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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폴 포지션

F1 폴 포지션 (f1 Pole Position Europe) · 1993 · Ubi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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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 서킷을 도는 F1

F-ZERO가 상상 속 미래 서킷을 달렸다면, F1 폴 포지션은 실제 포뮬러 원 시즌을 그대로 옮겨 놓았습니다. 모나코의 좁은 시가지, 몬차의 긴 직선, 스파의 오르내리는 언덕까지 실제 코스 배치를 따라 만든 트랙들이 차례로 나옵니다.

당시 국내에서 F1 중계를 챙겨 보기는 어려웠지만, 이런 게임을 통해 서킷 이름과 코스 모양을 먼저 외운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화면 위에 뜨는 랩 타임과 순위표를 보며 실제 F1의 규칙을 배우게 되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F1 폴 포지션 레이싱 게임 화면 1 - 슈퍼 패미컴 (1993)

어떤 게임인가

F1 폴 포지션(F1 Pole Position)은 슈퍼패미컴의 모드 7 화면 처리를 이용해 뒤에서 본 시점으로 달리는 레이싱 게임입니다. 한 시즌 전체를 도는 월드 챔피언십 모드가 중심이고, 개별 코스만 골라 달리는 모드와 기록 단축 모드도 있습니다.

경주 전에는 예선을 치릅니다. 예선 기록으로 결승 출발 위치가 정해지므로, 앞줄에서 출발하려면 예선에서 클린 랩을 뽑아야 합니다. 제목의 폴 포지션이라는 말 그대로, 맨 앞자리를 잡는 것이 시즌 내내 목표가 됩니다.

F1 폴 포지션 레이싱 게임 화면 2 - 슈퍼 패미컴 (1993)

머신 세팅과 피트

이 게임은 단순히 밟고 도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코스에 맞춰 기어비와 윙 각도, 타이어 종류를 고를 수 있습니다. 직선이 긴 코스에서는 윙을 눕혀 최고 속도를 올리고, 코너가 많은 코스에서는 다운포스를 키우는 식입니다.

레이스 중에는 타이어가 닳고 연료가 줄어듭니다. 피트인 타이밍을 언제로 잡느냐가 순위를 크게 좌우합니다. 늦게 들어가면 그립을 잃고 코너에서 밀리고, 너무 일찍 들어가면 한 번 더 들어가야 합니다. 이런 요소들 덕분에 단순한 아케이드 레이싱보다 한 단계 깊은 맛이 있습니다.

주행의 요령

이 시대의 모드 7 레이싱이 대체로 그렇듯, 코너 진입에서 브레이크를 미리 잡는 것이 핵심입니다. 화면상 코너가 보이기 시작할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으므로, 코스를 외워서 미리 감속하는 방식으로 익혀야 합니다.

다른 차량과의 접촉은 손해가 큽니다. 스핀하면 순위가 통째로 밀리므로, 추월은 직선 구간에서 확실한 속도 차이를 만들어 놓고 시도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코너에서 나란히 붙는 무리한 추월은 대개 둘 다 손해로 끝납니다.

지금 다시 해 볼 때

지금 기준으로 그래픽은 소박하지만, 속도감과 코스 재현도는 당시로서 준수한 편이었습니다. 시즌을 통째로 도는 구조라 한 판이 길고, 순위 포인트를 쌓아 챔피언을 노리는 장기전의 재미가 있습니다.

레이싱 게임을 좋아한다면 세팅을 바꿔 가며 같은 코스의 기록을 줄여 보는 것부터 시작하기를 권합니다. 그 과정에서 이 게임이 얼마나 세세하게 만들어졌는지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