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즌 USA
크루즌 USA (Cruis N USA v4 5) · 1994 · Mid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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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판 광고에 '울트라 64'라는 문구가 붙어 있던 시절이 있습니다. 곧 나올 닌텐도의 차세대 기기가 이 정도 화면을 낸다는 뜻으로 홍보되었는데, 실제 오락실 기판은 그 하드웨어가 아니었습니다. 홍보 문구를 걷어내고 봐도, 당시 오락실에서 이만한 속도로 흘러가는 미국 풍경은 흔하지 않았습니다.
크루즌 USA(Cruis'n USA)는 핸들과 페달이 달린 큰 기기에 앉아 미국 각지의 도로를 달리는 레이싱 게임입니다. 텅 빈 서킷이 아니라 일반 차량이 오가는 실제 도로 같은 길을 헤집으며 결승선까지 가는 구성입니다.

미국을 가로지르는 코스
코스는 한 바퀴 도는 서킷이 아니라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가는 구간 주행입니다. 그래서 같은 풍경을 두 번 보지 않습니다. 금문교를 건너고, 거대한 나무 사이로 난 숲길을 지나고, 사막과 협곡을 가로지르고, 야자수가 늘어선 부촌을 통과합니다.
마지막에는 워싱턴의 기념물들 사이를 달려 백악관 앞에서 끝납니다. 코스마다 하늘 색과 도로 폭, 지나가는 차종까지 바뀌기 때문에, 순위를 다투기보다 다음 풍경이 궁금해서 동전을 넣는 사람이 적지 않았습니다.

시간과 일반 차량
이 게임의 진짜 적은 앞차가 아니라 시계입니다. 체크포인트를 지날 때마다 시간이 추가되고, 시간이 다 되면 순위와 상관없이 그대로 끝납니다. 그래서 무리해서 앞차를 제치는 것보다, 사고 없이 체크포인트를 지나는 게 중요합니다.
도로에는 일반 차량과 버스, 트럭이 섞여 다닙니다. 이 차들과 부딪히면 차체가 크게 튀어 오르고, 다시 속도를 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만만치 않습니다. 변속을 수동으로 두면 조금 더 빠르게 몰 수 있지만, 그만큼 실수도 늘어납니다.

오락실 밖으로, 그리고 다음 편으로
몇 해 뒤 가정용 기기로 이식되면서 집에서도 같은 코스를 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화면과 조작감은 다르지만 코스 구성과 곡은 그대로 옮겨져서, 오락실에서 익힌 길을 그대로 써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 게임의 성공은 시리즈로 이어졌습니다. 다음 편은 무대를 미국 밖으로 넓혀 세계 여러 나라를 달리게 되고, 그 뒤로도 같은 계보의 작품이 계속 나왔습니다. 정밀한 시뮬레이션 대신 시원한 속도감과 볼거리를 앞세운 방향은 시리즈 내내 바뀌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