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와 친구들
토마스와 친구들 (Thomas the Tank Engine Friends USA) · 1993 · T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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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린 사람을 위한 게임
가정용 게임기가 거실에 자리 잡던 시절, 게임은 대개 청소년과 어른을 겨냥했습니다. 어렵고, 빠르고, 지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습니다. 그런 틈에서 아주 어린 사람을 위해 만든 게임도 드물게 나왔는데, 이 작품이 그런 부류입니다.
소재부터 그렇습니다. 얼굴이 달린 꼬마 기관차가 섬 위의 철길을 오가며 일을 해내는 이야기, 오랫동안 어린이 프로그램으로 사랑받은 그 세계를 게임으로 옮긴 것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평가할 때는 잣대를 바꿔야 합니다. 얼마나 짜릿한가가 아니라, 글을 갓 읽기 시작한 아이가 혼자 조종간을 잡고 무엇인가를 해낼 수 있는가를 봐야 합니다.
어떤 게임인가
토마스와 친구들(Thomas the Tank Engine & Friends)은 기관차를 몰아 주어진 일을 마치는 게임입니다.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선로를 따라 달리고, 도중에 화물을 싣거나 정해진 곳에 서는 식의 임무가 주어집니다.
기차이므로 방향을 마음대로 꺾을 수 없습니다. 플레이어가 다루는 것은 대체로 속도입니다. 얼마나 빠르게 달릴지, 언제 늦출지, 어디서 멈출지를 정합니다. 자동차 경주와 달리 조향이 빠진 자리에 속도 조절이라는 한 가지 과제가 또렷하게 남습니다.
갈림길에서는 선로를 바꿔 어느 쪽으로 갈지 고르게 됩니다. 잘못 들면 목적지를 지나치거나 돌아와야 하니, 앞을 보며 미리 판단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조작해야 할 것이 적은 대신, 한 번의 선택이 한 판의 성패를 가르는 구조인 셈입니다.
속도 조절이라는 과제
단순해 보이지만 기차를 세우는 일은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무거운 기관차는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즉시 서지 않습니다. 서야 할 지점이 보이고 나서 줄이기 시작하면 이미 늦습니다. 표지가 보이면 그 전부터 조금씩 속도를 내리는 것이 정석입니다.
반대로 너무 느리게만 가면 주어진 시간 안에 일을 마치지 못합니다. 안전한 구간에서는 충분히 속도를 내고, 멈춰야 할 곳이나 굽은 길 앞에서만 줄이는 완급 조절이 이 게임의 핵심 기술입니다. 어린 사람에게는 이 감각을 익히는 것 자체가 하나의 배움이 됩니다.
선로 위에 놓인 장애물이나 마주 오는 기차를 만나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속도를 미리 줄여 두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으니, 앞을 멀리 보는 습관이 결국 가장 확실한 대비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첫 판을 아예 느리게 한 번 돌아보는 것입니다. 시간을 못 맞추더라도 선로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에 멈출 곳이 있는지 눈에 넣어 두면 두 번째 판부터는 훨씬 수월합니다.
벌보다 안내가 많은 설계
이 게임이 어린이용이라는 점은 실패를 다루는 방식에서 가장 잘 드러납니다. 실수해도 크게 혼내지 않습니다. 잘못하면 시간이 조금 걸리거나 일을 다시 하게 되는 정도이고, 화면이 험하게 바뀌거나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일은 드뭅니다.
화면도 밝고 알아보기 쉽게 그려져 있습니다. 기관차마다 색과 얼굴이 뚜렷해 글을 못 읽어도 누가 누구인지 구별이 됩니다. 소리 역시 원작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따라 부드럽습니다.
어른이 하기에는 당연히 심심합니다. 도전할 것도, 갈고닦을 것도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애초에 그런 사람을 위해 만든 물건이 아닙니다. 어린 사람이 혼자 조종간을 잡고 기차를 목적지까지 데려다 놓았을 때의 뿌듯함, 그 하나를 위해 나머지를 덜어낸 설계입니다.
지금 다시 본다면
국내에서 이 게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원작 프로그램이 국내에 널리 알려진 시기와 이 게임이 나온 시기가 어긋나 있었고, 오락실이나 문방구 쪽에서도 접할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도 한 번 켜 보면 이 시기 게임 시장의 한 단면이 보입니다. 모든 게임이 어렵고 자극적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고, 아주 어린 사람의 손에 맞춘 물건을 만들려는 시도도 분명히 있었다는 기록입니다. 지금 어린 사람과 함께 앉아 화면을 보며 어디서 멈춰야 할지 이야기하기에는 여전히 쓸 만한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