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스토리 레이서 (게임보이컬러)
토이 스토리 레이서 (Toy Story Racer Europe En Fr de) · 2001 · Activi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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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바닥이 경주장이 될 때
경주 게임의 무대는 대개 정해져 있습니다. 정비된 도로, 산길, 도시의 밤거리 같은 것들입니다. 그런데 주인공이 장난감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사람에게는 평범한 마룻바닥이 장난감에게는 끝없이 펼쳐진 벌판이고, 책이 쌓인 자리는 넘어야 할 언덕이 됩니다. 이 게임의 출발점이 바로 그 발상입니다.
덕분에 무대를 보는 재미가 생깁니다. 어디를 달리든 실제로는 누군가의 집 안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익숙한 물건들이 전부 지형지물로 다시 보입니다. 원작 영화가 오랫동안 사랑받은 이유와 같은 맥락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토이 스토리 레이서(Toy Story Racer)는 같은 이름의 애니메이션 세계를 배경으로 만든 휴대용 기기용 경주 게임입니다. 장난감 자동차를 몰고 정해진 길을 돌며 순위를 다툽니다.
순수한 속도 경쟁만은 아닙니다. 길 위에 놓인 물건을 주워 앞선 상대를 방해하거나 자기 속도를 올릴 수 있습니다. 뒤처져 있다가도 한 번에 순위를 뒤집을 여지가 있어, 끝까지 긴장을 놓기 어렵습니다. 어린 사람도 쉽게 붙을 수 있도록 만든 경주 게임들이 흔히 택하는 방식입니다.
조작은 간단합니다. 가속과 방향 조절이 기본이고, 주운 물건을 쓰는 버튼이 더해집니다. 복잡한 기어 조작이나 세밀한 제동은 요구하지 않습니다.
한 판은 정해진 바퀴 수를 돌고 끝납니다. 길지 않아서 한 번 잡으면 끝까지 가게 되고,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곧바로 다시 시작하게 되는 호흡입니다.
잘 도는 법
이런 부류의 경주 게임에서 실력 차가 가장 크게 벌어지는 곳은 굽은 길입니다. 초보자는 속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돌려다 바깥벽에 부딪히고, 부딪히면 속도가 크게 깎입니다. 한 번의 충돌이 몇 초를 잡아먹으니 순위가 곧바로 밀립니다.
요령은 굽은 길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속도를 조금 줄이고, 안쪽을 붙어 돌면서 빠져나올 때 다시 가속하는 것입니다. 벽에 닿지 않고 한 바퀴를 도는 것만으로도 기록이 눈에 띄게 좋아집니다.
주운 물건을 언제 쓸지도 생각해 볼 만합니다. 얻자마자 쓰는 것이 늘 최선은 아닙니다. 직선 구간에서 속도를 올리는 쪽이 효과가 크고, 방해용 물건은 바로 앞에 상대가 붙어 있을 때 써야 값어치를 합니다. 한 칸 남겨 두고 기다리는 여유가 결과를 바꿉니다.
출발 직후도 중요합니다. 앞쪽에서 뒤엉키면 그대로 뒤로 밀리기 쉬우니, 초반에는 무리해서 안쪽을 파고들기보다 부딪히지 않는 길을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순위를 올릴 기회는 굽은 길마다 다시 찾아옵니다.
작은 화면의 경주
휴대용 기기로 경주 게임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화면이 좁아 앞을 멀리 볼 수 없고, 빠르게 흐르는 화면은 눈이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의 휴대용 경주물은 대체로 속도감을 조금 낮추고, 길을 알아보기 쉽게 굵고 단순하게 그리는 선택을 했습니다.
이 작품도 비슷합니다. 화려한 표현보다 지금 내가 어디쯤 있고 다음 굽이가 어느 쪽인지 알아보기 쉽게 만드는 데 무게를 두었습니다. 덕분에 처음 잡아도 헤매는 시간이 짧습니다.
반대로 본격적인 경주 게임의 깊이를 기대하면 아쉬울 수 있습니다. 차이를 만드는 요소가 많지 않아 몇 판만 돌아도 길의 모양을 다 외우게 됩니다. 다만 그 지점부터는 실수 없이 도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어, 기록을 조금씩 줄여 나가는 다른 재미가 생깁니다.
누구와 하면 좋은가
이 게임의 성격은 분명합니다. 오래 붙잡고 기록을 갈아 넣는 종류가 아니라, 짧게 한두 판 돌리며 웃는 종류입니다. 원작 애니메이션을 아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장난감들이 달리는 모습만으로도 즐겁고, 모르는 사람이라도 조작이 간단해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극장 개봉작의 인기에 견주면 게임 쪽은 조용히 지나간 편입니다. 그래도 휴대용 기기를 가지고 있던 어린 사람들에게는 부담 없이 권할 만한 경주물이었습니다. 지금 다시 켜 보면 화면은 소박해도 한 판을 끝까지 돌게 만드는 힘은 여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