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의 왕자 2
페르시아의 왕자 2 (Prince of Persia 2 the Shadow the Flame Europe) · 1996 · Ti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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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빼앗긴 왕자
전작의 마지막에서 왕자는 자파를 물리치고 공주와 맺어졌습니다. 2편은 바로 그 결말 직후에서 시작합니다. 왕궁으로 돌아온 왕자를 병사들이 갑자기 붙잡으려 들고, 거울을 보니 자신의 얼굴이 아닙니다. 죽은 줄 알았던 자파가 왕자의 모습을 훔쳐 그 자리를 차지한 겁니다. 이름도 얼굴도 없이 쫓기는 신세로 시작하는 이 도입부는 지금 봐도 강렬합니다.
왕자는 배를 타고 도망치다 난파해 낯선 땅에 떨어지고, 거기서부터 자기 얼굴을 되찾기 위한 여정이 시작됩니다. 전작이 감옥 하나를 위로 올라가는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폐허, 동굴, 무너진 신전, 하늘에 뜬 섬까지 훨씬 넓은 곳을 돌아다닙니다.
어떤 게임인가
페르시아의 왕자 2(Prince of Persia 2: The Shadow and the Flame)는 함정과 적이 가득한 공간을 통과하는 액션 게임입니다. 전작에서 이름을 알린 그 사실적인 동작이 여기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걷다가 멈추면 몸이 관성으로 조금 더 밀리고, 매달렸다 올라올 때 팔에 힘을 주는 동작이 다 보입니다. 실제 사람의 움직임을 촬영해 옮긴 결과입니다.
조작은 단순해 보이지만 미묘합니다. 그냥 방향키만 누르면 성큼성큼 달리고, 걷기 버튼을 함께 누르면 한 발씩 조심스럽게 옮깁니다. 낭떠러지 끝까지 정확히 가야 할 때는 이 조심스러운 걸음이 필수입니다. 점프도 제자리 뛰기와 달려서 뛰기가 완전히 다른 거리를 냅니다.
검을 뽑으면 전투가 시작됩니다. 찌르기와 막기 두 가지밖에 없지만, 상대의 리듬을 읽고 막았다가 되찌르는 흐름이라 서두르면 반드시 집니다.
함정을 읽는 게 전부입니다
이 시리즈의 진짜 적은 병사가 아니라 바닥입니다. 밟으면 무너지는 타일, 위아래로 튀어나오는 창날, 순간적으로 닫히는 절단기가 곳곳에 있습니다. 대부분은 규칙적으로 움직이므로, 앞에 서서 몇 초 지켜보면 언제 지나가야 하는지 보입니다.
처음 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죽는 곳이 무너지는 타일입니다. 밟는 순간 곧바로 꺼지는 게 아니라 잠깐 흔들린 뒤에 떨어지기 때문에,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려 나가면 무사히 건널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 위에서 방향을 고민하다 멈추면 그대로 아래로 떨어집니다. 조급함이 아니라 망설임이 사람을 죽이는 게임입니다.
2편에서는 여기에 마법 요소가 더해졌습니다. 불꽃을 다루는 장치와 특정 조건에서만 열리는 문이 나오고, 화면 구성 자체가 전작보다 훨씬 다채로워졌습니다. 배경도 단조로운 지하 감옥에서 벗어나 색과 구조가 계속 바뀝니다.
시간과의 싸움
전작처럼 이번에도 제한 시간이 있습니다. 아무리 잘 움직여도 길을 헤매면 시간이 모자라 실패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두 번째, 세 번째 도전에서 제 맛이 납니다. 처음에는 길을 익히느라 시간을 다 쓰고, 익힌 뒤에는 그 길을 얼마나 매끄럽게 통과하느냐의 싸움이 됩니다.
체력은 하트 모양으로 표시되고, 병에 담긴 물약으로 회복합니다. 다만 물약 중에는 오히려 해로운 것도 섞여 있어서, 처음 보는 병을 무턱대고 마시면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색과 놓인 위치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왜 오래 기억되나
1편이 나왔을 때 게임 속 인물이 사람처럼 움직인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었습니다. 2편은 그 표현을 더 다듬으면서 무대를 넓혔고, 슈퍼패미컴판은 여기에 색을 입히고 배경음을 새로 만들어 얹었습니다. 원판 컴퓨터 버전을 기억하는 분이라면 훨씬 화사해진 화면에 놀라실 겁니다.
난이도는 정직하게 어렵습니다. 반사신경보다는 관찰과 기억을 요구하는 종류의 어려움이라, 한 구간을 넘길 때마다 실력이 늘었다는 감각이 확실히 옵니다. 급하게 몰아치는 액션이 아니라 한 걸음씩 재는 액션을 좋아하신다면 지금 해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