운 길을 빠르게 밟는 게임이 됩니다.

카스텔리안 플랫폼 게임 화면 2 - 패미컴 (1991)

오르는 요령

떨어지면 아래층으로 굴러떨어집니다. 즉시 죽지는 않지만 애써 올라온 높이를 잃고 시간도 잃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점프 거리를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 발판 끝에서 뛰는 것과 조금 앞에서 뛰는 것의 착지점이 확연히 다르므로, 초반 층에서 일부러 몇 번 뛰어 보며 감을 잡아 두는 게 좋습니다.

방해물은 대부분 정해진 길을 왔다 갔다 합니다. 무리해서 공으로 치우려 하기보다, 지나가는 틈을 기다렸다가 건너는 편이 안전합니다. 공은 개수가 넉넉하지 않고, 던진 공이 오히려 원통을 돌아 나에게 돌아오는 경우도 있어서 함부로 쓰면 곤란해집니다.

사다리 앞에서는 잠깐 멈추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사다리를 타는 도중에는 공격도 회피도 못 하기 때문에, 위층 상황을 먼저 보고 올라가야 사다리 끝에서 바로 맞는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층마다 달라지는 탑

층이 올라갈수록 탑의 생김새가 바뀝니다. 초반은 발판이 넓고 방해물도 느긋해서 회전 화면에 눈을 적응시키는 구간에 가깝습니다. 중반부터는 발판이 좁아지고, 밟으면 사라지는 발판과 움직이는 발판이 섞여 나옵니다.

후반의 탑은 아예 구조가 꼬여 있습니다. 위로 곧장 가는 길이 막혀 있어서 일부러 옆으로 한참 돌아가야 하고, 그 사이에 시간이 줄어듭니다. 여기서부터는 길을 아느냐 모르느냐가 성패를 가릅니다. 처음 보는 층에서 한 번에 통과하기는 쉽지 않고, 몇 번 떨어지면서 지도를 머리에 그리게 됩니다.

탑 하나를 끝내면 다음 탑으로 넘어가는데, 배경색과 벽돌 무늬가 바뀌어서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화면이 단순한 만큼 색 하나 바꾸는 것만으로 새 장소에 온 느낌을 냅니다.

이 게임이 남긴 자리

이 작품은 원래 유럽 쪽 가정용 컴퓨터에서 먼저 나온 게임을 여러 기기로 옮긴 것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패미컴 게임치고는 감각이 조금 낯섭니다. 화면을 화려하게 채우기보다 아이디어 하나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쪽인데, 그런 게임이 그 시절 유럽 개발사들 사이에서는 흔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이름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복사팩 목록에서 탑 나오는 게임 정도로 기억되는 편이고, 정식으로 다뤄진 적도 드뭅니다. 그런데도 한 번 본 사람은 화면이 도는 그 장면만은 오래 기억합니다. 다른 게임에서 본 적 없는 그림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해 보면 조작이 다소 뻣뻣하고 시간 제한이 인색해서 친절한 게임은 아닙니다. 대신 규칙이 아주 단순해서 설명 없이 바로 시작할 수 있고, 한 층씩 높이를 올리는 감각이 분명합니다. 짧게 몇 판 잡아 보기에 알맞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