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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V 록앤롤 트리비아 파트 2

MTV 록앤롤 트리비아 파트 2 (Mtv Rock N Roll Trivia Part 2) · 1986 · Triumph Softw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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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채널이 오락실 기판으로 들어온 시절

1980년대 중반 미국에서 MTV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언어였습니다. 하루 종일 뮤직비디오만 틀어 주는 채널이 등장하면서 어떤 밴드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영상을 찍었는지가 또래 사이의 상식이 되었고, 그 상식을 겨루는 자리가 술집과 오락실이었습니다. 이 게임은 바로 그 유행을 그대로 기판에 옮겨 놓은 물건입니다. 화면에 문제가 뜨고, 네 개의 보기 중 하나를 고르고, 맞으면 점수가 오르고 틀리면 기회가 줄어듭니다. 그게 전부인데, 그 단순함이 당시에는 충분히 팔리는 상품이었습니다.

제목에 파트 2가 붙어 있다는 사실이 이 게임의 성격을 잘 보여 줍니다. 문제 은행이 다 소진되면 손님이 더는 동전을 넣지 않으니, 새 문제를 채워 넣은 후속판을 다시 파는 것이 이 장르의 사업 방식이었습니다. 퀴즈 기판은 게임을 파는 게 아니라 문제를 파는 사업에 가까웠습니다.

MTV 록앤롤 트리비아 파트 2 보드·카드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6)

어떤 게임인가

MTV 록앤롤 트리비아 파트 2(Mtv Rock N Roll Trivia Part 2)는 1986년 트라이엄프 소프트웨어가 내놓은 사지선다 퀴즈 게임입니다. 조작이라고 할 것이 거의 없습니다. 조이스틱을 위아래로 움직여 보기를 고르고 버튼으로 확정하는 것이 조작의 전부이고, 반사신경도 손놀림도 필요 없습니다. 필요한 것은 오직 아는 것뿐입니다.

한 판은 문제를 연달아 푸는 방식으로 흘러갑니다. 정답을 맞히면 점수가 쌓이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며, 오답이 일정 수 쌓이면 게임이 끝납니다. 화면 아래에 제한 시간이 흐르기 때문에 모르는 문제 앞에서 오래 고민할 수도 없습니다. 모르면 찍어야 하고, 사지선다이니 찍어도 사분의 일은 맞습니다. 이 확률이 이 장르를 끝까지 붙잡아 두는 힘입니다.

MTV 록앤롤 트리비아 파트 2 보드·카드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6)

문제의 결과 시대의 공기

출제 범위는 제목 그대로 록과 팝, 그리고 뮤직비디오입니다. 어떤 곡이 어느 앨범에 실렸는지, 어떤 밴드의 원년 멤버가 누구인지, 어떤 뮤직비디오에 무엇이 나왔는지 같은 것들을 묻습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사십 년 전 미국 대중음악 상식이라 한국 이용자에게는 상당히 낯선 영역입니다. 영어로 출제되고 영어로 답하는 구조라 언어의 벽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지금 즐기는 방식은 당시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점수를 겨루는 게임이라기보다, 1986년의 미국 십대가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를 들여다보는 창에 가깝습니다. 문제 목록을 따라가다 보면 그 시절 어떤 밴드가 대중적이었고 어떤 곡이 모두가 아는 노래였는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퀴즈 기판이라는 장사

1980년대 중반 북미에서는 이런 퀴즈 기판이 하나의 계열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액션 게임 기판은 개발비도 크고 그래픽 인력도 필요했지만, 퀴즈 게임은 문제와 텍스트만 있으면 만들 수 있었습니다. 화면에 글자를 띄우고 정답을 판정하는 뼈대만 갖추면 주제를 바꿔 가며 계속 찍어낼 수 있었으니, 작은 개발사가 뛰어들기에 알맞은 분야였습니다.

설치되는 자리도 달랐습니다. 격투나 슈팅 기판이 오락실 한복판에 놓였다면 퀴즈 기판은 술집, 볼링장, 식당 구석 같은 곳에 놓였습니다. 앉아서 술을 마시며 일행과 답을 맞춰 보는 용도였기 때문에, 화려한 연출보다 문제의 질과 회전이 중요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물건

이런 종류의 퀴즈 기판은 한국 오락실에서 거의 자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문제가 전부 영어인데다 소재가 미국 대중음악이라 애초에 풀 수 있는 손님이 드물었고, 오락실에서 동전을 넣는 이유가 손맛과 진행이었던 국내 정서와도 맞지 않았습니다. 같은 시기 국내 오락실을 채운 것은 슈팅과 액션, 그리고 뒤이어 들어온 대전격투였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한국 이용자에게 통칭도 추억도 남기지 못한 이름입니다. 대신 다른 종류의 재미가 있습니다. 문제를 하나씩 넘기다 보면 그 시절 미국 오락실 구석에 이런 기계가 서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로워집니다. 아는 문제가 하나라도 걸리면 의외로 반가워지는 것도 이 장르의 몫입니다.