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F
E.D.F. 어스 디펜스 포스 (E D F Earth Defense Force SET 1) · 1991 · Jaleco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무기부터 고르고 들어갑니다
동전을 넣으면 바로 판이 시작되는 게 아니라, 무기를 고르라는 화면이 먼저 뜹니다. 곧게 뻗는 관통형, 화면을 넓게 덮는 산탄형, 알아서 적을 쫓아가는 유도형처럼 성격이 뚜렷하게 다른 무기들이 늘어서 있고, 여기서 무엇을 집느냐에 따라 그 판이 편해지기도 하고 지옥이 되기도 합니다. 슈팅게임에서 무기는 보통 판 안에서 주워 바뀌는 것인데, 이 게임은 그 선택을 아예 시작 전으로 끌어올려 놓았습니다.
EDF(E.D.F. Earth Defense Force)는 화면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는 가로 스크롤 슈팅입니다. 지구를 침공한 세력을 막아 낸다는 얼개 아래, 기체 한 대를 몰고 밀려드는 적기와 지상 시설을 뚫으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한 대만 맞아도 격추되고, 판마다 끝에는 화면 한 면을 차지하는 커다란 보스가 기다립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붙어서 함께 진행하는 것도 됩니다.
무기가 곧 공략입니다
이 게임의 무기는 단순히 세고 약한 차이가 아닙니다. 앞으로만 나가는 무기는 화력이 높은 대신 위아래에서 붙는 적에 무력하고, 넓게 퍼지는 무기는 사방을 감당하는 대신 한 지점을 뚫는 힘이 모자랍니다. 유도 계열은 손이 편하지만 단단한 표적 앞에서는 답답할 정도로 시간이 걸립니다.
여기에 파워업 아이템을 먹으면 고른 무기가 단계별로 자라납니다. 처음에는 가느다랗던 줄기가 굵어지고 갈래가 늘어나면서, 같은 무기인데도 후반부에 가면 화면 절반을 뒤덮을 정도가 됩니다. 그래서 초반에 아이템을 얼마나 놓치지 않고 챙겼는가가 중반 이후의 체감 난이도를 통째로 결정합니다. 죽으면 이 성장분이 날아가므로, 한 번 무너지면 회복이 쉽지 않은 구조이기도 합니다.
기체 주위를 따라다니며 같이 쏘아 주는 보조 화력도 붙습니다. 이것이 붙고 안 붙고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아이템이 화면 아래로 흘러가는 것을 보고 무리해서 따라 내려갔다가 적탄에 걸리는 장면이 초보자에게 흔히 나옵니다.
판이 흘러가는 방식
스테이지는 도시 상공, 지상 기지, 협곡, 우주 공간처럼 배경을 바꿔 가며 이어집니다. 앞부분은 정해진 자리에서 정해진 순서로 적이 튀어나오는 편이라 몇 번 해 보면 어디서 무엇이 나오는지 머리에 들어옵니다. 슈팅게임을 잘하게 되는 과정이 대체로 그렇듯, 이 게임도 반사신경보다 순서를 외우는 쪽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후반부입니다. 지상 포대가 쏘아 올리는 탄과 위아래에서 파고드는 적기가 겹치기 시작하면 화면이 순식간에 빡빡해집니다. 이때부터는 앞으로 나가려 하지 말고 화면 왼쪽에 붙어 적이 들어오는 각도를 넓게 보는 편이 오래 삽니다.
보스는 몸통 여러 곳이 따로 부서지는 형태가 많습니다. 무턱대고 몸통 한가운데를 때리기보다, 탄을 뿌려 대는 포탑부터 먼저 지워서 화면을 정리한 다음에 본체를 두들기는 순서가 훨씬 안전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가장 흔한 실수는 화면 오른쪽으로 바짝 나가는 것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적이 나타나자마자 코앞에 있게 되고, 피할 자리도 없습니다. 반대로 왼쪽 끝에 딱 붙어 있으면 뒤에서 돌아 들어오는 적에게 몰릴 수 있으니, 화면 왼쪽에서 삼분의 일쯤 되는 지점을 기본 자리로 잡는 게 무난합니다.
무기를 고를 때 처음에는 화면을 넓게 덮는 계열이 편합니다. 화력이 아쉬워도 죽지 않고 아이템을 계속 먹어 성장시키는 쪽이, 강한 무기를 들고 초반에 죽는 것보다 훨씬 멀리 갑니다. 손에 익은 다음에 관통형으로 옮겨 가면 보스전이 눈에 띄게 빨라집니다.
자레코가 만든 슈팅
자레코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여러 장르를 부지런히 만들어 낸 회사입니다. 화려한 이름값보다는 기본기를 갖춘 게임을 꾸준히 내놓는 쪽이었는데, 이 작품은 그중에서도 완성도가 높은 축으로 꼽힙니다. 무기 선택이라는 장치 하나로 반복 플레이의 이유를 만들어 낸 점, 배경 그림과 적 기체 디자인의 밀도, 귀에 남는 음악이 함께 평가받았습니다.
같은 시기 가정용 기기로도 같은 이름을 단 슈팅이 나왔지만, 오락실판과는 구성이 제법 다릅니다. 무기를 고르는 감각과 화면을 가득 채우는 밀도는 이 오락실판 쪽이 훨씬 진합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국내에서는 기판을 갈아 끼우며 돌리던 시절에 심심찮게 볼 수 있던 슈팅입니다. 이름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대개 앞글자만 따서 불렀습니다. 대전격투가 오락실을 장악하기 직전, 100원 한 판으로 얼마나 멀리 가느냐를 겨루던 시절의 공기를 잘 담고 있는 게임입니다.
무기를 고르는 화면 앞에서 뒷사람이 훈수를 두던 기억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겁니다. 어떤 무기가 제일 세냐는 물음에 답이 갈렸고, 실제로도 구간마다 답이 달랐습니다. 그 선택 하나로 같은 게임을 여러 번 다르게 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지금 다시 잡아도 여전히 유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