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로드
페이로드 (Payload) · 1985 · S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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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운전으로 먹고사는 게임
적을 쏘는 것도 아니고 뛰어넘는 것도 아닙니다. 화물을 싣고, 시간 안에 목적지에 대고, 돈을 받습니다. 늦으면 수당이 깎이고, 과적을 하면 경찰이 잡습니다. 과속을 해도 잡히고, 빨간불에 서지 않아도 잡힙니다. 1985년에 나온 게임이 다루는 소재로는 꽤나 현실적인 쪽입니다.
재미의 핵심이 바로 이 상충 관계에 있습니다. 많이 실으면 벌이가 좋지만 걸릴 위험이 커지고, 빨리 가면 시간을 벌지만 딱지를 뗍니다. 매 순간 어디까지 무리할지를 스스로 정해야 하고, 그 판단이 그대로 계좌에 남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페이로드(Payload)는 화물 운송을 소재로 한 운전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일감을 고르고, 짐을 싣고, 도로를 달려 기한 안에 배달합니다. 주행 자체는 조작이 단순하지만, 그 앞뒤로 붙은 선택들 때문에 순수한 레이싱 게임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목표가 1등이 아니라 수익이기 때문입니다.
한 판의 흐름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어떤 일을 받을지 정하고, 얼마나 실을지 정하고, 출발합니다. 도로에서는 신호와 다른 차와 속도 제한을 신경 쓰면서 달리고, 도착하면 걸린 시간과 위반 여부에 따라 정산이 이루어집니다. 그 돈이 다음 판의 밑천이 되므로, 한 번 크게 물리면 회복이 오래 걸립니다.
초반에 자주 하는 실수
가장 흔한 실수는 첫 판부터 짐을 가득 싣는 것입니다. 화물이 많으면 받는 돈도 많지만, 무게가 늘면 차가 굼떠지고 단속에 걸릴 여지도 커집니다. 아직 도로 사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과적까지 하면 시간과 벌금 양쪽을 다 잃기 쉽습니다. 처음 몇 판은 가볍게 싣고 길을 익히는 편이 결국 이득입니다.
두 번째는 신호를 무시하는 것입니다. 시간이 급하니 그냥 지나가고 싶어지는데, 걸리면 잃는 시간이 서서 기다리는 시간보다 훨씬 깁니다. 벌금까지 붙으면 그 판 벌이가 통째로 날아갑니다. 급할수록 규칙을 지키는 편이 빠르다는, 실제 운전과 비슷한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세 번째는 시간 계산을 감으로 하는 것입니다. 남은 거리와 남은 시간을 대충 보고 달리다가 막판에 몰아붙이게 되는데, 그때 하는 무리한 추월이 사고로 이어집니다. 초반부터 여유 있게 페이스를 잡아 두면 마지막에 급할 일이 없습니다.
그 시절 MSX와 이런 기획
이런 게임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MSX가 오락실 기판을 흉내 내는 대신 다른 길을 찾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스프라이트 수도 스크롤 성능도 넉넉하지 않은 기계였으므로, 화면을 화려하게 채우는 액션에서는 아무래도 밀렸습니다. 대신 규칙과 숫자로 재미를 만드는 기획에서는 성능 차이가 크게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일본 8비트 컴퓨터 시장에는 이렇게 직업이나 경영을 소재로 삼은 게임이 꾸준히 나왔습니다. 트럭 운전, 상점 운영, 열차 운행 같은 것들입니다. 오락실에서는 성립하기 어려운 기획입니다. 한 판이 길고, 규칙 설명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100원을 넣고 3분 안에 결판이 나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하는 컴퓨터 게임이었기에 가능했습니다.
MSX 소프트웨어는 소니를 비롯한 하드웨어 회사들이 직접 유통에 관여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기계를 파는 회사가 그 기계에서 돌아갈 소프트웨어까지 챙기던 구조였고, 그래서 초기 MSX 카트리지 목록에는 하드웨어 제조사 이름이 자주 등장합니다.
국내에서 받아들여진 방식
한국에서 MSX를 만진 세대가 기억하는 것은 대개 액션과 슈팅입니다. 조이스틱만 쥐면 뭘 하는지 알 수 있는 게임들이 손을 탔고, 이런 규칙 중심의 게임은 화면만 봐서는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설명서가 붙어 오는 정품이 드물었던 사정도 컸습니다. 복사본으로 돌던 게임에 딸려 오는 것은 파일 하나뿐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이런 게임은 몇 판 눌러 보다가 조용히 목록 아래로 내려가는 쪽이었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인상이 달라집니다. 화면은 소박해도 짜인 규칙이 분명하고, 무엇을 잘해야 돈을 버는지가 명확합니다. 화려한 것을 기대하지 않고 앉으면, 한 판 한 판 계산을 세워 가는 재미가 의외로 오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