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맥레이 랠리
콜린 맥레이 랠리 (Colin Mcrae Rally) · 1998 · Codema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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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자리에서 길을 읽어 주는 목소리
이 게임을 처음 켜면 낯선 소리가 들립니다. 코너가 나오기 전에 누군가 계속 무언가를 읊습니다. 왼쪽 셋, 오른쪽 넷, 조심, 점프 같은 짧은 말들입니다. 이건 배경 음성이 아니라 진짜 정보입니다. 랠리에서는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앞으로 나올 길을 미리 읽어 주고, 운전자는 그 말만 믿고 안 보이는 코너로 돌진합니다.
이 게임은 그 방식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화면에 보이는 것만 보고 운전하면 절대 좋은 기록이 안 나옵니다. 귀로 들은 것을 머릿속에서 길로 바꾸고, 아직 보이지 않는 코너에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다른 레이싱 게임과 근본적으로 다른 감각이 여기서 나옵니다.
어떤 게임인가
콜린 맥레이 랠리(Colin McRae Rally)는 실제 랠리 경기를 그대로 구현한 레이싱 게임입니다. 다른 차와 나란히 달리며 순위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한 구간을 혼자 달려 기록을 재고 그 기록들을 합산해 순위를 정합니다. 그래서 경기 내내 상대 차를 볼 일이 없습니다. 싸우는 대상은 시계와 길입니다.
노면도 포장 도로가 아닙니다. 자갈, 흙, 진흙, 눈이 깔린 길을 달리는데, 각각 접지력이 완전히 다릅니다. 자갈길에서는 차가 미끄러지는 것을 전제로 운전해야 하고, 눈길에서는 브레이크가 거의 듣지 않습니다. 같은 조작을 해도 노면에 따라 차가 전혀 다르게 반응합니다.
미끄러짐을 다루는 법
이 게임의 핵심 기술은 코너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차를 옆으로 돌려 놓는 것입니다. 포장 도로용 레이싱 게임처럼 브레이크를 밟고 안쪽을 파고들면, 자갈 위에서는 그냥 밖으로 밀려나갑니다. 대신 진입 직전에 방향을 살짝 반대로 틀었다가 되꺾으면 차 뒤쪽이 흘러나가면서 코너 방향으로 자세가 잡힙니다.
이 상태에서 액셀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실력입니다. 밟으면 차가 더 돌아가고 떼면 자세가 돌아옵니다. 코너 내내 이 두 가지를 미세하게 조절하며 차를 붙잡고 있어야 합니다. 익히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한 번 감이 오면 다른 레이싱 게임에서 느낄 수 없는 만족감이 있습니다.
차량 손상과 정비
이 게임이 가혹한 이유는 손상이 누적되기 때문입니다. 코스 밖으로 나가 나무나 바위를 들이받으면 그 손상이 다음 구간까지 그대로 따라옵니다. 조향이 한쪽으로 쏠리거나, 기어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거나, 엔진 출력이 떨어진 상태로 계속 달려야 합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정비를 할 수 있는 구간이 중간에 주어지는데, 시간이 빠듯해서 부서진 곳을 다 고칠 수 없습니다. 무엇을 먼저 고칠지 골라야 하고, 그 판단이 남은 경기 전체에 영향을 줍니다. 무리해서 기록을 줄이려다 차를 망가뜨리면 결국 더 손해라는 것을 몇 번 겪고 나서야 배우게 됩니다.
처음 하면 막히는 지점
첫 몇 판은 거의 모든 코너에서 밖으로 나갑니다. 원인은 대개 속도입니다. 이 게임에서는 직선에서 붙인 속도만큼 코너에서 잃기 때문에, 처음에는 오히려 천천히 달리는 편이 기록이 좋습니다. 완주하는 것이 빨리 가는 것보다 먼저입니다.
두 번째는 안내 음성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려워 그냥 넘기게 되는데, 숫자가 코너의 급한 정도를 뜻한다는 것만 알아도 크게 달라집니다. 낮은 숫자일수록 급한 코너라고 생각하고 대비하면 됩니다.
랠리를 아는 사람이 만든 게임
이 작품은 실존 랠리 선수의 이름을 내걸고 나왔습니다. 그만큼 실제 경기의 방식을 얼마나 충실히 옮겼느냐에 힘을 준 게임이고, 화려한 연출보다 운전 감각 자체를 다듬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그 결과 레이싱 게임을 즐기던 사람들 사이에서 진지한 물건이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국내에서도 이 시리즈는 쉽게 즐기는 아케이드 레이싱과는 다른 부류로 통했습니다. 처음 잡으면 어렵지만 익히고 나면 다른 게임으로 못 돌아간다는 말이 자주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