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제로
F-제로 (F Zero Europe) · 1990 · Nintendo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슈퍼패미컴을 팔기 위한 게임
이 작품은 슈퍼패미컴 발매와 동시에 나온 첫 소프트 중 하나였습니다. 새 기계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 주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핵심은 배경 회전과 확대 축소 기능이었습니다. 바닥 화면을 통째로 기울이고 돌릴 수 있는 기능인데, 이걸 쓰면 3D 그래픽 없이도 코스가 눈앞에서 휘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매장에 놓인 시연기 앞에서 이 화면을 처음 본 사람들이 받은 인상은 상당했습니다.
실제로 이 기능을 가장 잘 쓴 게임으로 지금까지 언급됩니다. 코너에서 코스가 통째로 회전하는 장면은 이전 세대 기계에서는 볼 수 없던 것이었습니다.
바닥에 닿지 않는 레이싱
F-제로(F-Zero)는 미래를 배경으로 공중 부양 머신을 몰고 순위를 다투는 레이싱 게임입니다. 바퀴가 없어서 접지력이라는 개념이 희박하고, 대신 관성이 강하게 작용합니다.
그래서 조작법이 일반 자동차 게임과 다릅니다. 코너에서 그냥 핸들을 꺾으면 바깥으로 미끄러져 벽에 부딪힙니다. 좌우 어깨 버튼으로 기체를 기울여 코너 안쪽으로 붙이는 조작이 따로 있고, 이걸 쓸 줄 아느냐가 실력의 전부라고 해도 좋습니다.
속도감이 대단합니다. 화면이 흐르는 속도가 워낙 빨라서 눈이 코스를 따라가기 벅찰 정도인데, 이 압박감 자체가 이 게임의 매력입니다.
네 대의 머신
고를 수 있는 기체는 네 대입니다. 블루 팔콘, 골든 폭스, 와일드 구스, 파이어 스팅레이가 각각 최고 속도와 가속력, 회전 반경, 내구도가 다릅니다.
블루 팔콘은 균형이 좋아 처음 잡기에 좋고, 골든 폭스는 가속이 빠른 대신 최고 속도가 낮습니다. 와일드 구스는 튼튼하지만 무겁고, 파이어 스팅레이는 코너를 잘 돌지만 약합니다.
코스마다 유리한 기체가 다릅니다. 직선이 긴 코스와 굽이가 많은 코스에서 요구되는 성능이 정반대라, 코스별로 기체를 바꿔 가며 도전하게 됩니다.
파워 게이지와 피트 존
이 게임에는 체력 개념이 있습니다. 벽에 부딪히거나 다른 기체와 충돌하면 게이지가 깎이고, 다 떨어지면 기체가 폭발해 그 판이 끝납니다.
코스 위에는 게이지를 채워 주는 구역이 있습니다. 이 구간을 지나면 조금씩 회복되므로, 한 바퀴에 한 번은 여기를 정확히 밟고 지나가야 합니다. 라인 선택에 이 요소가 끼어드는 것이 이 게임의 독특한 점입니다.
부스터도 있습니다. 다만 매 랩 하나씩만 주어지고 첫 바퀴에는 쓸 수 없습니다. 마지막 직선에서 쓸지, 어려운 코너 탈출에서 쓸지 고민하게 됩니다.
코스와 등급
코스는 여러 개의 그랑프리로 묶여 있고, 난이도 등급이 따로 있습니다. 상위 등급에서는 상대 기체가 훨씬 공격적으로 붙고 코스에 지뢰와 미끄러운 구간이 늘어납니다.
순위가 일정 등수 밖으로 밀리면 그 자리에서 실격입니다. 완주만 해서는 안 되고 계속 앞쪽에 붙어 있어야 하므로, 안전 운전이라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마스터 등급을 통과하는 것은 상당한 도전입니다. 코스를 외우고, 어디서 기울이고 어디서 부스터를 쓸지 몸에 익혀야 겨우 완주가 보입니다. 이 게임이 오래 회자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