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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로피

케로케로케로피 렛츠 플레이 투게더 (Kero Kero Keroppis Lets Play Together USA Version 2 0) · 1995 · American Sa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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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이 나오는 오락기

이 기계 앞에 선 아이가 원하는 것은 높은 점수가 아니라 티켓이었습니다. 잘하면 종이 티켓이 드르륵 나오고, 그 티켓을 모아서 경품 진열장의 인형이나 문구류와 바꿉니다. 게임 자체보다 그 뒤에 걸린 물건이 목적인 부류입니다. 미국 대형 오락실의 한쪽 벽을 채우던 상환기 코너가 바로 이 자리였습니다.

화면에 나오는 것은 산리오의 개구리 캐릭터입니다. 헬로키티와 같은 집안에서 나온 케로케로케로피가 화면 안에서 뛰고 헤엄치고 물건을 받습니다. 어린아이와 그 손을 잡고 온 부모를 겨냥한 기계이므로, 어렵게 만들 이유가 애초에 없었습니다.

케로피 기타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5)

어떤 게임인가

케로피(Kero Kero Keroppi's Let's Play Together)는 산리오 캐릭터를 앞세운 티켓 상환형 미니게임 기계입니다. 동전을 넣으면 짧은 미니게임 몇 판이 이어지고, 성적에 따라 티켓이 나옵니다. 한 판이 몇 분 안에 끝나도록 설계돼 있어서, 줄 선 아이들이 차례로 돌아가며 만질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조작은 버튼 하나가 전부입니다. 레버도 없고 조합도 없습니다. 화면에서 어떤 표시가 나올 때 버튼을 누르면 되고, 언제 누르느냐만 결과를 가릅니다. 글을 못 읽는 나이의 아이도 옆에서 한 번 보면 따라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맞춰져 있습니다.

미니게임은 종류가 여럿이고 판마다 바뀝니다. 타이밍에 맞춰 눌러 무언가를 잡거나 뛰어넘는 식의, 반사신경 한 가지만 쓰는 짧은 과제들입니다. 실패해도 크게 손해가 없고 다음 판으로 넘어갑니다. 좌절을 주지 않는 것이 이런 기계의 설계 원칙입니다.

케로피 기타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5)

잘하는 요령이랄 것

이런 부류에서 실력이 갈리는 지점은 하나뿐입니다. 화면의 신호가 아니라 리듬을 보는 것입니다. 표시가 나온 뒤에 반응하면 이미 늦는 구간이 있고, 표시가 나올 자리를 미리 알고 그 박자에 맞춰 손가락을 준비하는 편이 훨씬 정확합니다. 몇 판 지켜보면 패턴이 반복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버튼을 세게 누를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이 잘 안 되면 힘을 주는데, 그러면 손가락이 무거워져 오히려 반응이 늦습니다. 손끝만 얹어 놓고 가볍게 톡 누르는 편이 성적이 좋습니다. 어른이 옆에서 알려 줄 만한 것이 사실상 이것 정도입니다.

만든 곳과 상환기라는 장르

새미는 일본 오락실 업계에서 오래 활동한 회사이고, 미국 법인을 통해 현지 시장에 기계를 내보냈습니다. 이 기계도 그 경로로 미국에 나간 물건이라 음성 연출 같은 세부가 일본판과 다르게 손질됐습니다. 캐릭터 판권을 붙인 어린이용 상환기는 당시 일본과 미국 양쪽에서 안정적인 사업이었습니다.

상환기는 오락실 안에서 다른 논리로 굴러가는 물건입니다. 대전 격투나 슈팅 기판은 잘하는 손님이 오래 붙잡고 있으면 회전이 떨어지지만, 상환기는 한 판이 짧고 티켓이라는 다른 보상이 있어서 손님이 계속 동전을 넣습니다. 게임성보다 회전율과 경품 원가가 중요한 기계이고, 그래서 난이도도 그 계산에 맞춰 정해집니다.

한국 오락실에서는 낯선 물건

한국 오락실에는 이런 티켓 상환기가 오래도록 없었습니다. 동네 오락실은 100원짜리 대전 기판과 슈팅 기판으로 채워졌고, 경품이 나오는 기계라면 인형뽑기와 뽑기 자판기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티켓을 모아 진열장에서 물건과 바꾸는 문화는 나중에 대형 상가의 어린이 게임 코너가 생기고 나서야 조금씩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래서 이 기계는 한국에서 추억으로 남을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지금 화면으로 만나면 게임이라기보다 그 시절 미국 오락실의 한 구석을 들여다보는 쪽에 가깝습니다. 버튼 하나로 굴러가는 짧은 판들 사이에서, 오락실이 꼭 실력을 겨루는 곳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옵니다.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또 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산리오 캐릭터가 오락실 기판 위에서 움직이는 사례 자체가 많지 않고, 그중 실물 기계로 나와 미국 현지까지 건너간 것은 더 적습니다. 게임의 깊이와는 별개로, 남아 있는 자료로서의 값은 그런 데서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