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스에이트
픽스에이트 (Fixeight Korea) · 1992 · Toaplan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슈팅 게임에서 셋이 동시에 붙을 수 있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런데 픽스에이트는 셋이 나란히 앉아 화면을 밀고 나갈 수 있고, 게다가 고를 수 있는 캐릭터가 여덟 명입니다. 사람이든 로봇이든 외계인이든 하나씩 성능이 다르고 무기 계열이 다릅니다. 도아플랜이 문을 닫기 직전에 남긴 작품 중 하나인데, 마지막까지 욕심을 부린 흔적이 뚜렷합니다.
픽스에이트(FixEight)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걸어 다니며 총을 쏘는 액션 슈팅 게임입니다. 여덟 명의 용병 중 하나를 골라, 포르투나라는 행성에 침입한 외계 종족을 상대로 일곱 개의 스테이지를 뚫고 나갑니다. 각 스테이지 끝에는 보스가 기다리고, 이를 쓰러뜨려야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도아플랜이 1990년에 낸 아웃존의 정신적 후속작으로 꼽히는 게임입니다.
걸어 다니며 쏘는 슈팅
이 게임은 전투기를 몰고 하늘을 나는 슈팅이 아니라, 사람이 두 발로 걸어 다니며 사방으로 총을 쏘는 종류입니다. 화면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만 조작 감각은 비행 슈팅과 완전히 다릅니다. 이동 속도가 느리고, 지형에 막히고, 총구 방향을 신경 써야 합니다.
특히 총구 방향이 이 게임의 핵심입니다. 조이스틱을 움직이면 그 방향으로 걷는 동시에 그 방향으로 총구가 돌아갑니다. 그래서 후퇴하면서 앞쪽을 쏘는 것이 기본적으로 어렵고, 이 제약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실력을 가릅니다. 뒤로 물러날 때는 잠깐 사격이 끊긴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고 물러설 자리를 미리 봐 둬야 합니다.
바닥에 놓인 무지개색 발판을 밟으면 무기 계열이 전환됩니다. 앞쪽으로 강하게 쏘는 무기와 전방향을 커버하는 기본 무기 사이를 오갈 수 있어서, 상황에 따라 성격을 바꿔 가며 진행합니다.
여덟 명을 고르는 재미
캐릭터마다 무기 성질이 달라서, 누구를 고르느냐로 게임의 결이 바뀝니다. 앞으로 몰아치는 화력이 좋은 캐릭터는 보스를 빨리 정리하는 대신 옆과 뒤에서 오는 적에 취약합니다. 넓게 퍼지는 쪽은 잡몹 정리가 편하고 안정적이지만 보스전에서 시간이 길어집니다.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화력이 앞으로 몰리지 않고 고르게 퍼지는 쪽을 권합니다. 이 게임은 여러 방향에서 적이 몰려오는 상황이 잦아서, 한 방향으로만 강한 무기는 초보자에게 오히려 부담입니다.
셋이 함께할 때는 역할을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한 명이 앞을 뚫고 나머지가 옆과 뒤를 맡는 식으로 붙으면, 혼자서는 도저히 못 넘던 구간이 훌쩍 넘어갑니다.
난이도와 막히는 지점
이 게임은 도아플랜답게 인정사정이 없습니다. 스테이지가 진행될수록 적이 나오는 방향이 늘어나고, 화면 가장자리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배치가 많아집니다. 처음 하는 사람은 대개 앞만 보고 밀다가 옆에서 나온 적에게 당합니다.
요령은 화면 가운데를 지키지 않는 것입니다. 한쪽 벽이나 지형에 등을 붙이면 신경 써야 할 방향이 줄어듭니다. 그리고 급할수록 이동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이 게임에서 제자리에 서 있는 것은 그대로 표적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보스전에서는 근접했다가 물러나기를 반복하는 리듬이 필요합니다. 앞서 말한 총구 방향 제약 때문에, 물러나는 순간에 화력이 끊기니 물러날 타이밍을 보스 공격 사이의 빈 곳에 맞춰야 합니다.
도아플랜의 끝자락과 한국판
도아플랜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 오락실 슈팅의 한 축을 담당한 회사입니다. 타이거 헬리와 트윈 코브라 계열로 이름을 알렸고, 이후 이 회사에서 나온 사람들이 케이브와 라이징 같은 회사를 세워 슈팅의 계보를 이어 갔습니다. 픽스에이트는 그 회사가 문을 닫기 얼마 전에 나온 작품이라, 회사의 마지막 시기를 보여 주는 자료이기도 합니다.
이 게임에는 지역별로 판본이 여럿 있는데, 한국 시장을 위한 판본도 그중 하나입니다. 당시 오락실 기판은 지역에 따라 배급사와 화면 표기를 바꿔 내보내는 일이 흔했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픽스에이트는 널리 깔린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1992년이면 이미 대전 격투가 자리를 넓히던 때이고, 걸어 다니는 슈팅은 손님을 가리는 편이었습니다. 그래도 셋이 붙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사람이 몰리면 확실히 시끄러워지던 게임입니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켤 수 있으니, 도아플랜의 마지막 화력이 어땠는지 직접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