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 라이더
킥 라이더 (Kick Rider) · 1984 · Univers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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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차서 밀어내는 오토바이 경주
1980년대 초 오락실 레이싱 게임은 대부분 부딪히면 터지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다릅니다. 나란히 달리는 다른 오토바이를 발로 차서 도로 밖으로 밀어내는 것이 정식 조작입니다. 상대도 똑같이 다리를 뻗어 이쪽을 밀어냅니다. 달리면서 서로 다리를 휘두르는 그 그림이 워낙 강렬해서, 규칙을 몰라도 화면만 보면 무슨 게임인지 바로 알게 됩니다.
어떤 게임인가
킥 라이더(Kick Rider)는 제한 시간 안에 목적지까지 오토바이를 몰고 가는 레이싱입니다. 정해진 시간이 계속 줄어들고, 그 안에 결승에 닿아야 합니다. 도로에는 다른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달리고 있고, 이들과 부딪히면 속도가 죽거나 넘어집니다. 그래서 앞을 막는 상대는 발로 차서 치워 버리고, 이따금 나타나는 자동차는 이쪽으로 뭔가를 던지기 때문에 피해야 합니다.
속도를 올리는 방식도 재미있습니다. 그냥 가속 버튼을 누르고 있는 게 아니라, 오토바이 위에서 몸을 흔드는 동작을 반복하면 속도가 붙습니다. 시간에 쫓기는 게임인데 속도를 내는 데도 손이 계속 가야 하니, 가속과 회피와 발차기를 동시에 저글링하게 됩니다. 이 부산스러움이 이 게임의 성격입니다.
시점이 바뀌는 구간
이 게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시점 전환입니다. 초반 구간은 오토바이를 바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부감 시점입니다. 도로 전체와 자기 위치가 한눈에 들어와서 좌우로 피하기 편합니다. 그런데 목적지에 가까워지면 시점이 오토바이 뒤쪽 위로 옮겨 가고, 멀리 도시가 보이는 원근감 있는 화면으로 바뀝니다.
이 전환이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실제 난이도에 영향을 줍니다. 시점이 바뀌면 거리 감각이 완전히 달라져서, 앞서 익숙해진 회피 타이밍이 그대로 통하지 않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은 여기서 크게 흔들리는데, 요령은 하나입니다. 전환 직후에는 무리해서 속도를 올리지 말고 한두 박자 동안 화면에 눈을 맞춘 다음 다시 밀어붙이는 것입니다. 몇 초 손해 보는 것이 넘어져서 몇 초 잃는 것보다 낫습니다.
막히는 지점과 요령
시간제 레이싱에서 가장 큰 손실은 충돌입니다. 한 번 넘어지면 다시 속도를 붙이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 제한 시간은 계속 줄어듭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정석은 무리하게 앞지르지 않는 것입니다. 앞에 상대가 있으면 억지로 비집고 들어가지 말고, 차 넘길 각이 나올 때까지 조금 기다렸다가 처리하는 편이 결과적으로 빠릅니다.
발차기는 붙어 있어야 닿습니다. 멀리서 다리를 뻗어 봐야 헛손질이고, 그동안 이쪽이 먼저 맞습니다. 나란히 붙은 순간에만 짧게 넣고 바로 거리를 벌리는 식으로 써야 합니다. 자동차가 나오는 구간에서는 발차기를 아예 잊고 회피에만 집중하는 것이 낫습니다. 던지는 물체를 맞으면 발차기로 벌 수 있는 이득보다 잃는 시간이 훨씬 큽니다.
유니버설이라는 회사
유니버설은 1980년대 초 오락실에 여러 기계를 공급하던 일본 회사입니다. 이 시기에 이 회사가 내놓은 게임들의 공통점은 조작 하나에 개성을 몰아넣는 것이었습니다. 하드웨어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던 시절에는 그래픽으로 승부하기 어려웠고, 대신 다른 게임에 없는 동작 하나를 넣어 기억에 남게 만드는 방식이 통했습니다. 달리면서 발로 차서 상대를 밀어낸다는 이 게임의 발상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입니다.
기술적으로도 1984년이라는 연도를 감안하면 시점 전환은 꽤 야심 찬 시도입니다. 부감 시점과 원근 시점을 한 판 안에서 오가려면 화면을 그리는 방식을 도중에 바꿔야 하고, 당시 기판 성능으로는 만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락실 손님에게 마지막 구간의 인상을 강하게 남기려는 계산이 들어간 설계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한국에서 이 게임을 정식으로 봤다는 기록은 흔하지 않습니다. 1984년이면 국내 오락실이 막 늘어나던 무렵이고, 들어오는 기판은 대체로 이미 검증된 인기작 위주였습니다. 이런 중견 회사의 개성적인 소품은 유통 과정에서 밀리기 쉬웠습니다.
그래서 별칭도 남아 있지 않고 원제 그대로 불립니다. 지금 브라우저에서 바로 켜 보면 규칙이 몇 초 만에 이해되고, 한 판이 짧아 부담이 없습니다. 이 시절 게임들이 대개 그렇듯 설명서가 필요 없고, 화면을 보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저절로 알게 되는 그 직관성이 지금 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