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월드 그랑프리
F1 월드 그랑프리 (F 1 World Grand Prix Europe) · 1998 · Video 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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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 레이싱이 아니다
같은 레이싱이라도 성격이 갈립니다. 액셀만 밟고 있으면 코너가 알아서 돌아가는 종류가 있고, 브레이크를 언제 밟느냐로 몇 초가 갈리는 종류가 있습니다. 이 게임은 후자입니다. 처음 잡으면 첫 코너에서 그대로 코스를 벗어납니다.
대신 익숙해지고 나면 다른 즐거움이 열립니다. 같은 코너를 매번 조금씩 다르게 돌아 보고, 브레이크 지점을 몇 미터씩 늦춰 가며 기록을 깎는 재미입니다. 한 바퀴를 잘 도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는 게임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F1 월드 그랑프리(F-1 World Grand Prix)는 실제 포뮬러 원 시즌을 소재로 한 레이싱 게임입니다. 실존하는 팀과 드라이버, 그리고 세계 각지의 서킷이 들어 있습니다. 한 경기를 단독으로 달릴 수도 있고, 시즌 전체를 이어 달리며 순위를 쌓아 갈 수도 있습니다.
오락실 레이싱과 다른 점은 준비 과정이 있다는 것입니다. 본 경기 전에 연습 주행과 예선이 있고, 예선 기록으로 출발 위치가 정해집니다. 앞줄에서 출발하는 것과 뒤에서 출발하는 것의 차이가 커서, 예선을 대충 넘기면 본 경기가 훨씬 고달파집니다.
차량 설정도 손댈 수 있습니다. 날개 각도, 기어비, 타이어 선택 같은 요소를 서킷 성격에 맞춰 조정합니다.
달리는 법
기본은 코너 진입 전에 충분히 감속하는 것입니다. 이 게임의 차는 접지력을 잃으면 순식간에 미끄러지므로, 코너에 들어간 뒤에 브레이크를 밟으면 이미 늦습니다. 직선 끝에서 미리 속도를 줄이고, 코너 정점을 지나면서 다시 가속하는 순서를 지켜야 합니다.
코너 안쪽 정점에 차를 붙이는 것이 기본 라인입니다. 바깥쪽으로 크게 도는 것보다 거리가 짧고 속도 손실도 적습니다. 처음에는 코스를 벗어나기 쉬우니, 조금 여유를 두고 돌다가 익숙해지면 점점 붙이는 편이 좋습니다.
연석은 잘 쓰면 라인을 줄여 주지만 심하게 올라타면 차가 튑니다. 어느 정도까지 밟아도 되는지는 서킷마다 다르므로 연습 주행에서 확인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설정을 만지는 재미
날개 각도를 세우면 코너에서 안정적이지만 직선 최고 속도가 떨어집니다. 반대로 눕히면 직선이 빨라지는 대신 코너에서 미끄러집니다. 직선이 긴 서킷과 코너가 촘촘한 서킷은 답이 다릅니다.
기어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짧은 기어는 가속이 좋고, 긴 기어는 최고 속도가 높습니다. 코너에서 빠져나오는 횟수가 많은 코스라면 가속을 챙기는 쪽이 유리합니다.
초보라면 처음부터 이걸 다 만질 필요는 없습니다. 기본 설정으로 몇 바퀴 돌아 코스에 익숙해진 뒤, 어디가 답답한지 느껴질 때 그 부분만 손대는 편이 이해가 빠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가장 흔한 것은 코너마다 코스를 벗어나는 일입니다. 원인은 거의 브레이크 시점입니다. 각 코너마다 감속을 시작할 지점을 정해 두고 매 바퀴 같은 곳에서 밟는 연습을 하면, 몇 바퀴 만에 안정됩니다.
두 번째는 다른 차와의 접촉입니다. 이 계열 게임에서는 살짝만 닿아도 자세가 무너지고, 심하면 차가 망가져 경기를 못 끝냅니다. 추월은 직선 구간에서 확실한 속도 차이가 있을 때만 시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보조 기능이 있다면 처음에는 켜 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조향이나 제동을 도와주는 기능으로 코스를 익힌 다음, 하나씩 끄면서 진짜 감각을 붙여 나가면 무리가 없습니다.
닌텐도64 레이싱으로서
이 시기 가정용 기기에서 실제 F1을 다룬 게임은 흔하지 않았습니다. 실존 팀과 서킷을 담고, 예선과 결선이라는 주말 일정을 그대로 옮겨 놓은 구성은 당시로서 꽤 본격적인 축에 들었습니다.
국내에서는 F1 중계를 접하기 어려웠던 시절이라, 이런 게임으로 서킷 이름과 코스 모양을 처음 익힌 사람도 있습니다. 지금 다시 잡으면 조작이 만만치 않게 느껴지지만, 한 코너를 제대로 돌아냈을 때의 만족감은 그 어려움에 값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