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오파 EX2
더 킹 오브 파이터즈 EX2 하울링 블러드 (The King of Fighters ex2 Howling Blood U mode7) · 2003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휴대용 기기에 격투 게임을 우겨넣기
대전 격투는 오락실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장르입니다. 큰 화면, 묵직한 레버, 여섯 개 버튼, 그리고 옆자리에 앉은 사람. 이 조건이 하나씩 빠질 때마다 장르의 재미도 조금씩 깎입니다. 그래서 휴대용 기기에 격투 게임을 옮기는 일은 언제나 타협의 연속이었습니다.
게임보이 어드밴스에는 버튼이 네 개뿐입니다. 화면은 작고 가로로 길며, 십자 키로 레버를 대신해야 합니다. 이런 조건에서 킹 오브 파이터즈를 돌린다는 것은 애초에 무리한 요구처럼 보입니다. 이 작품은 그 무리한 요구에 정면으로 답한 결과물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킹오파 EX2(The King of Fighters EX2: Howling Blood)는 게임보이 어드밴스용 대전 격투 게임입니다. 본편 시리즈의 번외편에 해당하며, 오락실판을 그대로 옮긴 이식이 아니라 휴대용 기기에 맞춰 새로 만든 작품입니다. 시리즈 전통대로 세 명을 골라 팀을 짜고, 상대 팀 셋을 차례로 쓰러뜨리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조작은 네 개의 버튼에 맞춰 정리되어 있습니다. 오락실의 여섯 버튼 구성을 그대로 옮길 수 없으니, 약공격과 강공격을 손과 발로 묶는 형태입니다. 커맨드 입력은 시리즈에서 쓰던 방식이 대체로 유지되어, 본편을 해 본 사람이면 손에 익은 기술이 그대로 나갑니다.
팀을 짜는 재미
이 시리즈의 핵심은 캐릭터 하나가 아니라 셋을 고른다는 데 있습니다. 앞에 누구를 세우고 마지막을 누구에게 맡길지에 따라 한 판의 흐름이 달라집니다. 첫 번째 자리에는 안정적으로 체력을 남기며 이길 수 있는 캐릭터를, 마지막 자리에는 불리한 상황을 뒤집을 힘이 있는 캐릭터를 두는 것이 기본입니다.
다만 처음 하는 사람은 그런 계산보다 좋아하는 캐릭터를 고르는 쪽이 낫습니다. 손에 맞는 캐릭터 한 명을 정하고, 그 캐릭터로 기본기를 익히는 편이 훨씬 빨리 늘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두 자리는 그다음에 채워도 늦지 않습니다.
체력 게이지를 관리하는 감각도 중요합니다. 앞 캐릭터로 체력을 많이 남기고 이기면 뒤 캐릭터가 편해집니다. 반대로 겨우 이겨 놓으면, 남은 둘이 아무리 강해도 상대의 온전한 체력을 상대로 힘든 싸움을 하게 됩니다.
작은 화면이 만드는 차이
휴대용 기기로 옮기면서 가장 크게 바뀌는 것은 거리감입니다. 화면이 작으므로 캐릭터도 작게 그려지고, 두 캐릭터 사이의 간격을 눈으로 재기가 어려워집니다. 오락실에서라면 반사적으로 나가던 견제 기술이 여기서는 자꾸 빗나갑니다.
십자 키로 하는 커맨드 입력도 다릅니다. 레버는 손목으로 원을 그리지만 십자 키는 엄지로 누르는 것이라, 회전 계열 커맨드가 특히 까다롭습니다. 처음에는 필살기가 안 나가서 답답하기 마련인데, 커맨드를 조금 여유 있게 돌리고 마지막 방향 입력과 버튼을 확실히 붙여 주면 성공률이 올라갑니다.
결국 오락실판과 같은 감각을 기대하고 잡으면 실망하기 쉽습니다. 별도의 물건으로 보고 이 기기에 맞춰 손을 다시 맞추는 편이 낫습니다. 그 조정만 끝나면, 주머니에서 꺼내 몇 판 돌릴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하게 다가옵니다.
본편 곁가지로서의 위치
EX 계열은 본편 넘버링과는 별개로 진행된 갈래입니다. 이야기도 등장 인물 구성도 본편과 정확히 겹치지 않고, 휴대용 기기를 전제로 규모를 조정했습니다. 본편의 정통 후속작을 기대한 사람에게는 가벼워 보였고, 반대로 이동 중에 격투 게임을 하고 싶었던 사람에게는 마땅한 선택지였습니다.
국내에서도 킹 오브 파이터즈라는 이름은 오락실을 통해 아주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다만 그 인지도는 오락실 본편에 몰려 있었고, 휴대용 기기로 나온 이 계열까지 따라간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해 보면, 익숙한 이름 아래 처음 보는 구성이 나오는 묘한 경험이 됩니다.
한 판 길이가 짧고 팀 구성만 바꿔도 분위기가 달라지니, 짬을 내어 잠깐씩 잡기에는 잘 맞는 물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