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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스 러너

휠스 러너 (Wheels Runner) · 19?? · International G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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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 게임에서 가장 잔인한 시점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입니다. 코스 전체가 한 화면에 다 보이니 실수를 변명할 여지가 없습니다. 내가 어디서 밀려났는지, 상대가 어느 코너에서 나를 제쳤는지가 그대로 눈에 들어옵니다. 휠스 러너는 그 시점을 쓰는 게임입니다. 화면이 스크롤되지 않고 코스 하나가 통째로 보이며, 작은 자동차들이 그 위를 빙빙 돕니다.

휠스 러너(Wheels Runner)는 인터내셔널 게임스가 내놓은 아케이드 레이싱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코스 위의 자동차를 몰고, 다른 차들과 겨루며 정해진 바퀴 수를 돕니다. 코스는 여덟 종류가 준비되어 있고, 포장된 도로부터 흙길까지 노면이 다릅니다. 조작은 방향 조절과 가속으로 단순하지만, 위에서 보는 시점이라 조향 감각을 새로 익혀야 합니다.

휠스 러너 레이싱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

위에서 보는 시점의 조작 감각

뒤에서 보는 시점의 레이싱 게임은 레버를 왼쪽으로 밀면 차가 왼쪽으로 갑니다. 그런데 위에서 내려다보는 게임에서는 차가 화면 아래쪽을 향하고 있을 때 방향이 뒤집혀 느껴집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코스 반대편에서 유난히 많이 부딪히는 이유입니다.

이것을 넘기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화면 기준이 아니라 차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차의 코가 향한 쪽을 앞으로 두고, 그 앞을 기준으로 좌우를 판단하는 감각이 붙어야 합니다. 몇 바퀴만 돌면 대부분 익숙해지지만, 그 몇 바퀴가 첫 동전을 잡아먹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감속입니다. 이런 시점의 레이싱에서는 코너를 최고 속도로 돌 수 없습니다. 코너 진입 전에 미리 속도를 낮추고, 코너 안쪽 라인을 잡은 다음, 빠져나오면서 다시 밟는 것이 기본 주행입니다. 이 리듬을 못 잡으면 벽에 계속 부딪히며 시간을 흘려보내게 됩니다.

코스가 여덟 개라는 것

코스가 여러 개라는 것은 단순히 배경이 바뀐다는 뜻이 아닙니다. 코너의 각도, 직선 구간의 길이, 노면의 성질이 코스마다 달라지므로 주행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직선이 긴 코스에서는 최고 속도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가 승부를 가르고, 코너가 촘촘한 코스에서는 감속과 재가속의 리듬이 전부가 됩니다.

흙길 코스에서는 접지력이 떨어져 같은 조작에도 차가 더 미끄러집니다. 포장 도로에서 몸에 익힌 감으로 들어가면 코너마다 바깥으로 밀려납니다. 이런 코스에서는 평소보다 한 박자 일찍 감속하고, 조향을 조금 작게 가져가는 편이 안정적입니다.

코스를 외우는 것이 실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화면에 코스가 전부 보이기 때문에 앞을 예측할 필요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음 코너의 각도를 미리 알고 감속을 준비하는 것과 눈으로 보고 반응하는 것 사이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익숙한 코스에서 갑자기 기록이 좋아지는 이유입니다.

다른 차를 상대하는 법

좁은 코스를 여러 대가 함께 도는 구조라, 부딪힘이 잦습니다. 코너 안쪽으로 파고들다 상대와 엉키면 둘 다 속도를 잃습니다. 그래서 무리하게 안쪽을 노리기보다, 직선 구간에서 속도 차로 앞지르는 쪽이 확실합니다.

앞차를 따라가야 할 때는 지나치게 붙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앞차가 코너에서 갑자기 감속하면 그대로 추돌해 함께 밀려납니다. 한 차 정도 간격을 두고 따라가면서 상대가 라인을 벌리는 순간을 기다리는 것이 실용적입니다.

반대로 내가 앞서 있을 때는 인코스를 막아 서는 주행이 유효합니다. 코너 안쪽 라인을 미리 차지하고 있으면 뒤차가 파고들 자리가 없어집니다. 위에서 보는 시점이라 뒤차의 위치가 늘 보인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 시점이 만든 장르

80년대 중후반 오락실에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레이싱 게임이 하나의 흐름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코스 전체가 한 화면에 담기니 여러 사람이 동시에 겨루기에 알맞았고, 화면을 스크롤하지 않아도 되니 기판 부담이 적었습니다. 자원이 넉넉하지 않은 제작사가 레이싱 게임을 만들 때 자연스럽게 고르게 되는 형태였습니다.

휠스 러너도 그 흐름 위에 있는 게임입니다. 이탈리아 제작사가 만든 물건인데, 이 시기 유럽에는 일본이나 미국 대작의 구성을 참고해 자체 기판을 내놓는 회사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이 게임 역시 앞서 나온 같은 시점의 레이싱 게임들과 구성이 상당히 닮아 있어, 그 계보를 그대로 보여 줍니다.

출시 연도조차 자료마다 갈릴 만큼 기록이 정리되지 않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유럽 중소 제작사의 기판은 유통 경로가 좁고 남은 자료가 적어, 지금도 정확한 이력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짧은 판, 즉시 붙는 승부

이런 게임의 장점은 한 판이 짧다는 것입니다. 코스 몇 바퀴를 돌면 끝나고, 결과가 곧바로 나옵니다. 오락실에서 옆 사람과 붙기에 이만한 구성이 없습니다. 이야기도 없고 배워야 할 특수 기술도 없어서, 처음 앉은 사람과 오래 한 사람이 같은 규칙 안에서 바로 겨룰 수 있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조작이 거칠고 차의 움직임이 뻣뻣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코스를 몇 번 돌아 감이 잡히면 코너를 매끄럽게 빠져나가는 순간의 만족감은 분명히 있습니다. 화려한 연출 없이 조작의 정확도만으로 승부를 보는, 그 시절 레이싱 게임의 단단한 뼈대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