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B
APB 올 포인츠 불러틴 (Apb All Points Bulletin REV 7) · 1987 · Atari Games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순찰차를 몰고 딱지를 끊는 게임
레이싱 게임의 상대는 보통 다른 주자입니다. 그런데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경찰차를 몰고, 잡아야 할 대상은 도로 위의 위반 차량입니다. 과속하는 차 뒤에 붙어 사이렌을 울리면 차가 갓길에 서고, 거기서 딱지를 끊으면 점수가 됩니다. 오락실 운전 게임이 결승선 대신 근무 실적을 목표로 삼은 셈입니다.
게다가 잡아야 할 것이 차만은 아닙니다. 길가에 흩어진 쓰레기를 치우거나 무단횡단하는 사람을 단속하는 것 같은 자잘한 일까지 실적에 들어가서, 화면 위쪽에 붙은 오늘 치 할당량을 채우려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신경 써야 합니다.
어떤 게임인가
APB 올 포인츠 불러틴(APB - All Points Bulletin)은 위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순찰차를 모는 오락실 게임입니다. 하루가 한 판이고, 그날 안에 정해진 수만큼 검거 실적을 올리면 다음 날로 넘어갑니다. 실적을 못 채우거나 사고를 반복하면 경고를 받고, 경고가 쌓이면 해고당해 게임이 끝납니다.
조작은 운전대와 가속 페달, 그리고 사이렌 버튼과 발사 버튼입니다. 위반 차량을 발견하면 뒤에 바짝 붙어 사이렌을 켜고, 상대가 멈추면 그 옆에 차를 대는 것으로 검거가 완료됩니다. 상대가 순순히 서지 않고 도망치는 경우도 있어서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첫날은 연습입니다. 폐쇄된 코스에서 고깔에 대고 사이렌을 켜 보며 조작을 익히고, 이튿날부터 실제 근무가 시작됩니다. 쓰레기 투기, 과속, 음주 운전, 난폭 운전 같은 잡범을 세우는 것이 일상 업무이고, 사흘째부터는 하루 걸러 한 번씩 특정 지명수배자를 잡으라는 별도 임무가 얹힙니다.
하루하루가 만드는 압박
이 게임의 긴장감은 시간과 자원 두 가지에서 옵니다. 하루에 주어진 시간이 한정되어 있고, 연료도 계속 줄어듭니다. 연료가 떨어지기 전에 주유소에 들러야 하는데 그 시간마저 할당량을 채워야 할 시간에서 빠져나갑니다.
여기에 벌점 규칙이 얹힙니다. 순찰차가 무언가를 들이받거나, 위반자가 아닌 사람을 잘못 세우거나, 애먼 대상에게 총을 쏘면 벌점이 붙습니다. 이 벌점 계기판이 끝까지 차면 그대로 해고이고 게임이 끝납니다. 그래서 무작정 밟아 달리는 것이 답이 아니라, 어느 정도 속도로 얼마나 정확하게 움직일지를 계산해야 합니다.
수배자를 붙잡은 뒤에는 자백을 받아 내는 별도의 과정이 있습니다. 계기판이 다 찰 때까지 버튼 두 개를 번갈아 두들겨야 하는데, 서장이 도착하기 전에 끝내야 하니 손이 급해집니다. 하루 사이사이에 도넛을 주우면 남은 시간이 늘어난다는 설정도 이 게임 특유의 농담입니다.
날이 갈수록 도로가 복잡해지고 도망치는 차가 늘어납니다. 처음 며칠은 여유가 있지만 중반부터는 실적을 채우는 것만으로도 빠듯해지고, 여기서 대부분의 플레이가 끝납니다.
막히는 지점과 요령
가장 흔한 실패는 눈앞의 한 대를 끝까지 쫓다가 시간을 다 쓰는 것입니다. 도망이 심한 상대는 놓아 주고 근처의 쉬운 실적부터 챙기는 편이 하루 단위로는 이득입니다. 실적은 종류를 가리지 않으니 잡기 쉬운 것을 우선하는 게 맞습니다.
연료 관리는 미리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바닥날 때쯤 찾으면 근처에 주유소가 없어 그대로 하루를 날립니다. 여유가 있을 때 지나는 길에 채워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추격 중에는 상대 차가 급하게 방향을 트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따라서 급하게 꺾으면 벽에 박습니다. 한 박자 늦게 완만하게 도는 편이 결과적으로 더 빨리 따라붙습니다.
하루가 끝날 때마다 정비소에 들를 수 있습니다. 제동력, 장갑, 무장, 탐지 장비 같은 것을 조금씩 올릴 수 있는데, 초반에는 제동과 장갑처럼 사고를 줄여 주는 쪽에 먼저 투자하는 편이 오래 버티는 데 유리합니다.
아타리 시스템 기판과 그 시절
이 게임은 1980년대 중후반 아타리가 여러 작품에 공통으로 쓴 기판 위에서 돌아갑니다. 큼직한 캐릭터를 여러 개 부드럽게 굴리고 배경을 여러 방향으로 스크롤하는 데 강한 구조였고, 덕분에 위에서 내려다보는 도로가 시원하게 흘러갑니다.
당시 아타리는 정통 레이싱과는 다른 각도의 운전 게임을 여럿 시도했습니다. 이 작품은 그중에서도 설정이 가장 특이한 축에 들고, 유머러스한 그림체와 코믹한 연출로 무거운 소재를 가볍게 풀었습니다. 잡아야 할 수배범들의 이름부터 말장난으로 지어져 있어서, 심각한 경찰물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웃기려고 만든 게임이라는 것이 분명합니다.
기계 자체도 볼거리였습니다. 세워 놓는 큰 통 모양 기계를 순찰차처럼 꾸미고 위에 붉고 푸른 경광등을 달아 실제로 돌아가게 만들었습니다. 아타리는 게임마다 기계 겉모습에 장치를 다는 것으로 이름이 있었는데, 이 작품도 그 계보에 있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는 흔하지 않았습니다. 운전대가 달린 큰 기계는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값이 비싸 대형 오락실에나 놓였고, 그마저도 더 알려진 레이싱 게임에 자리를 내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름은 들어 봤어도 실제로 해 본 사람은 적은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